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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사람들 - 정장복 교수(한일장신대학교 총장)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1/29 [09:23]

바보 같은 사람들 - 정장복 교수(한일장신대학교 총장)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1/29 [09:23]

바보 같은 사람들

마태복음 20장 20~28절

정장복 교수(한일장신대학교 총장)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하리라”


우리 주변에는 출세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머리를 써서 재벌이 되고, 권력자가 되어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봉독한 말씀에 요한과 야고보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엎드려 절하며 “주님의 때가 되면 저의 두 아들을 하나는 주님의 오른편에 하나는 왼편에 앉게 해 주십시오”라고 청탁합니다. 그녀의 눈에는 예수님이 왕이 되고도 남을 분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광경을 보고 있던 열 제자가 화를 내자 주님은 그들을 불러 놓고 말씀하셨습니다.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나의 목숨을 대속물로 내주려 왔다.”

예수님이 집권하기를 학수고대하던 제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씀입니다. 출세를 위하여 고생하며 따라왔는데 그것을 버리라는 말씀입니다. ‘나는 바보와 같으니, 나를 따르기 위해서는 너희도 바보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처럼 주님은 ‘섬김을 받아야 할 사람이 섬기면 그 사람은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말씀합니다.

우리의 사회는 물론 우리의 교회 안에도 ‘섬긴다’는 소리는 우렁차지만 섬김의 손길은 약하고, 섬기겠다고 나선 사람 중에도 이름 없고 빛도 없이 섬기는 사람은 적습니다. 그런 반면 섬김의 종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화려한 자리에서 섬김을 받고 있습니다. 으뜸이 되고자 하면 섬김의 혼이 사라집니다. 우리가 섬김의 방관자가 되고, 비판자가 된다면 주님의 몸된 교회는 곧 쓰러지게 됩니다.

오늘의 이 시대에는 섬김의 일념으로 사람과 하나님의 종이 되는 길을 찾아 헤매는 바보들이 필요합니다. 우리 주님은 이런 바보들을 찾고 계십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바보스러운 삶이 바로 주인 되는 삶입니다.

우리 주님은 ‘높임’을 생각하기 전에 ‘섬김’을 생각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 앞에 나타난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는 머리가 명석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사역을 보고 예수님은 단순한 선지자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틀림없이 새로운 왕국을 세우실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왕권을 행사하는 그 날 자기 자식들이 높은 자리에 앉게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서로 높은 자리에 앉기를 갈망하던 제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우리 주님의 말씀은 정확합니다. 섬기는 정신이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앉으면 탈선하기 쉽습니다. 땀을 흘리며 섬기지 않는 지도자를 누가 따르겠습니까. 우리 주님이 말씀하신 섬김은 하나님을 섬기고 이웃을 섬기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사랑을 구하고 복을 구하는 자를 찾는 것이 아닙니다. 잘 먹고 잘살고 자신의 유익을 위해 주님의 이름을 부르짖는 성도들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내가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롬 14:8)”,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오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갈 2:20)” 이런 고백을 하며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위해 몸을 바치려는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 주님은 이 시간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습니다. 우리 주님은 오늘도 자신의 권세와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들, 자신의 유익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섬기는 대열에서 땀 흘리기를 명령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뒤에서 다퉜습니다. ‘자신들 가운데서 누가 제일 높은 사람인가’를 가지고 다툼을 했습니다(막 9:34). 그 때 주님은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 모든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사람들은 머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피지배자가 되기보다는 지배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남에게 위함 받는 자리에 오르기를 갈망합니다. 다른 사람의 종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송두리째 바치며 섬겨도 칭찬이 없습니다. 오히려 험담이 가득합니다. 견딜 수 없는 수모가 주어집니다. 내가 땀 흘려 수고했는데 다른 사람이 영광과 찬사를 받습니다. 기가 막힐 일입니다.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영광과 찬사는 종에게 주어지지 아니합니다. 종은 오직 주어진 일만을 하면 됩니다. 종은 영광을 받을 수 있는 신분이 아닙니다.

우리 주님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이 과정을 통과해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으뜸이 되지 못한다 해도 모든 것의 주관자이신 하나님만을 쳐다보며 바보처럼 종의 길을 걷도록 명령하십니다.

예수님의 화려한 데뷔를 본 사람들은 착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말씀은 들어보지 못한 위대한 말씀이었습니다. 죽은 자를 살리신 그의 권능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새롭게 창조하실 분이시고, 이스라엘 온 민족의 섬김을 받아 마땅할 분이라는 확신을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그 분을 성실히 추종하면 자신들도 섬김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이상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려 왔고, 나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나의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 온 것이라”

그런데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은 시간과 물질을 남에게 주는데 무척 인색하다는 지적이 이 땅에 가득합니다. 경청하십시다. 우리 주님은 “이웃을 사랑하라” “남에게 쓸 것을 주라” “이웃을 섬기라”고 독촉하고 계십니다.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려고 왔노라. 나의 목숨마저 주려고 왔노라”는 말씀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주님의 명령대로 따르면 우리에게 어떤 결과가 주어질까요.

김은국의 소설 ‘순교자’에는 공산군 장교가 그리스도인 14명에게 ‘예수를 믿지 않겠다고 약속한 사람은 살려 주겠다’고 말하자 13명이 나옵니다. 장교는 남은 한 사람에게 ‘예수 때문에 죽음을 버리겠는가’고 묻지만 그는 아무 대답을 안 합니다. 장교는 13명에게 “예수를 믿으려면 저 사람처럼 믿으라!”고 말하며 그들을 죽였습니다. 죽고자 한 사람은 살고 살고자 한 사람들은 죽은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에게 예수를 배신했기에 살아났다고 손가락질합니다. 그는 변명도 하지 않았지만 결국 포로 된 공산당 장교에 의해 진실이 밝혀집니다.

하나님은 이 땅에서 갖은 수난을 당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외면하시지 않습니다. 바보처럼 수난을 겪으면서 주님만을 위해 생명을 내놓는 그리스도의 종들을 망각하지 아니합니다. 언제인가 그 바보의 옷을 벗기고 아름다운 옷을 입혀 주십니다. 하나님의 총애를 받은 사랑하는 종으로 만인 앞에 세워 본을 삼으십니다. 하나님은 진실을 밝혀 주십니다. 그가 바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만인 앞에 보여 주십니다.

진정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는 바보 같은 사람의 모습으로 바보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그 얼굴에 침을 뱉어도 침묵하시고, 그 입에 쓸개를 탄 포도주를 먹여도 입을 다문 채 말이 없었습니다. 희롱을 당하고, 홍포를 벗기고 옷을 다 빼앗아 가도 한마디의 표현도 없으셨습니다. 채찍을 가해도 신음도 없으셨던 그 분이 하신 말씀은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준 바보 같은 삶이 우리의 삶의 표본입니다.

우리는 육신을 파고드는 유혹도 덤덤하게 외면해 버리는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명예도 모르는 바보, 돈도 모르는 바보, 이성도 모르는 바보, 통치의 개념도 모르는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을 내주는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나를 미워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는 바보, 오리를 가자고 하는 사람에게 십리를 가주는 바보, 생명을 노리는 핍박이 다가와도 가시밭길을 피 흘리며 걸어가는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진실에는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예언적 사명을 감수해야 할 때에는 용기 있는 자가 되십시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히 받아 전달하는 일에는 절대 바보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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