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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힘이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09/09/25 [13:40]

가족은 힘이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09/09/25 [13:40]
 

가족은 힘이다


 부부를 “모든 복의 샘”(萬福之源)이라 한다. 조선시대 초등교육의 교재인 동몽선습(童蒙先習)에 나오는 말이다.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을 샘솟게 하는 부부사이에서 가족이 생겨난다. 따라서 가족은 행복 그것이어야 한다. 실지로 가족은 행복 그것일 수 밖에 없다. 설령 경제라든지 병마라든지 그런 것으로 인해 가정에 불운이 닥친다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가정의 일시적 역경이지 가족의 불행은 아니다. 가족은 어디까지나 복되게 태어났고, 복으로 맺어져 있으며, 행복을 일궈 가도록 되어 있다. 천성지친(天性之親) 곧 “타고 난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점지해 주셨고 진한 핏줄로 연결되어 있거늘 어째 그 태어남이 복되지 않으며,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거늘 어째 그 맺어짐이 복되지 않겠는가. 하찮은 미물일지라도 생명 있는 것은 한결같이 진화를 지향하거늘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지 않을 것인가.

 우리 선인들의 가족사랑을 알아보기 위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두 학자의 일화를 들어본다.

 퇴계 이황(退溪 李滉)선생은 7남 1녀의 막내둥이로 태어난지 불과 7개월만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가난하게 살면서도 그는 형들과 누나에 대해 극진한 우애를 느꼈고 사랑을 쏟았다. 그가 여덟 살 때 둘째 형이 칼로 손을 다쳐 피가 흐르자, 형을 껴안고 울어댔다. 이를 본 어머니가 “형은 손을 베이고도 울지 않는데 네가 왜 우느냐?” 하자 퇴계는 “형이 비록 울지 않더라도 저토록 피가 흐르는데 어찌 아프지 않겠습니까” 대답했다고 한다.

 율곡 이이(栗谷 李珥)선생은 4형제중에 셋째였고 어머니를 닮아 글씨와 그림에 능하고 바느질 솜씨가 뛰어난 누이동생도 있었다. 그는 부모와 형제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 아홉살 때 “형제가 부모를 받들고 함께 사는 그림”(兄弟奉父母同居之圖)을 그려 벽에 붙여 놓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기도 했다. 그가 열 한 살 되던 해 아버지의 병환이 위독해지자 팔을 찔러 피를 내어 올려서 회복케 한 일이라든지, 어머니 사임당이 돌아가시자 불교에 귀의해 ‘죽음’의 문제를 풀어볼려고 한 일, 일찍 작고한 큰 형이 남긴 조카들 그리고 형․아우들과 한 집에 살면서 오손도손 사랑을 나눈 일화는 너무도 많다.

 우리 겨레는 유달리 정이 많다. 반만년의 기나긴 세월을 이 땅에 정착해 살면서 따스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정을 가꾸고 그 정겨움을 이웃으로 퍼져나가게 해서 아웃사랑․나라사랑으로 승화시켜 자손의 번영이 곧 민족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내가 오늘 이렇게 존재하게 된 것은 부모가 계시기 때문이고 부모가 계시게 된 것은 조부모가 계시기 때문이며 조부모는 또 증조부모가 계시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나」라는 존재는 무수한 조상이 계셔서 비로소 오늘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뿐인가. 「나」로부터 또 아들 딸, 손자 증손자등 무수한 자손들이 뻗어 나갈 것이고, 옆으로는 삼촌 사촌 고모 이모등 수많은 친척․인척이 칡넝쿨처럼 줄줄이 이어져 있다. 알고 보면 「나」는 XY축의 한가운데 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어째 내가 외로울 수가 있는가. 때로는 그들이 무심해 보이기도 하고 서운하게 여겨지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로 다시는 못만난다고 생각해 보거나, 머얼리 떠나 있게 된다고 단정해 보라. 새삼스럽게 정이 왈칵 솟구치거나 그사이의 무심이 뼈저리게 뉘우쳐 질 것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가족과 함께 있다. 가족도 단독이 아니다. 가족 개개인으로 이어지는 무수한 연결고리가 거미줄마냥 얽혀 있다. 어째 외롭다 하는가. 사람은 이 세상을 혼자 오지만 정작 와서 보면 이토록 인연이 풍성하다. 이런 풍요로움속에서 내가 바로서면 내 가족이 바로서게 되고 내 가족이 바로서게 되면 국가 민족이 바로서게 된다. 어려움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기죽지 않고 난관을 극복할 결연한 의지를 보이면 내 가족도 용기를 내어 힘을 북돋워 주겠지만, 내가 의기소침하거나 자포자기를 한다면 내 가족도 기가 죽어 일어설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경우를 바꿔 보자. 가족중 한 사람이 어려움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옆에서 보고만 있을 것인가. 가족사랑보다 더 진한 것은 없다. 비록 어설프게 표현이 될는지 몰라도 그때의 말 한 마디는 천군만마(千軍萬馬)의 힘으로 용기를 보태 줄 것이다.

 부부가 이 세상 모든 행복의 샘이듯이 가족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힘의 원천이다. 그래서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이뤄진다.”(家和萬事成)고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 사람의 얼굴을 보라. 활기가 넘쳐 있다면 가족에게서 얻은 것이다. 직장에서 동료애를 발휘하고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는 사람의 뒤를 보라. 틀림없이 가족의 따스한 미소가 햇살처럼 서려 있을 것이다.(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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