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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 스님(상도선원 원장)의 명법문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3/12/13 [18:47]
“남을 아프게 하면 나도 아프다”

미산 스님(상도선원 원장)의 명법문

“남을 아프게 하면 나도 아프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3/12/13 [18:47]


요즘 제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이 오늘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하는 법문 주제와 밀접하게 관계돼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는『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의 말씀이 요즘 새삼스럽게 ‘아, 정말 부처님의 말씀이 진리다. 말씀대로 살아야만 서로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상생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황금률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느 시대나 장소, 어느 계층에도 적용되는 것을 황금률이라고 하죠. ‘남에게 행하는 것이 곧 나에게 행하는 것이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남을 아프게 하면 나도 아프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 남에게 못된 짓 하면 나도 못된 짓을 당한다는 말씀입니다. 남이 원치 않고 당하기 싫어하는 말과 행동을 하면, 나도 내가 당하기 싫어하는 말과 행동을 당하게 됩니다.
 
내가 대접받고 싶으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좋은 것을 주면 좋은 것을 돌려받고, 해로운 것을 주면 해로운 것을 돌려받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존재에게 이익과 행복을 나눠주면 나도 행복해집니다. 다 같은 말이에요. 그 맥락은 ‘다른 존재에게 이익과 행복을 주면 나도 행복해지고, 다른 존재에게 불이익과 불행을 주면 나도 불행해진다’는 것입니다.
 
남에게 행하는 것이 곧 나에게 행하는 것
 
우리는 상도선원에서 ‘세상의 모든 존재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연결돼 있다. 그러니까 따뜻함과 친절함을 나눠라.’하는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저는 이 말씀밖에 못해요. 그래서 ‘아이고, 미산 스님 법문 들을 필요 없어. 또 연기 중도 이야기 할 것이야.’ 그렇게 옆에서 이야기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그것은 큰 오산이에요. 같은 이야기를 자꾸 듣다 보면 내 마음 상태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들려요. 그리고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주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부처님 말씀이에요.
 
저는 여러분들께 부처님 말씀을 벗어나 법문을 전하지 않습니다. 부처님 말씀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듣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다주게 됩니다. 아까 말씀드린 황금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제 주위를 보면 근거 없는 허물을 들춰내고 비방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들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경험을 몇 번 쯤은 하셨을 거예요.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보고 잘못했다고 한다.’ 그런 적 없으세요? 있죠? 그 때 마음이 어땠습니까? 첫째, 억울하죠. 억울해요. 둘째, 화가 나죠. 셋째, 확 뭔가를 하고 싶죠? 그런데『법구경』 말씀에 보면 세상은 그렇게 이루어졌다는 거예요. 『법구경』의「분노품」「진구품」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은 이래왔다. 곧 사람은 서로 헐뜯고 비방한다는 사실이다. 말이 많아도 비방을 받고, 말이 적어도 비방을 받으며, 또한 적당히 말해도 비방을 받나니 비방 받지 않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예전이나 오늘날이나 미래에도 비방만 받는 사람, 칭찬만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칭찬과 비방이란 하나의 속절없는 이름일 뿐이다. 남의 허물은 보기 쉽지만 자기 잘못은 알기 어렵다. 남의 허물은 겨처럼 까불어서 버리지만, 자기 허물은 교묘하게 속이고 감춘다. 자기 허물을 숨기고 남의 허물을 들춰내는 사람은 마음에 번뇌만 키울 뿐이요, 번뇌를 소멸할 기약이 없다.”
 
사실 우리 인간은요, 오래 전부터 서로 헐뜯고 비방했어요. 그리고 인간사회는 말이 많아요. 말이 많으면 말이 많다고 하고, 말이 적으면 ‘아유, 저 사람 숙맥이야. 왜 말을 안 해?’하고 비방합니다. 적당히 말하면 비방 안 할 줄 알죠? ‘저 사람은 말을 적당히 해. 좀 제대로 하지.’ 또 이렇게 비방합니다. 그래서 예전이나 오늘이나 앞으로도 칭찬만 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남 허물 들춰내면 번뇌만 가득
 
비방과 칭찬은 우리 본성의 입장, 공(空)인 마음의 입장에서 보면 한갓 속절없는 이름일 뿐이에요. 허깨비에요. 사라지는 구름과 같은 것이고, 아침 이슬과 같은 것이고, 일어났다 사라지는 물거품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 본마음으로 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비방 받는 순간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오고, 비방하는 사람에게 똑같이 비방하고자 하는 마음이 올라옵니다. 그래서 참지 못해 행동으로 옮기면 그 결과는 괴로움이죠. 이로 인해 분쟁과 투쟁, 그리고 전쟁까지 불사하게 됩니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이고, 전쟁의 역사라고 이야기하죠. 이게 바로 부처님께서 꿰뚫어 보신 통찰이에요.
 
그렇다면 이 비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그냥 돌부처처럼 있어야 되겠습니까? ‘싸우지 않고 듣고만 있으려고 해도 잘 안되는데 어떻게 해야 돼요? 부처님,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이 마음이 올라오죠? 그래서 부처님께서 이치에 맞는 법을 가르쳐 주셨어요. 너무 자상해요.『잡아함경』18권 497경에 보면, 아주 명료하고 명쾌한 해답을 주셨어요.
 
어느 날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남의 잘못을 들춰내야 할 때 어떻게 하면 마음을 평온한 상태로 머물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남의 잘못을 들춰낼 때는 다음 다섯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들추려는 잘못이 사실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둘째, 시기가 적절한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셋째, 상대방이나 제3자에게도 이익이 있어야 한다.
넷째, 부드럽고 조용하며 시끄럽게 하거나 까다롭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사랑하는 마음을 유지하며 성내지 않아야 한다.”
 
부처님께서는요, ‘남의 잘못을 비방하지도 말고 들춰내지도 말라’ 그렇게만 말씀하신 게 아닙니다. 우리는 공동체생활에서나 가정에서 잘못을 지적해야 될 때가 있습니다. 무조건 지적하지 않고 놔두면 그게 눈덩이처럼 커져서 본인도 크게 화를 당하고, 주위 사람들이나 가족들이 힘들어지는 그런 상황에 처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것을 분명하게 지적할 때에 이 다섯 가지 입장을 정하고 평정의 마음으로 명료하게 지적해줘야 된다는 거예요.
 
제가 한 사례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어떤 기관에서 회의를 하였는데, 참석한 어떤 사람이 책임자가 회장 자리를 계속하려고 정관을 바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 사안에 대해 집중 조사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사실이 아닌 데도 특별위원회와 감사위원회를 만들어 조사하도록 한 겁니다. 회장이 얼마나 억울하였겠습니까? 회장의 명예를 훼손시킨 것입니다.
남의 잘못을 들출 때는 들추려는 잘못이 사실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돼요. 누군가의 말만 믿고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면 되레 자기가 당하게 돼 있어요. 그러죠? 그래서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잘못을 이야기할 때는 사실 관계를 분명히 규명해야 돼요. ‘누가 그랬다더라.’ 그것 가지고는 안 돼요. 스스로 규명해 봐야 돼요. 그런데 많은 경우 그렇게 하지 않아요. 대부분은 그냥 추측합니다. 심지어 기자들조차 추측기사를 써요.
 
남 허물 들춰낼 때 사랑의 마음 가져야
 
이래서는 사회가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지금은 인터넷 정보가 삽시간에 공유되는 시대입니다. SNS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천만 수억 명에게 공유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허위사실을 날조해서 공표하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합니다. 우리 불교계에도 힐링 멘토들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그런데 누군가가 그 분들이 하는 일을 방해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소문을 유포하면 큰 피해를 입는 거죠.
 
두 번째는 시기가 적절한지를 잘 살펴야 돼요. 이것 잘 하셔야 됩니다. 아내는 꼭 아침 식사할 때 남편 잘못을 들춰냅니다. 애들도 다 있는데 남편 체면이 어떻게 됩니까? ‘당신, 어젯밤에도 술 먹고 열두 시 넘어 들어왔지?’ 그러면서 아침 출근시간에 바가지를 긁어 대면, 소화가 되겠어요? 안되겠어요? 안됩니다. 소화가 안 되면 위장병이 생기죠. 그리고 직장에 가서 직장 상사라면 부하 직원들에게 기분 나쁘게 대할 거고, 부하직원이라면 상사한테 기분 나쁜 태도를 보이게 될 겁니다. 집안에서 받은 나쁜 기분이 직장이나 다른 데로 옮겨갑니다. 아이들한테도 아무데서나 막 꾸짖으면 아이들도 굉장히 기분 나빠해요. 애들도 그런 거 안 받아들입니다. 적절한 시기를 선택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상대방에게 이익이 되어야 됩니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허물을 들춰내면 안돼요. 이것도 큰 지혜입니다. 이게 어려운 거예요. 대개 남의 잘못을 들춰낼 때는 자기 이익을 먼저 생각합니다. 타인의 이익은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의 분노나 원망을 보상받기 위해 타인의 잘못을 들춰내거든요. 그랬을 때는 마음의 평정을 잃어버리게 돼요. 그 결과 나도 불행해지고 타인도 불행해진다는 거예요.
 
네 번째는 부드럽고 조용하며 까다롭지 않아야 됩니다. 남의 잘못을 떠들고 다니면 잘 될 일도 안돼요. 스스로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 부처님이 어려운 것만 주문하셨네요. 내 성질대로 퍼붓고 싶은데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못하게 했어요. 왜냐하면 결과가 뻔하니까. 그렇게 하면 누가 먼저 상해요? 자기가 먼저 상합니다. 그리고 상대방과의 관계는 개선될 여지가 없는 거예요. 오히려 악화되고 맙니다.
 
다섯 번째가 수행의 핵심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유지하며 성내지 않아야 됩니다. 남의 허물을 들춰낼 때요. 그 바탕에 연민과 사랑하는 마음, 자애심이 없으면 반발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훈계할 때 밑바탕에 사랑과 연민의 마음이 있으면 먹혀 들어갑니다. 작용을 해요. 그런데 미움과 원망이 가득 찬 상태에서 허물을 들춰내면 반발합니다. 그래서 허물을 들춰낼 때는 내 마음 밑바탕에 진정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이 있는지 살펴보고 그 마음이 없으면 먼저 스스로를 낮추고 참회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입니다.(녹취 및 정리: 이화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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