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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대감이 찾는 인간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7/25 [20:47]
김주호 칼럼

벼락대감이 찾는 인간

김주호 칼럼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7/25 [20:47]

▲ 김주호 민족종교대기자     ©매일종교신문
죽은 영혼이 일단 거쳐야 할 곳이 염라대왕(閻羅大王)이다. 지상에 살아 있는 동안 쌓았던 선․악을 판별하여 선보(善報)와 업보(業報)를 내린다.    

그런데 한번은 이 염라대왕이 벼락대감에게 특명을 내렸다. 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인간이 있으면 딱 한사람만 죽이고 올라오라는 것이다. 이 분부를 받고 내려와 막상 세상 인간들을 보아하니 부녀자 겁탈한 놈, 아랫사람은 굶는데 자기 뱃속만 채우는 놀부 같은 놈, 살인 강도짓 한 놈, 부모에 패륜을 저지르는 불효막심한 놈, 부정부패로 부귀권세를 누리는 놈 등등 과연 벼락을 맞을 인간들이 부지기 수였다.     

어느 곳을 찾아갈까 망설이던 벼락대감이 처음으로 찾아 간 곳이 당대의 세도가 김정승의 집이었다. 풍문대로 김정승은 과연 악질관리였다. 마땅히 벼락을 맞아 죽어야 할 전형적인 탐관오리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집에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귀동자(貴童子)들이 여럿 있었다. 벼락대감이 생각컨 대, 이 애들을 보아서는 차마 김 정승을 죽일 수가 없었다.
   
발길을 돌려 다음에 찾아간 곳은 당대의 부호 이가의 집이었다. 과연 듣던 대로 그는 악질상인 이었다. 악랄한 수단으로 많은 재산을 축적하고 있었다. 이 이가 놈을 죽여 버릴까 하다가 멈췄다. 보아하니 그에게 붙어서 생계를 유지하는 수많은 고용인, 거래인 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을 보아서는 이 역시 차마 이가 놈을 죽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가면 염라대왕의 분부를 저버리게 되니 그럴 순 없는 노릇이고, 도심을 지나 교외로 빠져나가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야산 기슭에 조그마한 초가 한 채가 눈앞에 들어왔다. 부근엔 불 땔 나무가 풍부 하건만 지붕을 헐어서 불을 땐 흔적이 있는 것을 보니 이집 주인은 꽤나 게으른가 보다.    

방안을 들여다보니 한진사(韓進士)가 앉아서 열심히 글을 읽고 있는데 명심보감(明心寶鑑)이다. 몰골을 보니 악에 바쳐서 눈만 앙동그랗게 뜨고 있고, 며칠을 굶었던지 배는 쑥 들어가 있었다.

세상이 온통 썩은 웅덩이에 빠져 있으며, 자기만이 청렴하고 옳다고 자부하고, 세상과 떨어져 자기중심주의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광경을 바라보던 벼락대감은 불문곡직 자기도 모르게 그만 벼락을 쳐서 그 한진사를 죽이고 말았다. 이런 인간은 세상에 살아 있을 아무런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천상으로 되돌아간 벼락대감은 그 같은 사유를 보고 하였다. 보고를 들은 염라대왕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대로 가납(嘉納) 하시더라는 것이다. ‘한진사 고사(故事)’의 이야기다.   

세상에는 꼭 있어야 할 사람과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어선 안 될 사람 이렇게 세 부류가 있다고 한다. 나는 과연 쓸모가 있는 사람인가. 자문자답 해 보자. 기도 할 때와 세상 속에 있을 때가 다르고 아직도 기복주의와 위선의 탈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신 앞에 나는 쓰임 받은 존재인지,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존재인지, 진정한 신앙인의 길을 가고 있는지 말이다.

벼락대감이 내리치는 천둥번개가 진동하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마철이 곧 다가 온다. 혹시 나는 벼락대감이 찾는 대상은 아닐까. 인간들에게 자아성찰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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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유천하 2017/07/25 [21:37] 수정 | 삭제
  • 세상에는 꼭 있어야 할 사람과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어선 안 될 사람 이렇게 세 부류가 있다고 한다. 나는 과연 쓸모가 있는 사람인가. 자문자답 해 봅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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