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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언어 활성화를 위한 교육적 역할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9/30 [19:12]
한국의 다문화보고서

이중언어 활성화를 위한 교육적 역할

한국의 다문화보고서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9/30 [19:12]
이중언어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이중언어의 장점에 관해서는 그동안 여러 보고를 통해 밝혀진 바이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동화정책이나 한국 생활의 적응을 위해 자신의 모국어를 덮어두고 단지 한국어만을 사용하기를 강요받는 환경인 것도 사실이다.
 
자신은 물론 자녀들에 대해서도 어린 시절 한국어 습득에 장애가 된다는 인식 하에 이중언어 즉, 자신의 모국어 가르치기를 꺼려왔던 것이다. 이에 관한 반성과 더불어 이는 장차 국가 경쟁력에도 커다란 손실이라는 차원에서 최근 이중언어교육에 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 한국의 동화정책이나 생활의 적응을 위해 지 한국어만을 사용하기를 강요받는 환경에서 장차 국가 경쟁력을 위해 이중언어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충북 보은교육지원청의 다문화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 모습.     ©
1. 가정의 역할

박정은(2007)은 다문화가족 자녀를 이중언어화자로 키우려면 우선 가정에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외국 어머니의 인식과 신념이다. 이는 아버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이중언어를 일상화하는데 중요한 출발이 되어진다. 우선 외국 어머니 혹은 아버지 자신이 일반 어머니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낳은 어이를 “자신에게 가장 자신 있고 언어적 경험이 풍부한 언어로 육아할 권리가 있고, 아이 또한 외국인 부모의 언어를 접하며 자랄 권리가 있다”(ibid., 84) 외국인 아버지 혹은 어머니는 이러한 자신의 권리를 분명히 인식하고, 자기 아이를 이중언어화자로 키우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매우 유익하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둘째, 가족의 협조다. 외국인 어머니나 아버지의 신념이 확고하더라도 가족 즉, 시부모나 남편 혹은 부인의 협조가 없으면 자녀를 이중언어화자로 키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족은 “아이의 한국어가 걱정된다거나 엄마와 아이가 하는 말을 가족들이 알아들을 수 없다는 이유로 외국인 엄마들에게 서툰 한국어로 아이를 키우게 해서는 안 된다.”(ibid., 117∼118) 이것은 ‘모유’가 잘 나오는 어머니에게 ‘분유’를 먹이라고 하는 것, ‘최고의 재봉사’에게 ‘허름한 옷감’으로 옷을 만들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남편 혹은 아내와 시부모는 자녀 또는 손자손녀의 미래를 위해서 다소 불편하더라고 외국인 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자신의 모국어로 자녀를 양육하는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셋째, 일관성 있는 언어생활이다. “아이가 한국말을 할 줄 알게 되었다고 의식 없이 우리말을 구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이중언어 환경에서 외국인 어머니나 아버지는 모어교육의 유일한 모델이다.”(ibid., 122) 많은 이중언어교육학자들은 소수어인 외국인 어머니나 아버지의 언어와 다수어인 한국어의 비중을 8∶2로 제안하고 있다.(박주영ㆍ김지현 역, 2007∶148) 흔히 ‘온실접근법’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이른 시기에 소수어를 충분히 발달시켜 (유치원, 학교와 같은 교육 기관에서) 다수어에 노출되더라도 그 압력을 견뎌 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을 말한다. 만약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 8∶2 비율을 지키기 어렵다면, 외국인 어머니 혹은 아버지는 자녀가 깨어 있는 시간의 5분의 1만이라도 자신의 언어로 양육하여야 한다. “두 가지 언어를 모두 활발하게 사용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2세 아동이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은 대략 12시간이므로 적어도 2시간 30분 정도”(ibid., 144)만이라도 자신의 언어로 상호작용해야 한다. 아무튼 외국인 어머니나 아버지는 “어린 시기에 다수 언어보다는 소수언어를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영향력의 바람은 다수언어 쪽으로 분다.”(정부연 역, 2006∶49)는 사실을 명심하고 자녀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언어를 일관성 있게 사용하여야 한다.

넷째, ‘양질’의 의사소통이다. 외국인 어머니나 아버지는 아내, 어머니, 며느리 등 일인다역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자녀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할 수 있다. 이때 많이 생각하는 것이 자녀에게 녹음테이프나 비디오를 틀어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주영ㆍ김지현, 2007∶53)는 “장시간 또는 습관적으로 외국인 엄마 혹은 아빠의 언어로 영상물을 보여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엄마 혹은 아빠의 언어로 책을 읽는다든지, 놀이를 같이 하면서 아이와 단 둘이서만 지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2. 학교의 역할

다문화가족 자녀도 일정한 나이가 되면 유치원과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이들은 균형 잡힌 이중언어화자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교사, 학교, 교육부도 이런 노력에 동참하여야 한다.

먼저, 교사는 다문화가족 자녀의 모국어에 가치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책을 들고 “이게 뭐예요?”라고 물으면 학생들은 ‘책’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교사는 다시 “‘책’ 말고 다른 표현은 없나요?”라고 물으면 학생들은 ‘book'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시 “‘책’이나 ‘book'말고 다른 표현은 없나요?”라고 물으면 일반가정 자녀들은 아무 말도 못 할 것이고, 외국인 어머니나 아버지를 둔 학생들은 ‘슈’(중국어), ‘혼’(일본어), ‘삿’(베트남어) 등으로 대답할 것이다. 이때 교사는 그렇게 대답한 학생에게 그 단어를 칠판에 써 보게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그것을 공책에 써 보게 한다. 이러한 활동은 문장, 동작, 문화 차원에서도 할 수 있다. 이것은 다문화가족 학생의 자부심을 고양시킬 뿐만 아니라 이 학생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편견을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학교는 웅변대회, 사생대회 등을 통해서 그들이 자신의 이중언어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또 창의력 체험활동 시간에 이중언어강사를 통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몽골어 등 다양한 외국어를 가르쳐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다문화 친화적 활동은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다.

3. 교육부의 역할

교육부는 전국 33개의 외국어고등학교에 소수어반을 신설 또는 증설하고 그 정원의 일부를 다문화가족 자녀로 선발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선발된 학생들은 국ㆍ영ㆍ수는 좀 못해도 해당 언어에서만큼은 원어민이어서 나머지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교육부는 국제기능고등학교(가칭)와 같은 학교를 만들어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자신의 이중언어화자로서의 능력을 유지하고, 미용, 회계, 영농 등 실제적인 기술을 익히게 할 수 있다. 또 교육부는 외국어전문대학을 증설하고 일반대학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할 수 있다. 각 시도별로 소규모지만 알찬 외국어전문대학을 만들어 이중언어능력, 기술, 지식을 신장시킨다면 다문화가정 자녀는 매우 유용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대학의 경우, 이들을 특별 전형, 예를 들어 ‘언어능력 우수자 특별 전형’(가칭)으로 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선발기준은 외국인 어머니 또는 아버지의 언어와 문화를 어느 정도 잘 전수 받았느냐로 했으면 한다. 이렇게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이 한국어, 모국어, 영어 구사능력을 계속 신장시키고 자신의 전공에 매진한다면, 이들은 졸업 후 한국, 외국인 어머니 또는 아버지의 나라, 제3국 어디에서나 살아갈 수 있는 ‘글로벌’ 인재가 될 것이다.  -장승업의 <다문화가족 자녀의 이중언어교육> 참조-  
이길연(다문화학회 회장,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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