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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귀 쫓아내기

사나소 | 기사입력 2015/01/22 [12:08]
'사나소 이야기'

잡귀 쫓아내기

'사나소 이야기'

사나소 | 입력 : 2015/01/22 [12:08]

▲ 테레사 수녀가 1997년 선종(善終)하기 전, ‘악령을 쫓아내는 의식'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등 잡귀를 쫓는 퇴치법은 한국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있어 왔다.     ©

2001년 9월 외신은 ‘빈민들의 어머니’라 불리며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던 가톨릭의 테레사 수녀가 1997년 선종(善終)하기 전, ‘악령을 쫓아내는 의식'을 받았다고 전했다. 인도의 앙리 드수자 대주교는 ‘테레사 수녀가 의학적인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면증에 시달렸기 때문에 악마의 공격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교회의 이름으로 악령을 쫓는 기도(exorcism prayer)를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극히 드물기는 하나 사탄의 괴롭힘을 당하기 쉬운 옛 성인들 가운데서도 이 같은 악령 쫓는 기도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고 전한다. 가톨릭 성인들이라면 사람이 죽은 원귀나 잡귀 수준의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겠지만 타락한 대천사 수준의 사탄이나 마귀의 괴롭힘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 않겠는가.    

20세기의 70년대에 나온 영화 ‘엑소시스트exorcist’란 영화도 마귀든 한 소녀의 이야기로 결국은 가톨릭 신부의 악령 쫓는 기도로 병을 치유하는 내용이었다. 엑소시스트를 넓게 해석하면 ‘귀신 쫓는 무당’이다. 가톨릭뿐만 아니라 세계의 거의 모든 종교, 거의 모든 민족에서 ‘귀신 쫓는 의식’이나 ‘귀신 쫓는 무당’은 있다.     

기독교 외경 가운데 하나인 ‘토비드’는 경건하면서 자비심 많은 ‘토비드’를 주인공으로 기원전 200년경에 쓰인 소설이다. 여기서 악마를 쫓는 부적은 물고기의 염통과 쓸개였다.     

소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토비드는 기원전 8세기 갈릴리 지방에 살면서 당시 우상숭배가 성행했음에도 신앙을 깨끗이 지키며 살았다. 이스라엘이 망하자 가족과 함께 포로의 몸이 되어 바빌론으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왕의 신임을 얻어 왕궁의 일을 돕는다. 그런 가운데서도 유대교의 율법들을 지켰고 핍박받아 죽어가는 동족들을 보살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느 오순절 날 장터에서 살해된 유대인의 시체를 몰래 치워주고 담 아래서 잠을 청하다가(시체를 만진 몸이므로 종교적으로 불결하기 때문에) 뜨거운 새의 똥이 눈으로 들어가 그만 실명하고 만다. 일도 할 수 없게 된 그는 날마다 괴로움과 조롱을 참지 못하고 하느님에게 ‘빨리 죽게 해 달라.’고 기도하게 된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시에 사라라는 여성이 있어 역시 하느님에게 ‘빨리 죽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이유인즉 이 경건한 여자가 결혼만 하면 첫날밤에 신랑이 죽고 말아 벌써 7번째 신랑이 죽어 나갔던 것이다. 다름 아닌 아스모데오라는 악령이 그녀를 사랑한 나머지 결혼 할 때마다 그녀의 신랑을 죽였던 것이다.     

여기서 하느님이 개입한다. 천사 라파엘을 이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라파엘’은 ‘하느님께서 고쳐 주신다.’라는 뜻이라던가?    

어찌되었거나 라파엘은 아자리아라는 사람으로 변해 토비드의 아들 토비아를 도와 아버지가 빌려 주었던 돈을 찾으러 갈 때 길 안내역을 맡으며 바로 이 물고기 염통과 쓸개가 악마를 퇴치하는데 쓰인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물고기의 간은 새똥으로 실명한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 준다는 것이다.     

아들 토비아는 라파엘의 권고로 사라와 결혼하고, 첫날 밤 향불위에 물고기의 염통과 쓸개를 얹어 태운다. 그 연기와 냄새를 맡고 악마는 멀리 이집트까지 도망갔으나 천사 라파엘이 추적하여 꼼짝 못하게 해 놓았다. 경건한 신앙인들의 해피앤딩 스토리라 하겠다.     

물고기의 염통과 쓸개가 악마퇴치에 효력이 있다는 것은 ‘토비드’라는 소설 내용에서뿐만 아니라 실제에도 그렇게 쓰였던 모양이다. 앞서 나왔던 호주 원주민 민속 가운데 사람이 ‘그림자 혼’인 메렐 때문에 병이 든 것으로 판명되면 의사 무당이 그 환자의 앞가슴이나 어깨를 주무르거나 입으로 빨아 메렐을 환자 몸에서 쫓아내 준다.     

이 방법이 요즘도 상당한 효과를 본다고 전한다.     

환자의 몸을 주무르거나 신체 부위를 입으로 빨아 몸속의 악귀를 쫓아내는 방법은 이곳 말고도 시베리아의 샤먼, 남북미 인디언 등, 그 분포율이 높다. 때로 이들은 피부를 입으로 빤 후 돌이나 뼈 조각 등을 입에서 빼내기도 하는데 대부분 미리 준비해 둔 것이다. 이른바 악귀의 상징을 환자에게 보여주며 ‘이제 악귀는 없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믿는 곳에 기적 있다.’하지 않는가. 환자가 이 같은 치유과정을 믿기만 한다면 심리적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는 전문적 무당 말고도 떠돌이 잡귀를 쫓는 전통적 퇴치법이 있었다.     

20세기의 50년대까지만 해도 무당이 아닌 할머니 어머니가 직접 집안에서 주재했던 잡귀 퇴치법은 처음 날콩을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잡귀 또는 객귀가 들면 백약이 무효에다 운신도 어렵게 된다. 일단 날콩을 씹으면 잡귀의 존재를 알 수 있는데 잡귀가 들어 있을 때 환자는 날콩의 비린내를 감지하지 못한다. 이렇게 해서 잡귀든 것이 확인되면 바가지에 찬물을 담고 물에 밥을 만 다음 부엌칼을 가지고 환자 곁에 앉아 ‘이놈 객귀야 들어 봐라. 이 물에 만 밥 먹고 썩 나가거라.’라며 사설을 한참 푼 다음 부엌칼로 환자의 머리 위를 썩썩 3번 문지른 다음 마당에 나가 칼날이 대문 쪽으로 향하도록 칼을 마당에 던져 꽂고 바가지를 엎는다. 이때도 ‘썩 안 나가면........’ 등의 사설을 한바탕 해 댄다. 칼을 뽑아 바가지 위에 걸쳐두고 주재자가 집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것으로 퇴치 극은 끝난다. 또 신기하게도 이만한 객귀 물리기로도 병이 깨끗이 낫는 경험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이 신통하지 않은가.     

이밖에도 우리는 복숭아나무, 갈대이삭, 오색실, 오색헝겊, 바늘 등의 부적으로 귀신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옛날에는 정신병의 원인을 귀신 든 것으로 보았으므로 정신병 치료는 ‘귀신 물리치기’에 해당되었다. 그래서 병자를 방안에 가두고 복숭아나무나 뽕나무 가지로 심하게 구타하기도 했는데 이는 환자의 신체를 구타함으로써 그 안에 든 귀신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물러나게 해 병을 고친다는 방법이었다.     

또 하나, 이때 쓰는 복숭아나무는 특히 동쪽으로 뻗은 가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복숭아나무는 사기(邪氣)를 없애고 백귀(百鬼)를 쫓는 힘을 가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귀신을 놀라게 해 쫓아내는 방법도 있었는데 말라리아 환자의 목에 갑자기 뱀을 감아주거나 등 뒤에서 밀어 물에 빠뜨리는 등의 귀신 퇴치법도 있었다. ‘딸꾹질 하는 사람을 놀라게 하면 딸꾹질이 멎는다.’는 치료법도 이런데서 연유한 것은 아닐까?     

딸꾹질에 대한 이 같은 치료법은 동서양 어디서나 지금도 쓰이고 있는 방법이다.    

이색적인 고치법(叩齒法)은 도교의 악귀 퇴치법이다. 악귀는 사람 이빨 부딪치는 소리를 무서워한단다. 밤길을 걸을 때 이빨을 딱딱거리면 악귀가 얼씬도 못한다고 믿는다. 이빨 맞부딪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왼쪽 이빨을 부딪치는 타천종, 오른쪽 이빨 부딪치는 추천경, 앞니를 부딪치는 명천고 등등. 악귀의 종류에 따른 대처법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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