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를 10년간 통치한 고(故) 압둘라 국왕이 23일(현지시간) 새타계한 날 오후 애도 예배 형식의 간소한 장례식을 치른 뒤 수도 리야드에 있는 평민들과 나란히 알오드 공동묘지에 묻혔다.
 
시신은 관도 없이 흰 천만 한장 둘렀고 묘소에는 뗏장을 입힌 봉분을 올리는 대신 흙바닥에 얕게 자갈을 깔아 간신히 무덤이라는 것만 알아볼 수 있는 정도다. 이 묘지에 묻힌 선대 국왕이나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묘비도 남기지 않았다.
 
자산 규모가 170억달러(약 18조4천억원)에 달하는 압둘라 국왕의 마지막이 이처럼 소박한 것은 사우디의 지배 이념인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와하비즘) 지침을 따른 결과이다. 와하비즘 교리는 사치스러운 장례 행사를 우상 숭배에 가까운 죄악으로 간주해 국왕이 서거해도 공식적인 애도 기간을 두거나 추모 집회를 여는 일이 없다.
 
왕국 주변의 깃발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높이로 내걸렸고, 정부 기관들도 중동의 주말인 금·토요일이 지나면 일요일부터 정상 근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이슬람 전문가 토니 스트리트 박사는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이슬람 교리에 대한 헌신을 중시하는 와하비즘 교도들은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기는 것에 적대적"이라고 설명했다. 비단 와하비즘 신도 뿐 아니라 이슬람에선 죽음을 종교적으로 해석해 담담히 받아들인다.
 
죽음이 끝이 아니며 완전히 존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게 이슬람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이는 영생으로 가는 과정일 뿐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슬람 경전 꾸란에도 죽음에 대해 '알라로부터 와서 당신에게 돌아간다'는 구절이 있다.
 
이런 이유로 무슬림에겐 가족이나 지인이 죽어도 통곡하거나 과도하게 슬픔을 표시하는 행위는 하람(금기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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