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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현 스님 은처’ 주장은 정치적 단체의 마녀사냥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7/03 [20:35]
호계원 징계감형 논란에 법보신문 지적

‘의현 스님 은처’ 주장은 정치적 단체의 마녀사냥

호계원 징계감형 논란에 법보신문 지적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7/03 [20:35]
조계종 재심호계원(원장 자광 스님)이 최근 의현 전 총무원장의 재심을 받아들여 감형을 결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종정 진제 스님이 이례적으로 시중(示衆)을 발표해 “호계원의 이번 결정은 여명이 밝아오는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치하한 반면 1994년 종단개혁을 주도했던 스님과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은 “이번 판결이 종도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의현 전 총무원장에 대한 편법사면”이라며 잇따라 비판성명을 내놓았다.
 
특히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원장 김종규 변호사, 교단자정센터)는 지난달 25일 긴급성명서를 통해 “종헌개정 없이 서의현에 대한 총무원의 분한신고 통과와 복적은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단자정센터는 그 이유에 대해 “1994년 6월8일 대한불교조계종 초심호계원의 서의현에 대한 멸빈 결정 사유 중 하나는 처자가 있다는 것”이라며 “이미 훨씬 전 사회 법원에서는 이와 관련한 판결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교단자정센터는 6월30일 기자회견에서도 “의현 스님이 처자식을 거느렸다”고 단정하며 “의현 스님의 복권반대”를 외쳤다. 뿐만 아니라 교단자정센터는 이미 2008년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은 의현 스님의 ‘문화재 은닉 혐의’를 언급하면서 “의현 스님이 가져간 문화재를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도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하면서 의현 스님은 반론권도 얻지 못한 채 “처자식을 거느린 스님”으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교단자정센터의 이 같은 성명은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거치지 않고 발표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1994년 6월8일 초심호계원이 의현 스님의 체탈도첩을 결정한 ‘징계결정문’을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더러 이와 관련한 법원의 판결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보신문이 확인한 징계결정문에 따르면 초심호계원은 의현 스님의 징계를 결정하면서 “처자를 거느리고 있다”고 단정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 다만 초심호계원은 “최모 여인과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유인물이 나돌았고, 서원장의 계율과 관련된 근거에 의거 구종단체들로부터 수건의 직무 집행정지가처분 송사로 이어져 종단과 승려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있다”고 징계사유를 들었다. 초심호계원은 또 “피징계인(의현 스님)은 90년 7월~93년 3월6일까지 비서실에 근무하던 오모 양과의 불륜관계로 인하여 송사 및 주간지에 기사화됨으로써 종단과 승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종단 안팎에서 나돌던 유인물과 괴문서, 의혹 수준의 주간지 기사가 징계사유로 채택될 수 있는지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초심호계원의 결정문 어디에도 “의현 스님이 처자식을 거느리고 있다”고 단정한 사실은 없었다.
 
이와 함께 의현 스님의 범계사실을 단정하면서 그 근거로 제시한 서울고등법원(1991년 4월4일 선고)의 판결문도 교단자정센터의 주장과는 한참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은 1990년 김모 스님이 의현 스님의 범계행위를 주장하고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이로 인해 김모 스님은 종단으로부터 ‘체탈도첩’을 당했고, 그러자 김모 스님은 법원에 징계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의현 스님에게 최모 여인 등과 내연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있었고, 원고(김모 스님)는 그 나름대로 자료를 가지고 이를 사실로 믿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따라서 종단의 징계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결국 법원의 판단은 의현 스님의 범계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사실관계를 떠나 김모 스님이 소송을 제기할 당시 본인 스스로 사실로 믿었다는 것을 인정해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법원이 의현 스님의 범계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 준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교단자정센터는 사실상 의현 스님의 범계행위를 확인해 준 판결로 해석해 상대를 파렴치한 인물로 몰아갔다.
 
이에 대해 교단자정센터 김종규 원장은 “초심호계원의 징계결의서를 확인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당시 징계에 관여했던 몇몇 스님들의 말을 듣고 작성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은 이어 “사실로 단정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증거를 확인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교단자정센터 6명의 변호사들과 논의한 결과 ‘그 정도의 확인절차를 거쳤으면 성명서를 발표해도 무난하다’고 의견을 모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단자정센터의 추정과 달리 아직까지 의현 스님이 “처자식을 거느리고 있다”고 단정할 만한 구체적인 입증자료가 나온 것은 없다.
 
실제 의현 스님은 지난달 30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를 둔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문화재 은닉’에 대해서도 “2008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신고자가 무고죄로 1년 실형을 살았다”고 말했다.
 
비판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구체적인 근거자료와 객관성이 담보될 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실검증 없이 의혹을 사실로 부풀려 특정인을 매도하면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으며, 대중의 불신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청정승가를 위해 감시자 역할을 자임해 온 교단자정센터가 최근 “정치단체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법보신문은 지적했다. 따라서 교단자정센터는 누군가에 대한 맹비난에 앞서 스스로에 대한 뼈저린 성찰과 참회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현 스님의 징계감형 논란이 본질과 다르게 과도한 정치적 해석과 억측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이다. 의현 스님이 1994년 종단개혁을 초래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재심호계원이 대중공의를 모으지 않고 전격적으로 징계감형을 결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정서지만 그렇더라도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판결을 두고 “종단개혁 부정”이라거나 “현 총무원장의 3선을 위한 전조”라는 과도한 주장을 내놓는 것은 의현 스님의 징계감형을 빌미로 ‘현 종단 집행부를 흔들어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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