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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계불교⑥내가 본 미얀마불교

이치란 객원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6/10/17 [07:28]
인도의 원형불교 전통은 미얀마에서 이어가고 있다

현대 세계불교⑥내가 본 미얀마불교

인도의 원형불교 전통은 미얀마에서 이어가고 있다

이치란 객원논설위원 | 입력 : 2016/10/17 [07:28]
▲ 비구들이 이른 아침 탁발공양을 하고 있다.    

인도의 원형불교 전통은 미얀마에서 이어가고 있다

미얀마 불교는 상좌부 불교전통에서 어쩌면 가장 인도의 원형 불교를 잘 보존,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지금 인도에는 미얀마 불교와 같은 탁발공양 미풍은 사라진지가 오래이다. 불교가 전멸한 것은 아니지만, 불교로서의 기본 공동체는 거의 무너졌다고 하겠다. 불교의 생명은 승가공동체가 그 중심이 된다. 불교의 진리가 아무리 뛰어나고, 철학적이고 과학적이라고 할지라도 불교라는 종교를 실제로 이끌어 가는 실체가 없다면, 불교는 생명력이 사라진 종교일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인도의 원형불교 전통은 미얀마에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미얀마 불교에서 승가공동체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 우선 비구들의 수가 50만 명이나 되다 보니, 미얀마의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비구스님들을 보게 되고 사원을 만나게 된다. 불교는 그야말로 미얀마인들의 삶, 그 자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민중들의 삶 가까이에서 항상 함께 호흡하고 있다. 비구의 일상은 이른 아침 해가 뜨기 전, 탁발공양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탁발공양 전통은 부처님 당시부터 행해진 비구들의 일상이었다. 부처님 승가공동체 그 이전부터 인도에서는 종교적인 유행자(遊行者)들이 있었다. 이런 유행하는 철인들을 ‘슈라마나’라고 불렀는데, 부처님도 붓다가 되기 전에는 이런 한 유행자 신분이었다. 다른 슈라마나들과 마찬가지로 걸식을 하면서 수행에 몰두 했던 것이다. 무상대도(無上大道)를 성취한 다음, 부처님은 보다 체계적인 공동체를 이끌면서 탁발공양도 제도로서 확립되었다.
 
비구에게 있어서 먹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비구는 노동을 한다거나 생업에 종사하여 수입을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추종자들로부터 공급받는 공양물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공양은 단순한 식음료뿐 아니라 옷가지나 그 밖의 생활필수품에 까지 확대되었다. 이런 탁발공양의 역사와 전통은 사원경제의 핵심을 이루면서 비구 즉 사원 수입의 근간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보는 미얀마 불교에서의 승가공동체는 인도에서의 불교가 왕성했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남방 상좌부 권에서 승가에 공양을 올리는 제도가 잘 확립되어 있는 나라는 미얀마와 태국이며, 캄보디아와 라오스이다. 적어도 비구들이 먹는 것 입는 것 걱정하지 않고 마음 놓고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나라들이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이며, 베트남 또한 공양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다고 하겠다. 스리랑카도 기본적으로 신도들이 가져다주는 공양에 의지하지만,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와 비교한다면 강도가 떨어진다고 할 것이다.
 
인도에서부터 시작된 승가의 탁발공양은 미얀마 태국 등 상좌부 불교국가에서는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전통으로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비구들의 가장 중요한 일상의 중심을 이루는 수행과정 그 자체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얀마불교는 인도의 원형불교 전통을 그대로 유지 계승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내가 본 미얀마 불교의 또 다른 강점은 공부하는 비구들의 모습이다. 사원에 입문하자마자, 부딪치는 문제는 비구로서의 정체성이다. 비구로서의 정체성은 첫째가 빨리어 학습이다. 누차 소개했지만, 빨리어는 부처님께서 직접 사용했던 언어이다. 상좌부의 경전체계가 빨리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빨리어를 습득하지 않는다면 부처님의 말씀을 접할 수가 없다.
 
빨리어는 인도-유럽어족으로서 인도중부지역의 프라크리트어(방언)이다. 하지만 미얀마인들의 절대 다수를 점하는 버마인들의 언어는 버마어이다. 버마어는 티벳-버마어계이다. 음운체계가 전연 다른 언어체계임에도 불구하고 부단한 노력과 학습에 의해서 자신들의 경전어(經典語)로 만들었다는 데에 경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1천년의 역사를 갖는 이런 빨리어의 학습과 활용은 정말 기적 같은 부사의(不思議)한 종교적 열정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이런 빨리어의 학습은 인도의 원형불교를 계승한 실론(스리랑랑카)승가에서 이식해 왔다. 

▲ 미얀마의 고승인 한 삼장법사가 명상수행자들에게 명상설법을 하고 있다.    

이처럼 미얀마에서의 빨리어 학습과 전통은 심화되어 있다. 미얀마에서는 일단 불문에 들어서면 빨리어 학습부터 하게끔 교과과정이 정해져 있다. 거의 20년에서 30년 정도 빨리어에 의한 경전학습을 함으로써, 상좌부의 모든 경율론 삼장에 정통하게 되지만, 삼장법사란 칭호를 듣기까지는 한층 더 고차원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게다가 삼장법사라면 모든 경율론을 암송할 정도의 구송력(口誦力)이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 또한 만만치가 않다. 상좌부 권에서도 미얀마에서만이 경율론 삼장 전체를 구송해 내는 비구가 10명 정도 있으며, 솔직히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물론 2300년의 불교 역사를 자랑하는 스리랑카 불교의 빨리어 학습과 수준도 높지만, 미얀마에 비교하면 열세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마치 중국에서 선불교가 발아하고 한때 융성했지만, 지금은 한국의 선불교 특히 간화선 전통과 실참실수(實參實修)에 있어서는 솔직히 한국불교가 더 탄탄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실론에 전해지고 인도와 실론에서 전성을 이루다가 지금은 그 강도가 미얀마에서 최고조에 달해 있다는 느낌이다. 상좌부불교의 진면목을 체험하기 위해선 미얀마로 가야할 정도로 인도-실론의 원형불교 승가공동체가 살아서 움직이고 있음을 목격할 수가 있다. 
 
▲ 불교역사상 공인된 여섯 번째 경전결집(1954-1956년)이 이루어진 미얀마 양곤의 가바아에 파고다(동굴사원)로 일명 세계평화파고다사원.  

경전독해와 구송(口誦)은 제5.6차 경전결집(經典結集)을 이끌어냈다. 경전결집은 상좌부 삼장 전반에 대한 편집회의이다. 부처님께서 45년간 설한 붓다와차나(佛說)에 대한 확인 점검에 의한 삼장 특히 결율(經律)에 대한 정본화(正本化) 작업이다. 불교 2천 6백년사에서 정통텍스트 편집회의는 6차례가 공인되고 있다. 다만 제1차부터 3차 까지는 남방 상좌부와 북방 대승이 공통으로 공인하고 있으며, 제4차 회의는 상좌부와 대승이 각각 따로 개최했으므로 두 곳에서 열렸고, 이후 상좌부는 버마에서 5차와 6차 경전결집회의를 개최했다. 대승불교에서는 중국 한국 티베트 몽골 거란 만주 등지에서 대장경이란 이름으로 경전을 판각하여 집대성(集大成)하기에 이르렀으며, 근대에는 일본에서 대정신수대장경을 인쇄체로 간행했으며, 현대에 와서는 대만에서 전자불전으로 집대성하였다. 또한 영국에서는 19세기 말부터 실론 본 빨리어 삼장을 영역화(英譯化)하여 간행, 불교학 연구의 텍스트로 활용되고 있다.
 
버마(미얀마)에서 이런 5,6차 경전결집회의를 주도했다는 것은 그만큼 빨리어와 경전연구가 최고점에 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내가 본 미얀마불교의 또 다른 강점은 명상수련이다. 기복성의 공덕 쌓기 불교가 없진 않지만, 승가나 재가 구분 없이 명상(위빠사나)수련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몇몇 명상센터는 외국인들에게도 개방하고 있어서, 서구는 물론 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수 천 명의 승가 재가 불자들이 미얀마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미얀마불교에서 명상수련의 경험을 쌓는 것은 중요하지만, 미얀마 불교 승가의 전통적인 승가생활이라든지 빨리어 학습 등, 불교본연의 입장에서 미얀마 불교의 정체성을 바로 보는 시각 도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내가 본 미얀마 불교의 본 모습은 명상수련의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미얀마 승가가 인도-실론으로 계승되는 초기불교의 전통과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승가공동체의 정통성의 계승 유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보검(해동 세계불교연구원장 www.haedongacadem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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