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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박사의 ‘바둑으로 배우는 성경공부’
바둑으로 배우는 성경공부 16
일치되는 바둑판 위 바둑돌과 은하계 모양
기사입력: 2016/10/21 [14:12]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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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되는 바둑판 위 바둑돌과 은하계 모양
 
과거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고건(高建)씨가 명지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 후, 동양(東洋) 전래(傳來)의 두뇌적 경기인 바둑을 세계적인 학문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1997년 세계 최초로 명지대학교 용인캠퍼스에 바둑학과를 만들었고, 이때 바둑학과 교수로 영입하였던 기사가 바로 정수현 9단이었다. 그 당시 정수현 9단은 바둑 신인왕(新人王)을 차지하는 등 한참 기세를 올리던 중이었기에, 바둑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프리미엄들을 포기해버리고 바둑학과 교수직 제의를 선뜻 수락했다는 것은 참으로 믿기 어려울 만큼 놀랄만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요즘같이 온라인게임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고 세계적인 기전을 우리나라 기사들이 거의 휩쓸고 있었던 터이라 바둑 인기가 무척 높아 상위 클래스의 프로기사들은 대기업 강의나 재벌가 사장들의 개인 지도에 수백 수천만 원 씩 받곤하던 그런 시절이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정수현 프로는 기도보국(棋道報國-바둑으로 나라에 은혜를 갚겠다는 한국바둑의 개척자 故 조남철 님의 좌우명)의 뜻을 받들어 자신도 바둑을 학문적으로 정립하여 나라에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평소 지니고 있었기에 그런 과감한 결정을 쉽게 내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가 정수현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1980년 초 한양대 학생회관 기우회에서.
그때 필자는 현역 대학생이자 꽃미남 프로기사로 한참 유명세를 타고 있던 그를 보자, 대체 프로기사들의 실력이 얼마나 센지 알아보고픈 호기심이 갑자기 발동되었다.
 
마침 탁자 위에 빈 바둑판이 놓여있기에 필자가 한 수 지도해 주기를 청하였더니 정수현은 두말 않고 쾌히 응했다. 그 당시 필자의 기력(바둑실력) 수준은 1,2급 정도였지만, 그래도 군(공군 의무병) 복무 시절에는 조그만 파견 부대(사이트 기지)일망정 다섯 손가락 안으로 꼽히는 고수 대열에 속해 있었고, 웬만한 시내 기원을 가더라도 최소한 준고수 정도의 대접은 받고 있었다. 그래서 석점이나 넉점 정도의 접바둑이라면 기력이 아주 센 프로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한 번 싸워볼만 하다고 필자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필자는 3점 4점은커녕 3판 양승제로 칫수올리기를 하다 보니 쭉쭉 계속 올라가 나중에는 여덟 점 아홉 점을 놓고도 도저히 그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필자는 그때 처음으로 프로의 바둑이 얼마나 매섭고 대단한지를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고만장했던 필자의 바둑 실력이 얼마나 보잘 것 없이 초라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도 있었다.
 
스스로 반성을 하고난 필자는 그 뒤부터 틈만 있으면 정수현 프로를 따라다니며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때 쌓아놓은 바둑 실력이 오늘날까지도 근근이 버티며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실로 오랜만에 만난 정수현과 함께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가 그 동안 못 다한 얘기들을 이것저것 한참 주고받았다. 그때 정수현 교수는 마침 안식년 중이라 학교 강의를 1년간 쉬고 있는 중이었는데, 필자가 정수현 교수 덕택에 알게 되었던 새로운 사실 하나.
 
그가 속해있는 명지대학교도 연세대나 이화여대처럼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미션계 학교라는 것이다.
 
명지학원 설립자 고 유상근 박사는,
‘하나님을 믿고 부모님께 효성하며 사람을 내 몸같이 사랑하고 자연을 애호 개발하는 기독교의 깊은 진리로 학생들을 교육하며 민족문화와 국민경제발전에 공헌케하며 나아가 세계평화와 인류문화발전에 기여하는 성실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학교법인 명지학원의 설립목적이며 설립정신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명지학원은 애초부터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하여 만들어진 학교이다.
 
필자와의 대화 중에 정수현 교수는, 필자가 바둑에 남다른 애정과 열정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학창시절부터 쭉 보아왔다고 했다. (필자는 1995년도에 서울에서 청주로 내려오기 전까지, 정수현 프로의 도움으로 한국기원 발행 잡지 ‘바둑’이나 ‘바둑생활’등에 프로기사의 관전기를 써서 게재했었고, 명랑바둑이란 타이틀의 연재물도 꾸준히 게재하여 나중에 이것을 어린이용 바둑지도서-깔깔바둑-로 출간하기도 했으며, 바둑사상 처음으로 기초 정석을 쉽게 외우고 배울 수 있는 정석암기법도 개발하여 단행본으로 펴내기도 했었다)
 
정교수는, 이제 바둑이 어엿한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매김을 하였으니 필자와 같이 개성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바둑학계에 들어와 열심히 연구한다면 우리 바둑계가 더욱더 긍정적으로 발전하지 않겠느냐?며 필자에게 최근 명지대학에 개설된 ‘바둑학 석사과정’에 들어와 보라고 권유하였다.
 
그때 필자는, 무척 호감이 가는 말이긴 하다만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이미 받았고, 아직은 청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해야하는 전업농 신분이니 오로지 학업에만 매달려 공부하기가 어렵다는 사정을 솔직히 밝혔다. 그러나 혹시 바둑학과에 ‘바둑학 박사과정’이 생긴다면 한 번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바둑학 학사과정에 이어 최근 석사과정을 만드는 데 한참 어려움을 겪었는데 최상위 단계인 박사과정을 하나 더 만든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아니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 그러나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에 달린 것이니 우리 열심히 기도나 해보자꾸나.’
 
정수현 교수는 이런 말을 남기며 몹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날 필자와 정교수는 휴대폰 번호를 서로 주고받으며 헤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부터 필자의 두 눈 앞에 거대한 바둑판과 바둑돌들이 간간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희한하게도 책이나 인터넷상에서 늘 보아왔던 거대한 은하계 모양 사진들과 맞물려서 나타나곤 했다.
다음은 바둑판 위의 바둑돌 모양들과 필자의 눈앞에 비쳐졌던 은하계 모양 사진들이다.
 

그런데 필자가 한참 지난 후에 바둑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천체 우주와 맞물려 우리 인간사를 빗대어서 비유 혹은 설명을 하거나 문헌 기록상으로 남겨놓은 게임은 우리 지구상에서 바둑만이 유일했다. 이것은 바둑판 위에 붙어있는 갖가지 명칭들을 살펴보더라도 쉽게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일례를 들어 바둑판의 한 가운데 교차점(아래 빨간 원 중심부)의 명칭을 천원(天元)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글자 그대로 하늘의 중심이자 근원이요 유일무이한 으뜸이라는 뜻이 된다.
 
 
흑돌과 백돌은 각각 밤과 낮을 나타내며, 사각형 모양의 바둑판은 사계절을 뜻하고, 가로세로 각 19줄인 바둑판 둘레의 교차점들은 모두 72개인데, 이것은 곧 1년 72개 절후를 빗댄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중국 원나라 시대(1347년)에 발간되었던 바둑 총서격인 ‘현현기경(玄玄棋經)’ 속에 나오는 서문부(邵庵老人序 등)에서 확인해 볼 수있다.
<바둑학 박사· 바둑의 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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