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사진 가운데) AFP 연합뉴스

쿠란 금지, 이슬람사원 폐쇄, 무슬림국가 출신 이민 봉쇄 등 ‘탈이슬람화’를 주장

반(反)이슬람·반이민을 앞세운 네덜란드의 극우 성향 자유당(PW)이 22일(현지시간) 치른 조기 총선에서 이전보다 의석수를 두 배 이상 늘리면서 1위 정당에 올랐다. 헤이르트 빌더르스(60) 자유당 대표는 “망명과 이민 ‘쓰나미’를 끝내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자유당이 선거 막판 판세를 뒤집고 하원 150석 중 37석을 차지하며 제1당에 오르자 네덜란드 무슬림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으며 네덜란드 내 무슬림의 인권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빌더르스 대표는 이슬람을 “정신적으로 지체된 문화”, “낙후된 종교”로 지칭하며 쿠란 금지, 이슬람 사원 폐쇄, 무슬림 국가 출신 이민 봉쇄 등 네덜란드의 ‘탈이슬람화’를 주장해왔다. 2016년에는 선거 유세에서 모로코인들을 “인간 쓰레기”라고 불렀다가 차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 총선 이튿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열린 차별 반대 집회.EPA 연합뉴스

무슬림과 정부 간 연락기구의 무흐신 콕타스는 “네덜란드 무슬림에게 이번 선거결과는 충격적”이라며 “법치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나는 정책을 가진 정당이 이렇게 득세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로코인 단체 대표인 하비브 엘 카두리는 네덜란드 ANP통신에 “몹시 괴롭고 공포스럽다”며 “빌더르스가 우리를 2등 시민으로 치부할까 두렵다”고 했다. 터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정당 ‘덴크’(DENK)의 스테판 판바를러 대표는 “자유당이 최대 정당이라는 사실은 100만 무슬림에게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자유당이 최다 의석을 확보해 빌더르스 대표가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가 총리 자리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2017년 창당한 자유당은 다른 정당들의 거부로 지금까지 한 번도 연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자유당을 제외한 좌파 또는 우파 연정이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네덜란드 관료 출신인 컨설팅업체 메들리어드바이저스의 페페인 베르흐선은 자유당을 뺀 연정이 구성될 수 있다면서도 “빌더르스를 무시하기는 몹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빌더르스 대표의 친정이자 현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의 딜란 예실괴즈-제게리우스(46) 대표는 자유당이 총리를 맡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자유당과 연정구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네덜란드에서 제1당이 총리를 맡지 않은 사례는 1982년 총선 직후 연정이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