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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안락사’ 한국인 가입자 300명, 사망자 10명…아시아 최고

이인덕 기자 | 기사입력 2023/07/10 [11:20]
스위스 안락사 단체 모두 취재...4년전 서울신문 보도 때보다 3배

‘스위스 안락사’ 한국인 가입자 300명, 사망자 10명…아시아 최고

스위스 안락사 단체 모두 취재...4년전 서울신문 보도 때보다 3배

이인덕 기자 | 입력 : 2023/07/10 [11:20]

 

▲ 안락사를 다룬 영화 ‘유 돈 노우 잭’의 한 장면


“2000
만원 안팎의 비용...제도의 공백 속에서 돈 있는 사람들만 안락사

 

300명의 한국인이 디그니타스·라이프서클·엑시트인터내셔널·페가소스 등 조력사망을 돕는 스위스 4개 단체에 가입해 아시아국가 중 가장 가입자가 많은 것으로 취재됐다. 또한 이를 통해 사망한 한국인은 최소 1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서울신문이 외국인의 조력사망을 돕는 스위스 단체를 모두 취재한 결과이다. 서울신문이 20193월 최초 보도했을 당시 한국인 가입자 107명에서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까지 디그니타스에서 5, 페가소스에서 4, 라이프서클에서 1명의 한국인이 각 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망했다. 엑시트인터내셔널을 통한 사망자는 없었다.

 

가입자 수는 지난 4월 기준 디그니타스는 136, 엑시트인터내셔널은 55, 라이프서클은 13명의 한국인 회원을 두고 있었다. 다만 한국인 사망자 수가 디그니타스와 엇비슷한 페가소스는 구체적인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페가소스는 다른 단체에 비해 조력사망 승인 절차가 덜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회원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4명인 한국인 사망자 수를 고려하면 페가소스에도 디그니타스와 엇비슷한 규모(100여명)의 한국인 회원이 가입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밝혔다.

 

스위스 존엄사 단체 디그니타스가 사용하는 취리히 근교의 블루하우스. 스위스에서 조력사망을 택한 외국인들은 주로 이곳에서 디그니타스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한다. 서울신문

 

사람들이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 단체에 가입하는 이유는 스위스가 외국인에게도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1998년 디그니타스를 시작으로 외국인의 조력자살을 돕는 단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후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는 이웃 국가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 아픈 사람들이 스위스로 몰리기 시작했다. 디그니타스 통계를 보면 지난 25년간 독일인 1449, 영국인 531, 프랑스인 499명이 이 단체를 통해 조력사망했다. 독일은 해외 조력사망을 막기 위해 단체를 통해 스위스 조력사망을 돕는 행위를 처벌하는 자살방조죄까지 신설했으나, 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더는 조력자살을 법으로 금지할 수 없게 됐다.

 

자국의 법망에서 벗어나 스위스 단체를 통해 조력사망하는 외국인이 자꾸만 늘어나면서 단체들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말기 환자나 통증이 심한 난치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지만, 스위스는 관련 법이 없다 보니 허용 기준이 모호하고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국에서 조력사망 자격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는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조차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한다.

 

▲ 스위스 존엄사 단체 디그니타스가 사용하는 취리히 근교의 블루하우스. 스위스에서 조력사망을 택한 외국인들은 주로 이곳에서 디그니타스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한다. 서울신문 사진


스위스 존엄사 단체 디그니타스가 사용하는 취리히 근교의 블루하우스. 스위스에서 조력사망을 택한 외국인들은 주로 이곳에서 디그니타스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한다. 서울신문 사진

단체에 가입하려면 연간 80~100스위스프랑(12~15만원)의 회비 또는 220스위스프랑(32만원)의 일회성 가입비를 내야 하고 이후 조력사망을 진행하는 데에 의사 상담 및 처방, 약값, 수행비, 장례비 등을 포함해 7500~1500스위스프랑(1000~1500만원)을 내야 한다. 참고로 스위스의 화장장 이용료는 무료다. 여기에 스위스까지 가는 항공료와 체류비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2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제도의 공백 속에서 돈 있는 사람들만 안락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신문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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