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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선언 후 한국 천주교회서도 첫 동성 커플 축복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2/12 [18:54]
교리선언문 ‘간청하는 믿음’ 기반...일반화시키기는 어려워

교황 선언 후 한국 천주교회서도 첫 동성 커플 축복

교리선언문 ‘간청하는 믿음’ 기반...일반화시키기는 어려워

이광열 기자 | 입력 : 2024/02/12 [18:54]

 

▲ 천주교 글라렛 선교수도회 이승복 라파엘 신부(맨 오른쪽)와 사제들이 지난달 20일, 신년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신부는 미사를 마친 뒤, 동성 커플인 크리스·아리 부부와 유연·윤해 커플을 축복했다. 가톨릭 성소수자 앨라이 ‘아르쿠스’ 제공

 

가톨릭교회 내 비영리 성소수자지지 단체인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11일 국내 한 천주교회에서 동성 커플에 대한 축도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

 

로마 교황청이 지난해 연말 교리선언문을 통해 사목적 배려차원에서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적용된 첫 번째 사례다. 다만 12일 현재 한국 천주교회 측의 공식 입장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를 한국 가톨릭 교회전체의 일로 일반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는 보도자료에서 지난 120일 오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신년미사 직후에 이승복 라파엘 신부가 교황청에서 발표한 교리선언문 간청하는 믿음에 기반해 두 여성 커플을 축복했다고 전했다.

 

첫 번째 커플은 가톨릭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 알파오메가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의 공동대표인 크리스(가명, 세례명은 크리스티나)와 그 배우자 아리(세례명 아리아드네)이고, 두 번째 커플은 유연(가명, 세례명은 크리스티나)와 그 파트너 윤해(가명).

 

크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혼인 예식과 달리, 사목적 축복은 여러 번 받을 수 있다. 동성 커플들과 사제들이 서로 부담 갖지 않는 선에서 축복을 자주 청하고 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한국 가톨릭교회에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연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으나, 축복을 통해 다시 주님의 곁으로 돌아오게 되어 기쁘다. 이번 기회로 비신자인 파트너도 교리 공부를 시작할 계획이다. 길을 열어주신 앨라이 신부님들, 수녀님들께 깊은 감사를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20225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T)에 가톨릭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 알파오메가 대표와 가톨릭독서포럼 대표가 의기투합해 공동 설립한 가톨릭교회 내 비영리 단체다.

 

축복식을 진행한 이승복 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성소수자들을 비롯하여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며 하느님께서는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며, 주님의 축복에서 그 어떤 이도 배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 측은 앞으로도 축복을 청하는 동성 커플을 가톨릭 사제와 연결해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 2023년 9월 20일 독일 쾰른 대성당 앞에서 수백 명의 신자들이 축복식에 참여해 있다. AP 연합뉴스

 

한편,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지난해 1218(현지시간) ‘간청하는 믿음이라는 제목의 교리 선언문을 통해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을 위해 축복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 7부도덕한 기업가에 대한 축복에는 반대하지 않으면서 동성 커플 축복을 반대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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