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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개신교, 담배 논쟁에서 얻는 교훈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9/04 [12:37]
“광신적인 배격과 규제보다 자제 바탕한 자율과 배려”

가톨릭․ 개신교, 담배 논쟁에서 얻는 교훈

“광신적인 배격과 규제보다 자제 바탕한 자율과 배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9/04 [12:37]
●지난달 교황방한시 일부 개신교계는 극렬하게 교황, 가톨릭 반대운동을 벌였다. 다 같은 하나님을 믿지만 일부 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신교에는 구원이 있다고 하고 가톨릭에서는 구원이 없다고 하는 절대적인 신념에 대한 차이가 있으며 ‘교황무오설’ ,무구회태설(마리아는 원죄가 없는 상태에서 예수를 잉태했다) 등의 견해를 두고 근본주의 개신교인은 "가톨릭은 기독교회가 아니다"고 못박는다. 사이비 우상숭배종교라는 것이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생활문화상의 차이점으로는 우선 결혼제도(독신제도)를 들 수 있다.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 지로다”(창2:24)를 절대진리로 믿는 개신교가 교황 그레고리 7세가 12세기 라테란 제1공회에서의 “성직자 경혼은 마땅히 파기되어야 한다.”로 정한 종규(宗規)는 가당치도 않은 것이다.
 
●독실한 개신교 성직자와 교인들에겐 담배와 술을 허용하는 가톨릭도 못마땅하다. 가톨릭 사제는 미사에서 성체성사가 거행될 때 '최후의 만찬' 당시 예수의 말씀을 그대로 재현하며 축성된 빵과 포도주를 신자들에게 나눠준다. 사제 역시 포도주를 마신다. 심지어 알콜중독자인 사제도 많다고 개신교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절제의 미덕'을 지키지 못하게 되니 아예 금주하라는 것이다.
 
●가톨릭은 흡연에 관해서도 관대하다. 성경에서는 향락주의를 경고하지만, 결코 먹거리에 대한 자유를 억압한 게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20세기 중반에 즉위한 비오 12세와 요한 23세는 모두 담배를 좋아했다. 비오 12세는 폐렴이 심해져 담배를 끊기 전까지는 코담배를 즐겼다고 한다. 요한 23세도 하루 한 갑 정도의 담배를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바티칸은 한때 '흡연자의 천국'으로 불렸다. 사제들과 관광객들은 어느 곳에서나 손쉽게 흡연을 할 수 있었다.
 
▲ 김수환 추기경의 흡연모습(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담배 피우는 사연'展에서)     © 매일종교신문

●故 김수환 추기경 역시 흡연을 즐겼다. 그는 사석에서 “내가 이 담배 때문에 살아. 자네는 장가가 처자가 있고 가정을 꾸리고 재밌게 살지 않나, 나는 혼자야. 괴로우나 고통스러우나 누가 옆에서 위로해 줄 사람도 없네. 이 세상엔 가족뿐이야! 그 가족이 나는 없어. 그래서 홀로 사색할 때 담배 피우고 목이 탈 때 맥주 좀 마시는데 그게 이상해? 나는 도인이 아니야. 나는 그냥 김수환일 뿐이야”라는 농담도 했다고 한다.
 
●교황의 방한 즈음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된 경제학자들의 보고서에 금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의 양'을 언급하면서 화제가 됐었다. 금연정책에 휘둘려 흡연의 폐해만 보도되는 가운데 기사의 요건인 ‘의외성’과 설득력있는 내용으로 충분히 관심을 모을 만 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저명 경제학자들의 보고서에는 '금연에 따른 즐거움의 상실과 상쇄되려면 담배를 줄임으로써 얻는 건강상 혜택의 70%는 제외돼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FDA가 담배 규제를 하는데 영향을 주는 파격적인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미국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그런 논리라면 담배 규제를 통한 경제적 이득을 설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담배 회사들과의 법리 논쟁에서도 밀린다”고 반발했다.
 
●만약 이러한 학자들의 보고서가 한국에서 발표됐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아마도 개신교가 가톨릭을 폄훼, 비난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세월호 해법 등을 놓고 벌이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행동이 흡연자와 흡연자를 옹호하는 듯한 학자들에게도 쏟아졌으리란 생각이다. 자기진영의 주의 주장 이외에는 도저히 용납하지 개인, 정당, 단체, 사회가 되었으며 흡연에 대한 마녀사냥식 압박도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유족도 어느 선에서 양보해야 한다"고 발언한 염수정 추기경은 ‘추기견’이라는 등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먹어야 했다. 자기 편을 100% 전적으로 들어주기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해결사 아닌 중재자 화해자 입장에서 단지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발언한 교황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찬사가 쏟아졌다.
 
●자기의 주의주장만이 절대정의라고 확신하고 그외에는 광신적 맹목적으로 비난하고 몰아세우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마치 근본주의 일부 개신교가 보여주는 행태를 닮은 것 같아 안타깝다. 열려있는 한 개신교 모임에서 “가톨릭 교리는 반대한다. 그러나 교황의 겸허하고 섬기는 태도에서 한국 개신교 지도자들은 섬김의 리더십을 배워야 하며 박애가 교리보다 중요하다”고 한 것은 새겨들을 만 하다. 이념과 행동관에 따른 진영으로 나뉘어 깊은 갈등과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개인, 정당, 단체, 사회 등도 갖추어야 할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사소한 문제일 것 같지만 담배논쟁에서 보여주는 극단적인 금연운동과 정책에서도 저변에 깔려 있는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발상을 읽게 된다. 금연광고, 담배판매의 거리제한, 영세자영업자를 옥죄는 금연구역확대 등 마녀사냥식 강압적인 규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종교와 사회전반의 현상에서 보듯 오히려 갈등과 분열만 자초할 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 시절 음주가무를 즐겼다고 한다. 그러나 청년시절 폐렴 합병증으로 한쪽 폐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고 현재 담배는 절대 피우지 않는 절제력을 발휘하며 청소년들에겐 흡연예방운동도 펼치고 있다. 한편 2002년 비흡연자 요한 바오로 2세가 취임하며, 교황청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시킨 바 있다. 그러나 사제들에게 무자비하게 강압적으로 규제를 하진 않는다. 김수환 추기경처럼 상황에 맞게 즐길 수 있되 자율적이고 여건에 맞는 자제력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개신교 성직자는 교황방문시의 일부 개신교 행동을 보며 가톨릭과 개신교의 차이점에 대해 “가톨릭은 점점 존경을 받고 있고 개신교는 점점 외면당하고 있다.”고 자조하듯 지적했다. 교리와 이념에 얽매여 다름을 철저히 배격하고 말살시키려는 행태가 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몰고가며 결국 자멸하게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사소한 댐배논쟁에서와 같이, 이해와 배려없이 제 입맛에 맞는 대로의 ‘절대정의’로 무장되고 있는 우리 사회전반의 이념과 주장들도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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