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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화 진영의 狂氣와 종교의 광기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11/12 [15:07]
“다름은 不義가 아닌 造化의 대상이다”

집단화 진영의 狂氣와 종교의 광기

“다름은 不義가 아닌 造化의 대상이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11/12 [15:07]

▶남편이 바람을 필 때 각 민족의 특성을 드러내는 부인들의 반응이 우스갯소리로 전파되고 있다. 이태리 부인은 남편을, 스페인 부인은 둘 다 죽인다. 독일 부인은 자살, 영국 부인은 모른 척, 중국 부인은 맞바람을 핀다고 한다. 한국 부인의 반응은? 우스갯소리의 백미이다. ‘대통령 물러나라’고 데모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놓고도 그랬다. 근본적인 책임이 선주, 선장, 그리고 안전정책을 펴는 실무자에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 하야하라’가 전면에 등장했다. 6년 전 광우병 사태 때도 그랬다. 물론 보다 근원적인 책임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는 진영에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남편 바람피울 때의 ‘어거지 반응’과 연관시키다 보면 우리사회의 현실을 여실히 짚어주는 ‘뼈아픈’ 우스갯소리가 된다. 섬뜩한 광기를 보는 듯 하기 때문이다. 이들 진영은 자기 생각과 같지 않은 사람들까지 대통령과 그 아버지처럼 적대시한다. “대통령을 뽑은 50% 이상의 어리석은 자들”이라고 몰아붙이며 자신만이 정의롭고 옳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대화를 나눌 상대로 생각조차 안하는 것이다.
 
▶그 반대진영도 마찬가지다. 그 쪽 진영의 대통령과 그 대통령을 뽑은 자들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 규정하고 아직까지도 그들의 비리와 부정을 인터넷상에서 퍼나르고 있다. 그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 반대 진영과 똑 닮았다. 그들을 추앙하는 사람들에겐 ‘선동 정치사기꾼에게 세뇌된 자’들이라고 한꺼번에 묶어 매도한다. 집단화되는 진영의 광기를 보는 것 같다.
 
▶ 남한 사람들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3대에 이은 지도자들에게 열렬히 울며 환호하는 북한 사람들을 보며 우스꽝스러움과 동시에 섬뜩한 ‘집단광기’를 느낀다. 북한 사람들이 남한의 진영간 반목을 보고 역시 ‘집단광기’라고 보진 않을까? 오랫동안 한 탈북여성에게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는 한동안 일사분란하지 않은 남한사회의 모습을 이상하고 한심하게 보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친밀해졌을 때는 “각박하고 어수선한 남한보다 북한에서의 생활이 오히려 편하고 그리워진다”고도 토로했다. 어느 사회나 집단화되면 광기가 드러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정한 아빠엄마, 잔정을 나누는 이웃, 평범한 생활인임을 남한사회에서도 보아왔기 때문에 그의 말에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었다.
 
사람사는 데가 어디나 똑같지 않은가. 실상 그는 북한에서의 집단광기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반면 남한 교회집회에서의 통성기도와 몸짓에서 불편한 광기를 느꼈다고 했다. 확실히 믿고 의지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인 것이다. 이젠 탈북자 중에서도 많은 신앙인이 생겨나고 있다.
 
▶ 아닌게 아니라 ‘집단광기’를 들자면 종교가 가장 오랜 역사와 환경을 갖고 있다. 마녀사냥, 십자군전쟁에서부터 근래의 테러와 학살, 사이비종교 집단자살 등의 행동에 이르기까지 광기의 원조인 셈이다. 그릇된 종교가 집단화하여 편협하고 극단적으로 갈 때 인류의 불행을 초래했고 현재도 이스라엘·파키스탄 분쟁, 이슬람국가(IS)와 보코하람의 테러, 미얀마와 중국 등지의 종교분쟁과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발간된 제임스 캐럴의 ‘예루살렘 광기’는 이러한 현상을 잘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폭력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된 종교가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 세 종교의 탄생지인 예루살렘을 만들었으며 예루살렘을 향한 집단적 종교열정과 광기가 폭력을 조장하고 세계의 전쟁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톨릭 사제였다 파계한 저자는 종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 탓인지 ‘종교의 근원이 폭력과 연관됐다’는 파격적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한편 그는 좋은 종교가 가야 할 길로 ‘나쁜 종교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순결한 종교 따위는 존재할 수 없음을 이해하는 종교’라고 제시한다. 배타성을 뛰어넘어 자기반성을 통해 폭력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 우리사회의 집단화된 이념과 진영간의 폭력이 종교의 광기를 닮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제임스 캐럴의 ‘좋은 종교’의 개념은 ‘좋은 사회’가 가야할 길에도 적용될 것 같다. 모든 집단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절대적 반목을 벗어날 때 다정한 아빠엄마, 잔정을 나누는 이웃이 진정으로 조화를 이뤄내며 사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외국인과 일부 식자들은 한국사회의 극단적인 집단갈등은 산업화, 민주화를 차례로 경험한 외국과는 달리 동시에 이루어낸 나라에서 생겨난 절대적 이념과 진영의 잔재라고 지적한다. 또한 세계 유일의 적대적 분단국가 상태에서 생겨난 현상이라고도 분석한다. 정확한 해석인 것 같다. 다만 우리의 특이한 상황에서 겪는 갈등과 분란도 ‘좋은 사회’로 가는 한 과정이라 여기고 싶다. 세월호 수색 중단을 놓고 극한대립의 과정을 거쳐 잠수사들의 진정과 실종자 가족의 배려를 통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 7대종단의 모임에 ‘다름도 아름답다’라는 공동표어가 있다. 진영간 집단적 광기에 표류하는 우리사회가 ‘다름도 아름답다’는 내세우지 못할말정 ‘다름은 불의(不義)가 아닌 조화(造化)의 대상이다’라는 열린 마음을 가질 때 바람직한 사회가 되리란 생각이다. 서로서로 ‘소통’과 ‘대화’를 내세우면서도 평행선으로 갈데까지 가는 진영과 이념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마음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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