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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지도자의 현실감각
“시대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세상이 염려하는 종교”
기사입력: 2018/02/14 [06:50]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이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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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세상이 염려하는 종교”
    

필자는 얼마 전 모 종단에서 본부의 대형교회를 거주(居住)지역별로 교인을 분산하는 문제가 있어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통지를 받고 갔다. 교구책임자와 교인들 간 논쟁이 끝임 없이 이어져 교구장이 고통 받는 것 같고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아 보다 못해 발언권을 얻어 문제의 핵심을 짚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으나 교구책임자는 결정할 수 없으니 지역 총책임자를 만나 논의하자는 결론을 맺고 해산했다.

지역 총책임자가 ‘다음 날 오전 10시30분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그날 10시10분 회의장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었다.

지역 총책임자는 종단에서 유능하다고 인정받아 새로 부임한 지도자다. 그는 10시30분에 회의장에 나와 인사를 나누고 계속 설교(?)를 했다. 설교가 시작된 지 1시간 이상 지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하고 있었다. 필자로선 12시에 약속이 있어 먼저 나가야 할 상황이어서 함께 참석한 한 원로분에게 시계를 가리키며 본론에 들어가자고 말씀드렸더니 제지하여 본론에 들어갔다. 필자는 문제의 핵심내용을 설명하며 논의가 가능한지 반문하니, 한마디로 불가(不可)하다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이 되어 “알겠습니다” 하고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1시간이 넘도록 그의 ‘설교말씀’을 듣고 있으려니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종교지도자로서 처음 만난 신도들에게 한마디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뜻에서 하는 설교인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요즘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터넷이나 SNS(사회관계망)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 그는 자아도취에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열변을 토하는 것이었다.

‘만나서 회의를 하자’는 본래 목적을 잃은 것인가? 찾아온 사람에 대한 신상 정도는 파악하고 있는 것인가? 신도들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것인가? 스스로 반문하면서 어느 종단의 최고지도자가 “자기 교인을 존중하지 않는데 세상 사람들이 존중하겠는가? 그렇게 해서 전도가 되겠는가?” 하는 말이 떠올랐다. 일단 자기 교단에 교인이 되면 존중하지 않고 차별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공동체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자하는 뜻을 한국 종교지도자에게 묵살당하는 경험이 있다.    

지도자는 현실감각이 뛰어나고 슬기와 총기 넘쳐야

모든 사람이 칠정(七情), 곧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을 지니고 있는 것은 천성(天性)이다. 인간은 이 일곱 가지 감정(感情)에 항상 구속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중요한 것은 그 정도의 차이다. 곧 지나침이 크면 클수록 내면세계는 더욱 황폐해지고 사려와 시야는 점점 엷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범인(凡人)에게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국가 지도자와 군(軍)지휘관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화(禍)를 가져올 수 있기에 삼가고 삼가는 것이 지혜이다.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각 분야의 지도자들이 모두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다. 그러하기에 제갈량도 "기쁨과 화냄의 가르침은 기뻐해서는 안 될 것은 응당 기쁘지 않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기쁨이고, 화내서는 안 될 것은 응당 화내지 않는 것이 진정한 분노이다"라고 했나 보다.냉철·침착·이성이 내재된 상태에서 갖는 깊은 생각은 돌발과 충동을 막는 모태이고, 신중과 경계의 토대가 된다. 또한 마땅히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게 해 줘서 가장 필요할 때 쓸 힘을 마련해 준다. 한 나라를 책임지거나 군대, 기업 또는 단체를 이끄는 지도자라면 어찌 이를 간과할 수 있겠는가.늘 평정심을 유지하고 속내를 적막 속에 가둬라. 조심하고 참으면서 확실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은 이길 수 있는 자양분임을 명심하라. 이러한 것들이 손자병법에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고 가르침이다.종교를 포함해 모든 곳의 리더나 개개인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자신의 기분과 느낌을 조절하지 못하고 상황판단을 하지 못한 채 불쑥불쑥 겉으로 내보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렇게 되면 매우 혼란스럽고 어려운 처지에 직면할 것이다. 합리적인 판단 상실로 역작용이 분출돼 목표를 이룩하는 데 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무리함이 지나치면 탈이 나는 법이다.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가 경도되지 말고 균형을 잡는 것은 매우 슬기로운 것임을 자각하고 실행해야 한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 아니던가.

‘시대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종교는 쇠퇴한다’    

현대는 광속도로 빨리 변화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게 오늘의 정보통신기술(ICT)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전 분야를 완전히 뒤바꿔 놓고 있다. 쉽게 변하지 않는 종교도 급속한 변화의 물결 속에 생존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종교는 쇠퇴’(김영철 원광대교수)할 수밖에 없다.

흔히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한다. 정치나 종교 등 각 단체에서 사람을 쓸 때 인사위원회와 같은 공식기구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인사권자 개인의 독단 또는 연줄에 의해 결정된 자가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해악을 끼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신도들에게 돌아간다. 최순실 사태가 이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특히 종교단체는 모든 것이 인사권자에게 집중이 되어 있다. 소속 신도들의 의중(意中)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오히려 일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종교단체의 구조라 할 수 있다. 이른바 ‘성역’(聖域)이라는 이름으로 덮어져 있다. 이는 신흥교단 뿐만 아니라 기성교단의 일부 종교지도자들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수의 종교학자들은 오늘의 한국 종교상황을 일러 ‘종교백화점’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시대변화에 대처하지 않고 현실감각이 없는 말과 행동을 종교지도자들이 한다면 오히려 세상이 염려하는 종교가 되고 말 것이다. (매일종교신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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