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생계곤란→사모 일→ 건강 악화→본인의 택배·우유배달 등 이중직”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10/18 [21:23]
조성돈 교수, ‘목회자의 이중직’ 세미나서 “교단이 생계비 보장” 건의

“생계곤란→사모 일→ 건강 악화→본인의 택배·우유배달 등 이중직”

조성돈 교수, ‘목회자의 이중직’ 세미나서 “교단이 생계비 보장” 건의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10/18 [21:23]

▲ 10월 17일 서울 나루터로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성봉 목사)에서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실천신대)가 주최한 ‘목회자 이중직’ 세미나.     © 장정태

"목회자들은 생계가 어려워지면 보통 사모부터 일을 시키다가 아내의 건강이 나빠지면 결국 직업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다. 목회자들은 택배 물류센터, 과외교사, 한약관리, NGO 사무, 문화센터, 공공근로, 전기기사, 학원 운영, 퀵 서비스, 우유-녹즙 배달 등 아무래도 정규직으로 일하지 못하거나, 총회와 노회, 교인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 밤새 일하거나 새벽 일을 하다 보니 체력에 한계를 느끼거나 건강이 나빠진다”
 
10월 17일 오후 17일 오후 서울 나루터로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성봉 목사)에서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실천신대)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조성돈 교수가 ‘목회자의 이중직, 그 상황과 이해: 목회자의 겸직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주제로 발표한 내용이다.
 
조 교수는 “목회자들은 일을 하면서 성도들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미자립교회 목회자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큰 교회를 찾아다니며 후원 요청을 하는 길이 대부분인데, 자립보다 의존에 물드는 일이 많은 점에서 차라리 겸직을 허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목회와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교단은 목회자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데, 생계를 책임져 주지도 않으면서 금지조항만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목회자들이 교회 사례만으로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닌 만큼, 각 교단이 유지하고 있는 겸직 금지조항을 해지해 더 이상 목회자들을 범법자로 몰아가기보다 떳떳하게 일하면서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목회자들에게 맞는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의 교양강사로 나서거나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것 등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고, 지금도 교회에서 많이 하고 있는 공부방이나 사회복지활동도 좋은 예”라며 “전업일 경우 더 어려울 수 있으므로, 파트사역으로 생계에 도움이 되면서도 목회가 큰 부담이 없는 일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교단들을 향해서는 ‘목회자들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조 교수는 “교단들이 교세를 늘리려 목회자들을 많이 배출하고 개척을 장려하지만, 정작 그들의 생존에는 무관심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교단이 그들을 목회자로서 공동체에 편입했다면 삶도 책임져 줌으로써, 목회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교단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저생계비 외에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노후대책”이라며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목회자들이 은퇴하게 되면 교단 뿐 아니라 한국교회, 나아가 사회에까지 큰 문제가 될 것이므로, 한국교회는 이들의 남은 삶을 진지하게 고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조 교수 이외에 정재영 교수(실천신대)가 ‘이중직의 가능성, 동네에서 찾다: 목회자 겸직으로서 지역공동체 운동’, 장진원 목사(좋은이웃교회)가 ‘목회자 이중직 실태와 실제적 고찰: 목회자 이중직 그 이후?’를 각각 발표했다. 정용훈 목사와 이재학 목사(하늘땅교회)가 사례발표를 진행했고, 질의응답과 그룹토론, 종합토론도 이어졌다.
 
한편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목회사회학연구소는 최근 목회자 9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경제적 이유로 인한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절반이 넘는 52.4%(474명)가 ‘찬성한다’고 응답, ‘반대한다’는 22.9%(207명)를 압도하는 결과가 나왔다.
 
‘개척 시 자립할 때까지 목사가 이중직을 갖는 것’에 대해선 63.1%(570명)가 ‘무방하다’, 22.4%(203명)가 ‘조건부 가능하다’, 14.5%(131명)가 ‘안 된다’고 응답, 85%가 ‘경제적 이유로 인한 목회자의 이중직’을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들 중 37.9%(343명)이 ‘교회 사역 외의 다른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특히 파트타임 목회자의 이중직에 대해서는 91.4%(826명), 사모의 경제활동에 대해서도 88.8%(803명)가 각각 ‘무방하다’고 응답했다. 전임 목회자의 이중직에 대해서도 53.4%(483명)가 ‘무방하다’고 봤다.
 
이는 설문 응답자의 66.7%가 최저생계비(보건복지부 기준 163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비를 받고, 담임목사나 전임사역자 등 최저생계비 이상을 받는 목회자의 이중직 비율은 크게 떨어지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대부분 교단에서는 ‘목회자 이중직’을 허용하지 않은 채, 문제를 방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 세미나는 설문 결과와 함께, 대리운전 등 이미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는 일부 목회자들에 대한 현실이 반영됐다.
 
  • 도배방지 이미지

  • 선재 2014/10/18 [22:15] 수정 | 삭제
  • 목사님을 도와 사목하시는 사모님들의 눈물겨운 내조에 감명받았습니다. 해인사 인근에서 커피집을 열고 신도들과 소통하는 사모의 내조 어려움 속에서도 밝게 웃는 목사님 그런 모습에서 한국 개신교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동네 구석구석 다니며 폐품을 모아 생활비와 교회운영비로 사용하는 젊은 목회자를 통해 한국 개신교가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많이 본 기사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