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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의 계기” vs “부정직한 승려에 과도한 호의”

매일종교 뉴스1팀 | 기사입력 2016/08/02 [00:20]
현각 스님의 한국 불교에 대한 비판글 논란 확산

“자성의 계기” vs “부정직한 승려에 과도한 호의”

현각 스님의 한국 불교에 대한 비판글 논란 확산

매일종교 뉴스1팀 | 입력 : 2016/08/02 [00:20]

양 극단의 평가가 반감과 분노로 극대화 하지 않고
‘공감과 자성’의 화합점 찾는 계기가 되길...

 
유교적 관습, 남녀·국적 차별, 형식주의, 기복(祈福)주의, 스님과 신도의 차등 등을 비판한 현각 스님의 발언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현각 스님의 한국 불교에 대한 비판은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주요 일간지의 톱 기사로 다루어지며 조계종의 자성의 계기라는데 방점을 찍는 듯 했다. 작심비판의 결정적 이유가 지난 2011년부터 설치 운영했던 외국인행자교육원의 폐쇄라는 해석은 달았으나 한국 불교계는 물론 종교계 전반의 자성, 각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한국일보는 토요일인 7월 30일자 2면 톱기사로 다룬데 이어 8월 1일자 사설 ‘현각 스님의 비판, 불교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에서 다시 한번 비판 내용을 설명하며 현 불교계의 권력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 폭력사태, 물질만능주의를 지적하며 엄격한 자기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개신교나 천주교 등 다른 종교 역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외면한 채 기복에만 매달리며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종교는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와 함께 동아일보도 사설로 다루었다. 사설 ‘조계종, 푸른 눈 현각 스님의 비판 뼈아프게 새겨야’에서는 “조계종은 현각 스님이 던진 ‘기복=$, 슬픈 일’이란 표현을 죽비소리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외국인 승려의 비판을 낡은 관행 개선의 계기로 삼지 못하면 조계종은 세계화는 고사하고 우물 안 개구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해 놓았다.
 
SNS 등에서도 조계종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그러나 자성 촉구의 일변도 비판에 차츰 반론이 생겨났다. 현각스님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가 등장한 것이다. 가만 있으면 한 외국인 승려에 의해 한국 불교계가 초토화된다는 위기감에 대한 반작용 일 것이다.
 
중앙승가대 교수이자 월정사 교무국장인 자현 스님은 8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현각 스님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으며 이는 자성을 촉구했던 언론들에도 그대로 소개됐다.
 
자현 스님은 "현각이 제기한 조계종의 문제는 유교적 관습, 남녀·국적 차별, 형식주의, 기복주의, 스님과 신도의 차등, 외국 승려는 장식품이라는 총 6가지"라며 "현각의 비판은 외국 승려가 얼마나 이기적인 시각에서 한국 문화를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형식주의 등 유교적 관습에 대해 "한국불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더구나 한국에 25년이나 살고도 우리 전통문화를 존중하지도 문화적 다양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자기 우월주의에 빠진 사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 "기복주의, 스님과 신도의 차등은 모든 종교에서 확인되는 부분으로 조계종만의 문제적 특징은 아니다"라며 "스님과 신도의 차등은 종교집단에서는 당연하다. 세상 어느 종교에서 성직자와 신도가 평등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외국인 승려는 조계종의 장식품'이라는 현각 스님의 지적에 대해서도 "100% 동의한다"면서 "그런데 현각처럼 25년이 지나도 한국말이나 한글이 제대로 안 되는 사람들을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자현 스님은 또 다른 글에서 "이 분은 특별한 능력이 없이 하버드라는 한국인의 저급한 환상 덕분에, 처음부터 조계종의 상위 1%에 속했던 사람"이라며 "25년 동안 조계종에 빨대만 꽂고서 가장 좋은 조건 속에 있었던 사람이 어떻게 그 조건을 비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쓰기도 했다.
 
한편 언론들은 자현 스님의 현각스님 비판 글과 함께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인 우희종 서울대 교수의 현각스님에 대한 공감 글을 나란히 게재하며 논쟁에 불을 붙이는 양상이 되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그는 그동안 종단에 건의를 할 때마다 종단이 '원래 한국불교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고 외국인으로서 잘 몰라서 그런다'면서 그의 조언을 전혀 듣지 않음을 안타까워했다"며 "그를 종단의 장식품으로만 이용하려는 조계종 승려들을 꿰뚫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사회적 실천으로의 회향 없는 개인 구복과 깨달음이란 기복적 미신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다"고 옹호했다.
 
우 교수는 이어 "그런데 현각 스님이 떠나는 것이 화제일까? 아니면 조계종으로 상징되는 한국불교가 그리 망가져 있다는 것이 화제일까?"라며 "물론 그 둘은 서로 연계되어 있지만, 후자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이어 "애초부터 그가 떠나건, 안 떠나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가 지적하는 종단의 문제점이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SNS에서는 이러한 논쟁을 더욱 불붙이며 ‘현각스님 발언에 공감’과 ‘한국문화와 정서를 모르는 혜택만 누린 승려’라는 비판의 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현각 스님의 발언이 불교계의 고질적 문제를 도려내는 계기가 되야 한다며 강도높게 현재의 불교계를 자근자근 폄훼하는가하면 ‘정직하지 않았던 외국인 승려에 과도한 호의를 보였다’며 분개하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그의 베스트셀러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가 대단히 수려한 문장인데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한글을 써온 추기경의 책은 작가의 이름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어에 익숙지 못한 그는 자신이 저자로 등장했다는 비꼼이다.
 
이러한 양 극단의 평가가 반감과 분노로 극대화 되지 않고 모두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생산적인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일반 신도들의 바람일 것이다.
 
현각 스님은 중앙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형편없는 한국어 실력 때문에 뉘앙스가 완전히 오해됐다”며 "나는 결코 조계종을 떠난다고 한 적 없다"고 했다. 전날 언론 보도의 제목으로 일제히 오른 “한국불교와 연을 끊겠다”는 발언과 상치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각스님에 대한 극단적인 상반된 평가도 ‘그 뉘앙스일 뿐’ ‘공감과 자성’의 화합점을 찾는 계기가 되길 조계종이나 현각스님 모두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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