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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속 이념과 종교 속 狂信의 섬뜩함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3/12/18 [15:47]
범종교 視角

‘페북’ 속 이념과 종교 속 狂信의 섬뜩함

범종교 視角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3/12/18 [15:47]


▶ ‘페이스북’에서 한달에 두세번 담벼락 글을 올리지만 페북 친구들의 글과 댓글은 거의 날마다 보는 편이다. 그들의 생각과 근황을 읽을 수 있어 좋다.
젊은 제자들의 사진을 곁들인 가벼운 신변잡담은 재치가 넘쳐났다. 직장에 다니는 30대 제자들은 일과 생활의 고뇌를 간혹 비춰 놓아 참 힘든 시대를 산다는 것을 읽게 해줬다.
만난지 오래돼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4-50대 학교와 직장 후배들의 소식도 반가웠다. 동년배 ‘진짜 친구’들은 가입만 해놓고 활동은 전무한 상태였다.


▶ 페북 친구들 중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층은 4-50대 이념의 세대. 내 ‘뉴스피드’는 거의 이들의 글에 점령된다. 이념의 시대를 치열하게 겪은 탓에 나름의 확고한 생각이 형성됐고 그에 따른 주의·주장을 표출하고자 열심히 SNS 활동을 펼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특정인물이나 사안에 대한 표현은 과격하고 거칠다. 과거 온화하게 여겼던 친구들의 머릿속에 이처럼 증오와 분노가 담겨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그들의 생각을 읽을 기회가 된 것은 페북활동의 큰 수확이었다. 그들의 생각을 읽고 알게 됨으로써 요즘 개나 소나 다 내세우는 소위 ‘소통’을 이루는 듯 했다.


자꾸 접하다 보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으려니 했는데 가면 갈수록 그들의 증오로 뭉친 이념에는 댓글은 커녕 ‘좋아요’도 도저히 누를 수 없다. 다만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일상적 이야기 정도에 ‘좋아요’를 누를 뿐이다. 이해는커녕 섬뜩한 경우도 있었다. 페북을 통해 이루려던 소통이 오히려 더 큰 벽을 쌓는 불통(不通)으로 변하게 되는 순간이다. 


▶ 이념에 한번 빠져들게 되면 점점 더 확고한 무장을 하는 경향이 있다. 절대선(絶對善)이 된다. 사고의 틀이 만들어져 어떤 사물과 사건을 보아도 그 틀에 맞춰 해석하고 행동한다. 자신의 이념을 벗어나면 적대감이 생긴다. 절대악(絶對惡)이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까지 보기 싫다‘고 일단 적대감이 생긴 사람과 대상에게는 이념과 아무 상관없는 선의의 일이나 행동까지 이념과 결부시켜 해석하고 적개심을 보인다. 그래서 섬뜩하다.


▶ 종교신념의 틀에 갖힌 사람들의 행동은 더 섬뜩하다. 정의와 자유의 가치를 강조하는 페북의 이념 표출은 종교신념에 비하면 대단히 평화적이다. 평화와 사랑을 제시해주는 종교신념에 바탕한 적개심은 페북 활동에 비할 수없이 극렬하게 표출된다. 신의 뜻으로 세속의 도적적, 윤리적, 상식적 기준을 벗어나기도 한다. 종교신념 이외에는 일말의 배려심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진다. 사랑, 자비, 평화를 벗어나 가장 비종교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살인, 전쟁, 테러를 비롯해 증오·갈등의 인류역사의 중심엔 항상 투철한 종교신념이 자리하고 있었다.


▶ 크고 작은 종교의 전력(前歷)은 현재진행형이다. 돈선거, 세습, 이권·교권 다툼은 세속과 똑같은 모습으로 종교내 일상사로 벌어지고 있으며 패거리를 만들어 서로 이단·사이비·미망의 종교라며 헐뜯는다. ‘초교파·초종교 화합’을 외치는 것은 그만큼 화합을 이루지 못한다는 증거다. 각자의 종교신념이 절대적이고 절대선이니 그 외의 신앙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포교·포섭해야 하는 것이 ‘불쌍한 영혼’에 대한 자비이자 사명이다. 만약 포섭되지 않는다면 절대악이고 그들에게 일말의 이해와 배려도 필요치 않다. 무자비한 테러와 전쟁도 불사한다.


▶한 목사가 절에 들어가 탱화에 입에 담지 못할 ‘X’란 낙서를 하고 정안수 그릇에 방뇨를 하는 등 훼불행위를 하기도 했다. 성당에도 들어가 성모 마리아상 얼굴에 자신의 배설물을 칠한 전력까지 드러났다. 종교신념에 가득찼으니 목사가 됐을 것이고 더욱 확고한 무장을 하다보니 자신의 종교신념과 다른 것에 적개심이 분출돼 기본적 윤리를 벗어난 범법행위를 저질렀을 게다.


일종의 성격장애라고도 볼 수 있다. 자기 종교신념과 다른 종교나 사람에 대해 기본적인 배려심이 없을 뿐더러 아예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는 것이다. 철저한 종교신념에 의해 죄의식없이 저지르는 행위이니 ‘묻지마 범죄’의 사이코패스와 같다.


9·11테러나 그 이후의 잇따른 공격 역시 확고한 종교신념에서 빚어진 것이다. 무슬림을 비하하는 영화를 만들어 무슬림을 분노케한 콥트교인이나 이에 대응해 격한 행동에 나선 무슬림이나 한치도 양보못하는 종교신념의 틀에 갇혀 있는 것이다.


사이코패스의 치유방업은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것이라는데 마음을 다스려주는 종교에서의 사이코패스는 누가 치유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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