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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품과 취미, 그리고 맞춤종교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1/15 [07:28]
범종교시각

기호품과 취미, 그리고 맞춤종교

범종교시각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1/15 [07:28]

▶ 일이 꼬이고 마음이 어수선해질 때 사람마다 나름의 해결방법을 갖게 마련이다. 조물주(造物主)가 절묘하게 만들어 준 인간의 생리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신앙이 깊은 종교인들은 기도로서 극복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과 일, 취미 등에 몰입해 해소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신앙이 가장 효력이 있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같은 신앙 안에서도 나름의 신앙 표출방식을 최고로 여긴다. 이를테면 새벽기도, 찬양, 성경봉독 등 각자의 선호도에 따라 최고의 가치를 매긴다. 불교인들은 염불, 참선, 108배, 명상 등의 가치순위가 다르고 각자 환경과 개성에 따라 선택한다. 마치 마라톤, 골프, 테니스, 등산, 걷기 등 운동을 놓고 각자 자신의 운동이 가장 좋다고 찬양하는 것과 같다. 때론 자신의 취향에 안맞는 운동에 대한 해악을 늘어놓으며 자신이 선호하는 운동의 열렬한 전도사가 된다.
 
▶ 각자의 신앙과 표출방법, 그리고 운동에 대한 ‘간증(干證)’을 귀담아 들으면 모두가 일리(一理)가 있다. 그로 인해 그만한 효과와 위로, 용기를 얻게 되었으니 입에 거품을 물고 전도할 가치가 있다. 주변에 알려야 할 사명감이 생기는 것이다.
 
▶ 지난 연말연시, 계획하던 일이 안 풀려 평온한 마음을 갖지 못한 나는 나름 기도와 숲길 걷기를 통해 마음을 다스렸다. 담배도 그 중요한 방편이었다. 내 소중한 벗이 되었던 것이다. 조물주가 만들어준 또 하나의 기호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담배예찬론을 폈다.
 
“아내가 세상물정 어두워 답답하게 느껴질 때 베란다에 나가 담배 한 대 피우면 아내는 세속 벗어난 아름다운 천사가 된다.
 
애들과 친지들이 기대에 못미처 못마땅할 때 담배연기와 함께 내 기대를 날려 보내면 나한테 한없이 의지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우리집 강아지 '가람이’처럼 정겨워진다.
 
친구들이 내 속사정을 몰라준다며 섭섭할 때 담배 한 모금 깊이 들이키면 내가 오히려 그들의 속 아픔을 나몰라라한다는 것을 느끼며 현재의 관계가 더할 나위없이 소중해진다.
 
세상 사람들이 각자 자의적, 이기적으로 살아간다고 여겨질 때 조용히 담배연기를 뿜어내면
나 역시 자의적, 이기적임을 깨닫고 마음이 평온해져 행복하다.”
 
▶ 기도할 때처럼 마음을 닦고 산책할 때처럼 신선한 의욕이 생겨나니 담배 전도사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흡연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의 임원을 맡은 나로서는 속이 후련한 토로였다. 그러나 흡연을 죄악시하는 풍토에서, 담배연기조차 싫어하는 금연자들에게는 얼마나 혐오스런 ‘담배 간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라톤이 무릎 관절, 면역력 등에 악역향을 끼친다고 믿고 산책을 즐기는 나에게 마라톤 전도를 하는 것처럼 거부감을 느낄 것이 뻔했다. 담배가 나한테만 잠시 궁합이 맞을 뿐이지 절대적으로 찬양할 성격의 기호품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얼른 변명과 변절의 자세를 취했다.
 
“군자와 성인은 담배에 기대지 않고 그런 평안한 마음을 갖겠지만 온갖 변덕이 쥐끓듯 하는 소인배로서는 담배만한 마음의 세정제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담배를 태울 기력과 체력이 아직은 있지만 담배의 해악이 감당못할 정도로 닥쳐올 것을 대비해 서서히 담배의존도를 낮춰야겠다. 이제 담배로 인한 몸의 노폐물도 세정해야 할 때다. 몸 속의 노폐물이 누적되어 힘에 부치면 마음의 노폐물도 세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사이 담배가 내 마음의 세정제 역할을 해준 것에 대해서는 담배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사탄이라 하더라도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이 건강한 상태에서 나와 담배는 궁합이 맞았던 것이다.
 
▶ 담배궁합이 전혀 안맞는 주위 사람에 그 효능을 전도하고 권유할 것은 아니었다. 골프와 수영 등이 궁합이 맞아 신앙처럼 신봉하는 사람이 신체조건과 생활환경에서 그 운동과 취미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에게 무조건 권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선의에서 그 효과와 능력을 이야기하는게 쓸데없는 강요가 아닌 바엔 거부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조용히 들어보고 자신의 여건에 맞으면 취하는 것이다. 맞춤 운동과 취미, 기호품이 되는 것이다.
 
▶ 운동, 담배와 종교를 비유하는 것은 불경스럽겠지만 세상에 희망과 위로가 되는 각종 종교를 보면 ‘맞춤종교’란 용어 역시 매력적이다. 시대적․ 지리적 환경과 여건, 개인의 심성과 기호에 맞는 종교가 있을 것 아닌가. 모두가 세상과 인간을 위해 조물주가 만들어 주신 이치와 구조라고 공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심층신앙’인 것도 같다. 조물주가 만들어 주신 만물에 감사함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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