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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신자와 성직자, 그리고 맞춤종교 시대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3/11 [08:16]
-알랭 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를 읽으며

나이롱신자와 성직자, 그리고 맞춤종교 시대

-알랭 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를 읽으며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3/11 [08:16]

이 세상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같은 종교 내에서도 다양한 신자가 있다.
한 목사는 신자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조금만 힘들어도 ‘아이고 죽겠다’고 우는 엄살 신자, 자기는 하지 않고 남을 시키기만 하는 황제 신자, 남이 보는 데서만 일하는 척 하는 PR 신자, 일할 때는 아예 자취를 감춰버리는 안개 신자, 잠깐 얼굴만 내밀고 들어 가는 마담 신자… 자신이 교회에는 독실한 신자만 있음을 믿는다고 했다. 개신교계 뿐 아니라 모든 종교에 적용되는 신자 성분 분류일 것이다.


독실한 신자 이외에 거론된 모든 신자들을 이른바 ‘나이롱 신자’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독실한 신자는 7% 뿐이며 ‘나이롱 신자’가 급증해 신앙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분석이 있었다. 자신의 입맛대로 성경을 해석하고 나눔과 봉사에 인색하며 교회출석도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종교 관련 통계 전문가인 조지 버나는 목사들 역시 장로, 침례, 감리 같은 종파의 교리에 얽매이지 않는 ‘나이롱 목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이 처한 환경과 욕구, 생각 등을 접목시킨 자기 고유의 신앙으로  ‘국민 3억1천만명이 3억1천만개의 각자의 종교를 지닌 나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신교가 국교랄 수 있는 미국에서 이러한 지경이 된 것을 독실한 신자들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종교국가인 우리나라에선 과연 자신의 종교에 충실한 진정한 신자와 성직자가 얼마나 될까. ‘엄살, 황제, 안개, PR, 마담’ 등으로 표현되는 ‘나이롱 신자와 성직자’로서 나눔과 봉사에 인색하지 않은지 자가진단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신자와 성직자도 ‘나이롱’으로 본다면 다종교모범국가인 우리나라에선 미국보다 더 많은 나이롱이 존재할 것이다. 다종교사회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신자들을 건전한 ‘나이롱’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단지 자신의 것에만 목매어 질시, 배척, 분열, 탐욕에 빠진 진짜 ‘나이롱 신자와 성직자’가 종교의 위기를 가져 온다고 봐야 할 것이다.


차라리 각자의 환경과 조건, 성향에 맞추는 ‘맞춤 종교’가 다종교사회에서는 어울리는 종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를 쓴 알랭 드 보통.     ©
철저한 무신론자인 스위스 태생 영국작가 알랭 드 보통이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란 책을 통해 “종교는 매우 유용하고, 효과적이고, 지적이기 때문에 신앙인들만의 전유물로 남겨두기에는 너무 귀중하다.”고 주장해 화제였다. 그는 어떤 특정한 하나의 종교가 아닌 인류가 살아오면서 쌓아온 지혜의 원천인 종교가 갖고 있는 장점들은 인류 역사에서 형성된 우리 모두의 것이며, 이를 통해 소외를 극복하고 사랑과 믿음을 실천해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무신론자, 반종교주의자들도 각자 자신의 ‘신전’을 세우고 그 속에서 사랑, 믿음, 관용, 정의, 절제 등의 미덕을 배우고 실천할 것을 제안했다. 결국 각인각색의 맞춤종교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 신앙인 보다 종교를 존중하여 더욱 종교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내 신앙과 내 신념, 내 평안만이 최고라며 아비규환의 세상을 만드는 일부 종교의 현실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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