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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 고진감래 흥진비래 전화위복… 그 끝은?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3/26 [09:31]
범종교시각

새옹지마 고진감래 흥진비래 전화위복… 그 끝은?

범종교시각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3/26 [09:31]
 
경전의 귀절이나 명언은 하기 힘든 처신을 다짐하는 발언

▶ 제주 올레길을 다녀온 다음날, 동네 대모산에 올랐더니 산수유는 활짝 피워났으나 올레길에 비해 나뭇가지 앙상한 하늘 풍경은 여전히 삭막하다. 그러나 곧 새순이 돋고 울창해지기 전의 황량한 숲이 올레길만큼 정겹다. 시간의 흐름이 아쉬운 탓인가.

‘인생 새옹지마(塞翁之馬)’- 삶이 힘겹고 고단할 때 떠올리며 위안받는 고사성어다. 앙상한 나무에 싹이 틀 거란 기대가 있다. 그리고 다시 낙엽이 되어 떨어질 거란 교훈도 준다. 고진감래(苦盡甘來), 흥진비래(興盡悲來), 전화위복(轉禍爲福) 등의 사자성어가 널리 회자되는 것도 그러한 절실한 교훈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고감, 흥비, 화복 모두가 정겹고 그리워진다. 대모산 황량한 숲에선 올레길이, 올레길에선 대모산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견디지 못할 고통과 근심 없고 영원히 지속될 만족과 행복도 없다. 苦‧ 悲‧ 禍, 甘‧ 興‧ 福도 마찬가지. 다만 순간순간 당당하고 투명하고 떳떳하게 많이 사랑하며 생활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야 그리워하고, 정겨워 할 것으로 영원히 남는다.

 
▲ 대모산의 삭막한 하늘 풍경(사진 위)과 대조적인 제주 올레길.     © 매일종교신문


▶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골치 아픈 일들을 정리하기 위해 대모산을 산책했다. 제주의 풍성함과 대모산의 앙상함을 비교하며 ‘새옹지마’란 단어를 떠올렸다. 이를 교훈 삼아 순간순간 맑은 정신으로 생활하길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마음을 정리해보았다. 댓글이 올라왔다. ‘글 읽고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명언 새겨갑니다’ 등 과찬의 말이었다. 마치 설교나 법문을 늘어놓은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솔직하게 답글을 달았다. ‘골치아픈 일을 맡아 일요일 밤늦도록 해결점 모색하느라 슬취해 귀가하는 나한테 배운다니 부끄럽소. 글과 마음만 그렇고 현실은 녹록치 않은거 알고 있지 않소’, ‘명언이란 하기 힘든 처신을 다짐하는 발언이지요. 그러나 그런 발언 자꾸 되새기다보면 용기와 위안이 생기지요’ …

▶ 특히 성경, 불경, 논어 등의 경전에는 용기와 위안, 교훈을 주는 귀한 말씀이 많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필요한 몇 개씩의 명구(名句)는 가슴에 담아 놓고 생활한다. 성직자들도 수없이 인용한다. 그것은 그만큼 자신이 지키지 못해 자꾸 다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인이 가장 많이 검색한 성경 구절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요한복음 3장 16절)라고 한다. 구원과 영생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하는 믿음을 얻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국내 50대 목사들의 설교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가정’이라고 한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구는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하라’로 시작되는 ‘에베소서 6장 1절-4절’이다. 그만큼 성직자나 신자들 모두 가정의 화평과 부모에의 순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자기암시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나는 논어의 ‘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이란 구절을 자주 떠올린다. 내 편함과 욕심때문에 자주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기 때문이다. 오늘 출근 길에는 불경의 “세상의 즐거움은 뒷날 괴로움이 될 것인데 어찌 그것을 욕심내고 집착할 것이며 한번 참아내면 뒷날 영원한 즐거움이 될 것인데 어찌 이를 알고 도를 닦지 않겠는가”(발심수행장)을 떠 올리며 마음을 다스렸다.
 
누가 들으면 성인군자의 말씀이라고 하겠지만 성인군자가 아니기 때문에 늘상 마음에 새기며 살아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전은 최고의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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