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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소풍길 단상●법화산 정들이기와 청첩문구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06/22 [09:03]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해야 스스로도 사랑하고 용서한다

하늘소풍길 단상●법화산 정들이기와 청첩문구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해야 스스로도 사랑하고 용서한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06/22 [09:03]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이 우리의 가정을 꾸리게 합니다.
부모님들간의 소꿉친구 인연이 저희 가정에 이어집니다.
부모님들의 화목한 사랑의 교훈을 따르며 세상과 사회의 소금이 되는 가정을 만들겠습니다.
저희 결혼과 소망을 축하, 격려해 주세요.”
 
구성주민센터에서부터 정성을 넘어서 단국대까지 법화산 본 줄기 9km 산책을 끝내고 죽전 야외음악당 벤치서 딸과 사위의 청첩문구를 읽어보았다. 내 삶이 다시 시작하는 듯 하다.
 
 
이사온 지 한달 보름, 법화산 본줄기서 벗어난 샛길을 찾아다니며 정들이기에 나서 캘빈대, 경찰대, 단국대 길 등을 비롯해 각 아파트 단지 길 곳곳을 답사했다. 장욱진 화백이 말년 작업을 하던 생가, 민영환 묘소, 사기막골, 구성도서관 등 법화산 자락의 정붙일 만한 장소도 찾아나섰다. 383m 정상을 넘어 단국대에 이르기까지 동쪽 기슭에 조성된 용인 천주교묘지가 그나마 마음붙일 편안한 장소였지만 대모산의 구룡마을, 우면산의 예술의 전당과 소망탑, 수리산의 갈치호수같이 푹 정이 들 쉼터는 아니었다.
 
그러나 청첩문구를 다시 보며 법화산 자락도 정감있게 다가왔다. 아내랑 술,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아늑하고 편안한 장소가 없다고 정붙이기가 어렵다고 할 수 없었다. 마음먹기 나름 아닌가.
 
야외음악당 벤치서 전날 생일을 맞은 딸아이에게 보낸 메시지도 다시 읽었다.
 
“ 30번째 생일 축하한다. 내 시대엔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했는데 이제 너는 잔치 시작이다. 착하되 어리석어 이용당하지 말고, 똑똑하되 야박하지 않은 삶 살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많이 공부하고 많이 사색해야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아직은 잘 깨닫지 못하겠지만 진정으로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야 행복한 삶이다.”
 
그래 맞다.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해야 스스로도 사랑하고 용서한다. 다른 사람과 사물의 잘못, 못남을 그럴 수 있다고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내 자신의 잘못과 못됨도 스스로 용서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러면 스스로를 죄책감으로 시달리게 할 귀신과 신도 들어설 여지가 없다. 이 세상 살면서 불현듯 아내와 부모, 형제 그리고 친구와 친지들에 죄를 지은 것 같아 고통스러울 때가 있는데 그렇게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내가 다른 사람의 과오를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인정하듯이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니 행복하지 않은가.
 
법화산에 아늑하고 편안한 쉼터가 없다고 탓하지 말자. 법화산과 내 궁합을 탓하지 말자. 법화산을 그대로 인정하며 용서하고 사랑하자. 내 스스로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법화산과 진득한 정붙이기를 이룰 것이다. 처처가 아늑하고 편안한 곳이 되리라. 다음 주엔 오늘 청첩문구와 딸에게 쓴 편지를 편안하게 읽은 천주교 묘지와 야외음악당을 다시 찾아가 깊은 정을 나눠야겠다. 법화산도 나에게 정붙이고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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