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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소풍길 단상-아쉬움은 사랑이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5/11/16 [00:10]
아쉬움...아쉬움...으로 끝나는 게 좋지 않은가

하늘 소풍길 단상-아쉬움은 사랑이다

아쉬움...아쉬움...으로 끝나는 게 좋지 않은가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5/11/16 [00:10]
▲ 법화산 숲속 벤치에 누워 바라다 본 하늘에서 가을은 이렇게 저물어 갔다.     © 매일종교신문

일요일 법화산 둘레길을 나홀로 돌다가 숲속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에 담았다. 어느새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낙엽되어 떨어지고 하늘은 훤히 뚫려 있었다. 사진 갤러리에 담아 놓은 하늘풍경을 열어보았다. 단풍이 곱게 물들던 때부터 서서히 하늘이 열리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조만간 다시 올라올 때 마지막 잎새를 볼 수 있을까? 회갑의 가을이 이렇게 저무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더욱 한참을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 남산 둘레길 산책길 풍경이 아쉬워 보고 또 보며 기억 속에 담아 두었다.     © 매일종교신문

어제는 아내,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장충체육관 성곽길을 따라 가을비 내리는 남산 둘레길을 산책했다. 완만한 낙엽길이라 산행시의 힘겨움 없이 맘껏 가을 단풍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었다. 안개비가 얼굴에 와닿는 감촉이 부드러워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3시간의 산책이 아쉬웠다. 그래서 늦가을 아름다운 풍경을 기억 속에 담아놓으려 보고 또 보았다.
▲ 무어라 마셔라 하던 젊은 시절 혈기에서 이젠 아쉬운 듯 절제하는 지혜가 생긴 듯 하다.     © 매일종교신문
 
장충단공원으로 하산해 연초 남산산행 때 들렸던 식당에서 식사와 반주를 했다. 나이를 먹어가는 탓인지 폭음에도 끄떡없던 친구들도 금방 얼굴이 벌개졌다. 나 역시 무작정 퍼붓던 술잔을 자제하고 있었다. 술이 술을 먹게 하던 때가 지났다. 아쉬울 정도까지 마시는 절제력이 생긴 것이다. 어느 일이든 행동이든 이제 아쉬움을 남기는 슬기로운 지혜가 생긴 것일까.
 
부모님, 장인장모님 모두 떠나 천애고아가 된 지금, 그 분들에게 정성을 다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세상 먼저 떠난 친구들에게 좀 더 다정하게 대해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출가한 아들 딸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젊은 시절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게 아싑다.  말을 익히는 손주와 신나게 놀아줄 힘이 없는 게 아쉽다. 신세진 사람들에게 보답할 여건과 기회가 없음이 아쉽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진정으로 희노애락을 나눌 수 없는 것이 아쉽다.
▲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진정으로 희노애락을 나눌 수 없는 것이 아쉽다. 그러나 아쉬움이 있기에 사랑은 깊어진다. 그리고 그 사랑은 삶의 희노애락, 그리고 생과 사를 뛰어넘는다.     © 매일종교신문
 
과거와 현재, 내 마음 안팎으로 이래저래 아쉬움 투성이... 이 세상 떠날 때 사계의 아름다움을 못보는 것과 아무리 한다해도 못다 할 일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게다. ‘다 이루었다’고 할만한 삶은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는데 어쩔 것인가.
 
아쉬움은 바로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랑’이거니 하는 생각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아쉬움이 있기에 사랑은 깊어진다. 그리고 그 사랑은 삶의 희노애락, 그리고 생과 사를 뛰어넘는다. 아쉬움...아쉬움...으로 이어지는 것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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