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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화와 불교-㊼ 서양지식인 불교로 개종, 불교서적 출판 불교협회 결성

보검 이치란 스님 | 기사입력 2021/11/15 [08:57]
아일랜드 출신 우 담마로카 비구, 금주운동 펴면서 불교 흥포에 진력

서양문화와 불교-㊼ 서양지식인 불교로 개종, 불교서적 출판 불교협회 결성

아일랜드 출신 우 담마로카 비구, 금주운동 펴면서 불교 흥포에 진력

보검 이치란 스님 | 입력 : 2021/11/15 [08:57]

아일랜드 출신 우 담마로카 비구, 금주운동 펴면서 불교 흥포에 진력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서양불교는 새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것은 서양지식인들의 불교 개종 풍조이다. 어떻게 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역으로 생각해 보자, 낯선 서양종교인 기독교로 개종한 조선의 선비들을 상상해 보라. 갓을 쓰고 장죽을 물고 공자 왈, 맹자 왈 하던 유생신분의 선비가 예수님을 믿고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지금은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20세기 초 서양의 지식인 그룹들이 불교로의 개종은 조선의 선비들이 기독교로의 개종만큼이나 충격적이고 이색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화개혁, 그리고 새로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 미국의 한 석판 인쇄가(리소그래피)가 제작한 ‘술고래’는 파멸에 이른다는 홍보용 그림.  

  

유럽인들이 아시아의 불교국가에서 불교승려가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전까지는 불교를 이론적으로만 받아들였지만, 20세기에 접어들면서는 실제로 출가의 길을 걷는 유럽인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비구 아소카(고돈 더글라스), 아난다 메떼야(찰스 헨리 알랜 베네트), 아일랜드 출신 떠돌이 우 담마로카 비구 등이다. 우 담마로카(18561914) 비구는 버마에서 꽤 명성이 있던 비구였는데, 기독교선교에 비판적이었으며, 불교 서적을 출판하고 불법 홍포를 위해서 버마 전국을 순회하면서 포교활동을 했다. 또한 술과 담배에 젖어 있던 버마인들에게 금주(금연)운동을 펴기도 했다.

▲ 아일랜드 출신 우 담마로카 비구.    

  

우 담라로카 비구는 1907년 랭군에서 불교 소책자 협회를 결성하여 불교옹호 책자를 발간하고 영국 출신으로 미국의 작가이자 국제적 혁명이론가로 미국 독립 전쟁과 프랑스 혁명 때 활약하였던 토머스 페인(Thomas Paine, 1737~1809)인간의 권리를 번역 출판하여 배포했다.

 

아난다 메떼야(18721923)는 영국 출신 불교도였는데, 황금여명회(黃金黎明會,Hermetic Order of the Golden Dawn)의 멤버였다. 황금여명회는 19세기 말 영국에서 설립된 오컬트 결사이다. 오컬트는 물질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숨겨진 지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라틴어 오쿨투스(Occultus: 숨겨진 것, 비밀)’에서 유래하였다. 심령주의(心靈主義·Spiritualism)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전혀 다른 분야이다. 심령주의는 비이성적이고 감성적인 관점으로 초자연적인 영역을 탐구하는 것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당, 영매, 종교적 광신자, 기타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신이나 혹은 천사 혹은 다른 차원의 초월적 존재들과 교통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심령주의는 개인의 영적 발전과 관련된 영성주의(靈性主義) 또는 영성(靈性·Spirituality)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 심령주의와 달리 오컬트는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관점으로 물리적 영역 이외의 다른 영역에 대한 탐구를 하는 형이상학적인 과학이라 할 수 있으며, 영성주의 또는 영성과 관련이 더 깊다.

 

동양의 오컬트는 중국의 역학 체계, 도교 체계, 인도의 아유르베다와 요가 체계 그리고 티베트의 탄트리즘 체계 등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서양의 오컬트는 유대교의 카발라, 초기 기독교의 영지주의 등에서 그 원리를 찾을 수 있다. 신지학회·프리메이슨·장미십자회 등의 단체에서 오컬트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 황금여명회의 로고 장미 십자가 마크.   

 

아난다 메떼야 비구는 출가하기 전에 황금여명회에서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오컬트 지도자였다. 영국의 유명한 마법사인 알리스터 크롤리(Aleister Crowley, 1875~1947)의 스승이기도 했다. 알리스터 크롤리는 잉글랜드의 오컬티스트, 신비, 의식 마법사이자 시인, 등산가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소재한 텔레마 사원은 크롤리가 건립한 후 그 곳에서 오컬트 의식을 했으며 현재 세계 13대 마경(魔境) 중 하나이다.

▲ 아난다 메떼야 비구 제자였던 크롤리가 건립한 시칠리아의 텔레마 사원 전경.  

 

베넷은 불교 승려로 수계를 받을 때, 비구 아난다 메떼야라는 이름을 받았다. 메떼야는 빨리어이며 산스크리트어로는 마이뜨레야(미륵)란 뜻이다. 그는 버마에서 상좌부 전통의 비구가 되었는데, 유럽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출가한 승려였으며, 영국에 불교를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국에서 최초로 불교 전법회를 결성했고, 출판사를 설립하기도 한, 20세기 서양 불교사에서 매우 영향력이 있었던 승려로 기록되고 있다.

▲ 영국에 최초로 불교협회를 결성했던 아난다 메떼야 비구.  

 

아난다 메떼야는 어려서부터 구도적 열정에 불타는 성미였다. 천식을 치료하고 잊기 위하여서도 18세 때부터 동남아시아를 여행했다. 또한 불교국가였던 실론을 방문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스스로 불교로 개종했다. 그는 불교에 심취했고 연구했다. 실론 남부 마타라의 한 불교사원에서 4개월간 머물면서 빨리어와 불교이론을 공부했다. 그는 6개월 만에 빨리어를 습득했다. 사원을 수시로 방문하고 승려들과 불교도들을 사귀면서 불심을 키워갔다. 그는 또 실론 타밀 변호사로서 법무차관을 역임한 요가스승이었던 폰남발람 라마난탄(18511930)경으로부터 하타요가를 지도 받았다.

 

불교를 영국에 전파하려면 아무래도 승려가 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지만, 당시 실론 불교계 사정이 비구계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서 그는 버마로 향해서 사미계를 받고 얼마 지나서 비구계를 받음으로써 정식 비구가 되었다.

▲ 아난다 메떼야 비구(중앙)가 1904년 버마 랭군에서 국제불교협회를 창설하고 멤버들과 기념촬영. 

 

아난다 메떼야 비구는 1907년 영국 런던에서 대영제국 및 아일랜드 불교협회를 창설하였다. 그는 약 25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랭군 불교협회를 기반으로 한 불교협회를 창립하기로 결의 하였다. 25명 가운데는 향후 서양불교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빨리어의 대가인 리즈 데이비스 교수, 화학자인 에드먼드 T 밀스 교수, 내과의사이면서 불교 작가인 어니스트 라인홀드 로스트, 크리머스 험프리스(19011983)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각계의 전문지식인과 이름 있는 지성인들이 불교에 주목하면서 불교로 개종하여 활동했다.

 

이렇게 해서 영국 불교협회는 탄생되었다. 아난다 메떼야 비구의 노력으로 불교협회가 탄생되고 이론적으로나 실제 수행 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던 것이다. 크리마스 험프리스(19011983)는 런던 불교협회를 사실상 이끌어가는 핵심인물이었다. 변호사 출신으로 중앙형사재판소 형사를 역임했다.

 

크리마스 험프리스는 아시아의 많은 승려들과 불교학자들을 초청하여 설법을 경청했으며, 불교전파를 위해서 노력을 경주 했다. 필자도 80‘년대 영국 유학시절 이곳 불교협회를 자주 찾아가서 자료를 열람하고 불교리뷰를 읽으면서 정보를 얻고 교류했던 경험이 있다. 이곳 런던불교협회에서는 불교철학(교리) 강좌와 명상 수련이 주기적으로 열렸으며, 현재 까지도 서양불교의 전진기지로서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

▲ 영국 런던 불교협회를 이끌면서 많은 불서를 저술한 판사 출신 크리마스 험프리스.  

 

나는 태국으로 비구 연수를 갔다가 영어를 익히고 스리랑카 인도 프랑스를 경유하여 영국에서 포교당을 열고 영국인들에게 숭산 선사의 지도를 받으면서 명상을 지도하고 전법활동을 했다. 또한 대학에서는 영어를 공부하고 영국의 이곳저곳을 방문하면서 영국인들과 명상 캠프를 운영하기도 했다. 영국 유학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영어공부가 급선무라는 인식에서 오직 영어 공부에만 집중했다. 5년간의 영국 유학생활이 나에게는 <금강경> <법화경> <유마경> <법보단경> <벽암록> 등을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는데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 보검스님(왼쪽)이 40여 년 전 영국 유학시절 베트남에서 온 유학승들과 함께 런던 테임즈 강 타워 브리지 위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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