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과 광기, 방파제 역할하는 중도.화쟁

신민형 | 기사입력 2024/01/0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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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세상 핫이슈 vs 평범한 중노년의 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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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과 광기, 방파제 역할하는 중도.화쟁

신문 세상 핫이슈 vs 평범한 중노년의 톱뉴스

신민형

| 입력 : 2024/01/05 [21:46]

이성이 만들어 온 광기의 역사와 중용.중도 사상에서 배우는 것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으로 2024년 새해 시작부터 충격과 혼란스럽다. 지난 2일 오전 피습사건이 알려지자 내 카톡에도 관련 동영상들이 속속 들어왔다. 소위 ‘좌파우파’ 가리지 않고 보내왔는데 각각 자신들의 생각을 담았을 것이고 자신들의 전송 의도가 나한테도 전해질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끔찍한 사건에 정치인과 각 진영은 사건 자체에 대한 충격이나 당사자 입장보다 자신들과 진여의 유불리를 먼저 계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 인간이 참 가련하고 어리석은 존재라는 걸 느끼네”

전송자의 의도에 맞장구 치지 않고 점잖게 의연한 척 답글을 보냈다. 극단적 입장을 가진 사람에겐 무응답이 최선으로 내 ‘척’에 반감을 갖지 않을 사람들에게만 답했다. 과거 양 진영 사람에게 극도의 혐오감을 갖고 있는 ‘좌우파’ 후배들의 비난에 ‘너보다는 낫다’는 말을 내뱉아 의절하다시피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 ‘나보다는 뛰어난 사람’ 이란 완곡한 표현을 쓰는데 좌우파 후배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고 내 사진도 되돌아보게 돼 좋다.

그러나 ‘척’하는 내 모습이 좌우파 후배 모두에게 비난을 받을 것이란 생각도 한다. 실상 내 자신도 내 의식이 못마땅하다. 피습 자체에 대한 충격과 아픔, 동정보다는 ‘각 진영이 유불리를 먼저 계산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으니 각 진영의 계산과 다를 바 없는거 아닌가. 나 또한 정쟁과 다툼의 광기에 휘말린 셈이다. 답글로는 ‘인간이 참 가련하고 어리석은 존재’라며 ‘도덕군자’ 인 척 하지만 이미 정쟁과 광기에 오염된 것이다.

정의, 공정, 이성, 균형을 앞세운 주요 주간지들이 1면 톱과 사설로서 연이어 정론을 펴는 척 하지만 물밑에선 진영 편의 다툼과 분노를 부추기는 것이 나와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이재명 피습에 조간지들은 ‘민주주의 테러’와 ‘음모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보혁이 은연 중 강조하며 내세운 것은 달랐다. 정론인양 ‘극단정치 폐해’를 보도했으나 헬기수송을 특권의식이라 비판하며 비중높여 보도한 보수지(조선 5일자 1면 톱과 중앙 4일자 칼럼)가 있는가 하면 피의자가 국민의힘 당원이며 태극기부대 였음을 1면 톱(한겨레 4일자)에 내세운 진보지가 있어 극단세력의 적대화·악마화를 은근히 부추겼다. 정통신문들의 비판 대상인 유튜브 등 SNS 행태와 다를 바 없다. (하단 각 조간지 이재명 피습 관련 메인 기사와 사설 참조)

광기를 잠재우는 화쟁. 중도 정신

이 대표 피습을 비롯해 온통 다툼과 혼란스런 사설, 칼럼, 보도 가운데 미담이나 신선한 뉴스는 아니더라도 마음을 정화시키는 기사를 찾으려고 했으나 찾기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 이순철 부산외국어대 인도학과 교수의 칼럼(한국) ‘이슬람 확산의 방파제 인도’가 내 눈에 들어온게 다행스러웠다.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469/0000778769?date=20240105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네타냐후 총리. X 캡처

이 칼럼은 극단 이슬람세력의 방파제 역할을 한 힌두, 불교문화의 인도를 다룬 것이다. 이 교수는 힌두, 불교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인도가 극단 이슬람세력이 인도 서쪽에 머물게 하고 동쪽으로 넘어오지 못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인도가 이슬람 문화를 갈라 치게 하는 분수령이며, 현재 서방과 이슬람 대립의 방파제가 된 것’이라고 한다.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바른 길’이라는 인도의 불교, 힌두의 중도사상이 극단이 넘어설 여지를 없앴다고 본다. 또한 자신들의 이론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이론들을 배척하는 사람들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화쟁사상도 있다. 원효가 집대성한 것이라지만 그 뿌리에는 인도의 힌두, 불교문화가 깔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짧은 소견으로는 중간의 도(道)를 추구하는 동양의 ‘중용사상’도 극단, 갈등을 해소하고 자제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다. 또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하라는 공자 말씀 ‘화이부동(和而不同. 논어 자로편)’ 역시 동양의 뿌리깊은 사상일 것이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하진 않지만 이들과 화목할 수 있으면 세계의 문명충돌을 비롯해 국내의 극단적 이념과 정쟁, 분노와 혐오감은 수그러들 것이란 상상을 한다.

이성을 내세워 광기를 조장한 역사에서 배우는 것

이성을 앞세워 광기를 조장한 역사적 사건이 얼마나 많은가.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적 이성을 내세우고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8회에 걸쳐 감행한 ‘십자군 전쟁’이 그랬다. 지금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교회가 그릇된 이성의 기독교인 눈으로 본 이단들을 무자비하게 화형에 처한 ‘마녀사냥도 마찬가지다. 현대에 와서 자행된 히틀러의 아우슈비츠 학살도 국민적 이성이랍시고 광기를 부추긴 사건이다, 레닌의 독재은 이성적인 마르크스 주의로 인민을 광기로 몰아갔다고 할 수 있고 모택동의 문화대혁명 역시 말할 필요가 없다. 북한의 세습정권은 또 어떤가. 인민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그들을 그루밍해 광기로 몰아갔다. 그들은 세습자를 열렬히 환호하며 우는 것을 광기라 여기지 않는다. 이성에 의한 합리적 판단으로 생각한다. 가스라이팅 당한 맹목적 믿음의 종교인들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한국사회의 극단적 분노와 대립, 갈등도 각 진영이 자기 멋대로의 합리적 이성을 내세우며 생긴 광기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극단적 행동으로 치닫는 ’대깨문‘ ’개딸‘ ’태극기부대‘는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옳고 정의롭고, 합리적 이성의 소지자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래서 ’화쟁. 중도. 화이부동‘ 정신이 더 절실해진 세상이다.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 ’자기와 다른 이론들을 포용하는 화쟁‘ ’다름을 인정하고 융화하는 화이부동‘을 조금이라도 느끼며 실천한다면 좀 밝고 건전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자기 눈에 비친 세상만 고집하지 말고 잠시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보기‘가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