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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형 범종교시각
추석날 기도문 겸 넋두리- ‘不知生焉知死-주변 삶이나 행복하게 챙겨라’
하늘소풍길 산책
기사입력: 2017/10/04 [08:56]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신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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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연과는 비교할 수 없는 광대, 오묘, 평화로운 호주의 멋진 대자연이 눈에 삼삼하다. 그러나 귀국 후 충분한 수면과 휴식에도 풀리지 않는 여독은 오밀조밀 소박한 법화산에서 풀어진다. 텃밭에서 느낄 수 있는 것 같은 숲 냄새가 호주 청정 공기보다 훨씬 정겹다.    

처형과 동서는 아내보다 먼저 귀국하기로 한 나 때문에 함께 있을 체류기간에 모든 관광일정을 짜놓았다. 멜버른 필수 관광상품인 그레이트 오션로드, 펭귄 퍼레이드와 펠리칸을 구경하는 필립 아일랜드 코스 등을 비롯해 전철 트램을 타고 시내 곳곳을 누볐고 호주 가정집에서 일상적인 식사와 생활도 함께 했다. 처형 집이 있는 야라강 상류 강변 자연공원도 산책해봤다. 호주 동네 공원이 3.4시간 법화산 코스보다 넓고 깊었다. 더욱이 숨은 비경과 맛집, 숙소까지 찾아가는 무리한 일정이었다.     

뭔가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나의 습성상 익숙하지 않은 생활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를 보름간 여유있게 쉬게 하고 홀로 귀국하는 마음이 홀가분했다. 뭔가 일을 처리한 다음 법화산 산책할 편안함이 나를 설레게 했다. 홍콩 경유하는 13시간 비행 동안 잠도 안자며 인공지능, 외계인, 지구멸망 등을 다룬 SF 영화 4편도 즐겼다.     

오전에 귀가해 한숨 자고 일어나 밀린 일 처리하고 법화산에 오르니 찌뿌드한 몸이 확 풀린다. 더부룩하고 쓰리던 속도 말끔해졌다. 아들 며느리 손녀도 외갓집으로 보냈으니 마음이 더 편안해진다. 카페에 들러 느긋하게 커피 들며 홀로 있는 몇일간 일정을 짜볼 생각을 하니 행복해진다.     

다만 편한 농담 나눌 수 있는 마누라 없는 게 허전하다. 때맞춰 아내와 처형, 동서가 함께 했던 사진들을 마구 보내준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자연풍광과 함께 찍은 사진 하나하나가 새롭다. 벌써 아름다운 추억처럼 아로새겨져 현장에서 못 느꼈던 감흥과 즐거움, 행복까지 누리는 듯하다. 신기하다. 광대, 오묘, 평화로운 대자연보다 법화산이 더 편한 것을 보니 대자연과 함께 한 사람들의 영향이다.    

각방 쓰는 데 익숙해진 아내에게 짖궂은 농담 카톡을 보냈다. “내 몸으로 감싸줄 수 없는데 호주 기온이 5도까지 떨어지니 히터 틀어놓고 주무시오.”     

그러자 평소 못나눴던 기대 이상의 답변이 돌아왔다. “따로 잠자던 서방님도 없으니까 이불을 두 개씩 덮고 자네요. 내일이 추석인데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마음이 짠하네요.”    

법화산이 편한 이유가 아내와 주변 정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고 호주의 자연경관 역시 아내와 주변 사람들이 함께 했기에 더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간직함을 부정할 수 없다.     

각방 쓰고 살아도 함께 관심갖는 이야기와 농담나누며 살 수 있다는게 더할 수 없는 행복이란 걸 다시 느끼게 된다.     

이미 여행 전 애들과 추석날 추모감사기도를 미리 했으나 평생 처음 명절 차례와 추모감사기도를 치르지 않는 2017년 추석날이 왠지 마음에 걸려 애들과 공유하려는 기도문 형식의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조상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가 된다. 그러면서 부모님을 비롯한 조상들의 영혼이 있다면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기뻐하실 것이란 생각을 한다. ‘부지생언지사(不知生焉知死)- 우리 영혼은 자유로우니 너희들 주변 삶이나 행복하게 챙겨라’고 말씀 해주시는 거다.     

* 차례 지내지 않고 습관상 10년째 추석날 기도문을 작성하는 중, 아내와 딸들의 해외여행으로 혼자 강아지를 보살피는 동네 친구가 전화해 자정까지 술 한잔 하고 돌아와 다시 기도문 겸 넋두리를 정리한다. 내일은 집에서 차례와 추모기도 마친 친구들 몇몇 모여서 구성주민센터서 단국대 이르는 법화산 종주하기로 했다. 천주교 공원묘지 거치는 코스이니 살아있는 우리들끼리의 정담 나누고 해외있는 마누라도 그리워하며 세상 떠난 모든 조상들의 영혼들을 추모하는 시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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