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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 징역 대신 대체복무제 무르익었다

신민형 | 기사입력 2018/01/24 [08:38]
전근대적 이념과 도그마 속 마녀사냥식 증인 수난사는 계속

양심적 병역거부자, 징역 대신 대체복무제 무르익었다

전근대적 이념과 도그마 속 마녀사냥식 증인 수난사는 계속

신민형 | 입력 : 2018/01/24 [08:38]
▲ 대체복무제가 무르익어 가지만 헌법재판소가 6년 넘게 심리를 미루는 사이 안성 여호와의 증인 역사관에 있는 2만명 수감자 명단에 매년 평균 약 500~600명의 명단은 계속 추가되고 있다. 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www.jw.org) 사진 캡쳐     © 매일종교신문

전근대적 이념과 도그마 속 마녀사냥식 증인 수난사는 계속    

# 지난 가을 호주 멜버른에서 만난 50대 전병락 씨의 가족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10여년전 세 아들의 병역문제를 걱정해 무작정 이민 온 전씨 부부는 이제 첫째 아들은 공무원, 둘째 아들은 회사원으로 장성해 사회생활과 신앙생활을 모두 자유롭고 성실하게 하는 것을 보며 자신들의 선택과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낀다. 두 아들을 보면 대입을 앞둔 막내아들의 미래도 보장됐다. 그들의 멜버른에서의 종교와 삶 모두 천국이다.    

# 지난주 방송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문제를 다룬 ‘MBC스페셜'에서 등장한 원로성우 양지운 씨의 가정은 더없이 안타까워 보였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 거부’를 선택한 세아들 중 두 아들은 감옥에 다녀왔으며 셋째 아들은 1심과 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핍박받는 지옥같은 현실을 천국 바라보는 신앙으로 극복하는 생활이다. 이승의 삶과 저승이 다 천국이 될 수는 없을까?     

종교신문에 관여하는 관계로 종교적 양심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를 줄곧 지켜본 필자가 새삼 호주와 한국 두 가정을 대비한 이유는 한 국가의 인권과 종교,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가를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이승의 행복한 삶이 저승세계로 이어지고 타인의 종교와 삶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범종교적 신념도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면 곧 하찮은 제도나 이념이 될 것들이 목전의 삶에선 삶을 옥죄게 하는 게 다반사다. 중세시대 마녀사냥을 비롯해 근래의 호주제폐지, 그리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동성애, 낙태문제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성평등은 20세기 들어서야 제기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운전, 영화관 출입과 축구관람은 최근에야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언제 그랬냐 싶게 사우디 여성의 운전금지를 전근대적 미개한 제도라고 비웃고 있지만 막상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같은 전근대적 행의는 당연시해왔다. 독재시대의 반공이념과 도그마에 젖어 그것이 마녀사냥, 중국 문화대혁명시대의 홍위병임을 잊게 만든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대체 복무제 도입이 무르익어가는 상황에서도 이미 젖어든 이념과 도그마를 과감하게 헤어나는 게 힘들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체 복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국회에서는 관련법안을 발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이 4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약 47,000여 명의 이름으로 대체 복무제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으며 18일에는 공영방송에서 금기시되었던 관련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청주지법에서는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판결문은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는 도그마와 법의 틀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사진2: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MBC스페셜’에서는 양씨 가족이외에 1950년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로 수감된 사람 ‘1만9270여 명-약 3만6700년의 형량’의 수난사를 담아 놓았다. 일제시대부터 3대가 감옥에 간 여호와의 증인 가정을 비롯해 군부독재시대 여호와의 증인용으로 만든 '독거특창(獨居貣倉)' 등 가혹한 고문과 탄압, 무법한 구인(拘引)과 학대, 군의문사 등을 다뤘다.  
▲ 지난 18일 ‘MBC스페셜’에서는 1950년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로 수감된 사람 ‘1만9270여 명-약 3만6700년의 형량’의 수난사를 담아 놓았다. 일제시대부터 3대가 감옥에 간 증인 가정을 비롯해 군부독재시대의 가혹한 고문과 탄압, 무법한 구인(拘引)과 학대, 군의문사 등을 다뤘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 역사관에는 이러한 수난사를 전시해놓았고 중립을 지킨 2만명(한국 신도 수 10만명의 20%)에 달하는 수감자의 명단 조각이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6년 넘게 심리를 미루는 사이 매년 평균 약 500~600명의 명단은 계속 추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립 위해 수난 선택한 양심적인 사람들, 종교 이용한 병역기피는 杞憂
교도소서 귀감되는 생활과 대체복무 역할, 사회복지시설에선 큰 효력 발휘
    

#경기도 용인 동백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 강진구씨는 1987년 중립을 지키려 교도소에 갔다. 당시 거센 민주화운동으로 계엄이 선포되면 자칫 일개 부대장의 판결로 형량이 연장될 시기였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은 교도소에서의 성실하고 양심적인 생활이 교도관들로부터 인정받아 힘겨운 교도소의 업무를 도맡았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는 각 교도소에서 여호와의 증인 수감자 배치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미 대체복무 역할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호주 멜버른 중국 회중에서 봉사하는 장로 천성길씨는 군부독재시대인 1970년대 가혹한 교도소 생활을 감수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수감생활보다 대체복무가 길어지면 차라리 교도소를 선택해 성경공부를 하고 교도소 내 봉사(전도)를 하라”고 말한다. 아닌게아니라 그들의 생활 자체가 교도소에선 귀감이 된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감옥살이를 한 김지하 시인을 비롯해 많은 정치인들은 함께 복역했던 여호와의 증인들의 성실하고 양심적인 삶을 평가하고 있다.     

70-80년대 중립을 지킨 두 인물을 사례로 든 이유는 그들의 성경을 믿고 실천하는 모습 때문이다.     

“그가 열방 사이에 판단하시며 많은 백성을 판결하시리니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지 아니하리라”(이사야 2장 4절)    

여호와의 증인이 원칙대로 지키고 실천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의 논리가 되고 있는 ‘이사야 2장 4절’만이 아니다. 모든 생활의 근간에서 철저히 성경말씀이 실천되고 있다. 기성 교파에서 파생된 분파가 아니라 1세기의 초기 그리스도교를 재확립한 여호와의 증인은 삼위일체론과 영혼 불멸, 지옥불 사상은 성서의 가르침이 아니라 이교의 혼합된 교리라며 인정하지 않는다. 초기 기독교처럼 성직 계급과 십일조가 없다. 한국 1,331개의 회중, 10만명 신도를 비롯해 전세계 230여개 나라 800만명의 신도가 있다. (미국 119만, 멕시코 80만, 브라질 77만, 나이지리아 33만, 이탈리아 25만, 일본 22만 명 등)    

세계 각국에서의 그들의 성실하고 양심적이며 즐거운 생활을 보면 그들의 삶을 존중하게 된다. 괜한 이념과 도그마에서 탈피하지 못한 시선으로 그들의 병역과 수혈 거부 등에 거부감을 가졌던 선입견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에 악용될 것이란 기우를 벗어나 힘든 일을 하는 대체복무가 징벌적 근무 연장이 되어선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만도 지난 2000년부터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하는데 시행 초 1.5배 길었던 근무기간이 현역과 동일해졌다. 사진은 지난 15일 약 47,000여 명의 이름으로 대체 복무제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모습.

종교를 빙자한 병역기피를 우려하는 것도 여호와의 증인들의 양심과 생활로 보아 기우에 그칠 것이다. 교도소에서의 복무대체 효과가 요양시설, 소방 등 사회복지 시설에서 빛을 발한다면 국가적, 사회적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근래의 군대는 오히려 대체복무보다 편해졌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 대치해 반공의식이 투철했던 장개석 시대의 대만은 여호와의 증인에 대해 우리와 마찬가지의 무자비한 징집과 탄압을 했었다. 그러나 2000년도부터 대체 복무제를 실시해오고 잇다. 시행 초창기에는 반대 여론이 거셌으나 제도 시행 후 대체근무가 현역보다 힘들다는 것이 인식되면서 시행 초 1.5배 길었던 근무기간이 현역과 동일해지기까지 했다. 천성길 장로가 강조하는 “병역과 수감기간보다 긴 대체복무를 하느니 교도소에서 공부와 봉사를 하라”는 충고와 맥이 닿는다.     

아마도 병역거부자에 대한 징역형이 폐지되는 것은 물론 군복무 기간과 같은 대체복무가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져지는 날이 곧 올 것이다. 전근대적 이념과 도그마를 탈피해 홍위병식 마녀사냥을 끝내게 되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다. “내 자식과 동생 세대에선 중립이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 같았다”는 증인의 기대가 이젠 더 이상 배반당해선 안된다.     

행복한 삶이 좋은 신앙생활을 만들고 좋은 종교생활은 주변인의 종교와 생활에도 도움을 준다. 이승과 저승, 종교와 생활이 모두 천국인 세상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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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로라 2018/01/24 [09:20] 수정 | 삭제
  • 기자도 여증이네. 근데 대체복무길면 차라리 감옥가라고? 완전병역기피네! 군대도 가기싫고 긴 대체복무도 가기싫고ㅎㄷㄷ 미친거아냐? 이런놈들때매 욕먹는거지 완전뭐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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