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행사, 조례 규정 위반’ VS '공직자 종교자유 존중‘
12일 제주시 아라동 산천단에서 열린 한라산신제에서 원 지사는 조례로 맡도록 되어 있는 규정된 ‘초헌관’을 맡지 않았다. 한라산 산신제는 신령에게 태풍·장마 같은 자연재해나 전염병이 생기지 않도록 기원하는 전통행사로 초헌관은 제단에 첫 잔을 올린다. 한라산신제는 삼국시대 탐라국 시절부터 한라산 정상에서 치렀다. 조선 성종 1년(1470년)에는 산꼭대기에 오르다 추위에 숨지는 이들이 생겨 해발 350m 위치에 제단을 마련하고 여기서 제사를 지냈다. 1908년 일제가 폐지했으나 광복 이후 주민들이 부활시켰고, 2009년부터는 제주도의 행사로 제주시 아라동에서 매년 열고 있다. ‘한라산신제 초헌관은 도지사를 당연직으로 한다’는 조례는 2012년 말 제정됐다. 조선시대 제주목사가 행사를 집전했으니 이젠 제주목사에 해당하는 도지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날 행사에서 원 지사 대신 박정하 정무부지사가 초헌관으로 나섰다. 원 지사는 오전 10시 시작한 행사에 20분 늦게 도착했고, 행사를 지켜보다가 제례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음식과 술을 나눠 먹는 ‘음복(飮福)’을 함께했다. 원 지사는 그간 제주도에서 열린 전통 제례에서 계속 초헌관을 맡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26일 ‘전국체전 성공기원 한라산신제’와 12월 10일 ‘건시대제(乾始大祭) 제향행사’에서도 박 부지사가 초헌관 역할을 했다. ‘건시대제 제향행사’는 제주도의 시조(始祖)라는 고(高)·양(梁)·부(夫)씨가 처음 출현한 제주시 이도동 삼성혈에서 매년 열린다. 원 지사가 초헌관을 맡지 않는 이유는 종교적 성향에 말미암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오수정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은 “헌법에서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만큼 제주도지사라면 종교적 입장을 떠나 전통행사의 제관을 맡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초헌관을 반드시 제주도지사가 맡도록 한 조례 자체가 지나치다는 반박도 있다. 정수현 전 한국문화원 제주도지부장은 “도지사가 소명의식을 갖고 제주도의 전통행사를 계승 발전시키는 데 힘을 쏟게 하려는 조례의 취지는 이해한다”고 전제한 뒤 “그렇다고 해도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 정도를 넘어 제례를 집전하도록 의무를 지우는 규정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날 행사에서 “초헌관은 부지사가 맡았지만 제주도정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한라산신제에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원 지자에 대한 비난이 생겨나자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가 12일 “공직자에게도 『종교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교회언론회는 원 지사의 선택에 대해 “종교의 자유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지지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지 못하고 ‘고등종교’를 갖지 못하여 미신을 숭상하던 시절의 제례를, 현대에 복원하여 지켜야 한다는 주장부터 억지”라며 “국가의 태평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이를 제사를 통해야 한다는 것은 미신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언론회는 “또 초헌관이란 ‘나라의 제사 때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일을 맡은 임시 벼슬’을 말하는 것으로, 굳이 도지사가 맡아야 한다는 것도 맞지 않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기독교 신자인 원희룡 지사를 압박하여 개인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만약에 원 지사가 국태민안을 위해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다면 어찌 나올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저작권자 ⓒ CR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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