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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디 짧은 39광년 거리의 '제2의 지구'와 길고 긴 90년 '인간 수명'

신민형 | 기사입력 2017/02/23 [19:32]
하늘소풍길 산책

짧디 짧은 39광년 거리의 '제2의 지구'와 길고 긴 90년 '인간 수명'

하늘소풍길 산책

신민형 | 입력 : 2017/02/23 [19:32]
짧디 짧은 39광년 거리 '제2의 지구'와 길고 긴 90년 '인간 수명'
 
한국일보 2월 23일자 6면 종합면에는 39광년 거리에서 ‘제2 지구’를 발견했다는 뉴스와 2030년 출생하는 한국여성의 평균 수명은 90.8세가 된다는 뉴스가 나란히 배치됐다. 상관성 없는 듯 하지만 깊은 연관성을 느끼게 하는 미묘한 지면 배치와 내용이었다.
 
무한대의 우주에서 빛의 속도로 39년 거리는 짧디 짧게 여겨졌으며 온갖 희노애락 겪으며 지낼 90년 삶은 길고 긴 여정으로 다가왔다.
 
▲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이 발견한 태양계 밖 ‘미니 태양계’의 구성도. 가장 큰 별(TRAPPIST-1)을 중심으로 지구만한 행성 7개가 공전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 캘리포니아공대    
▲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이 발견한 태양계 밖 ‘미니 태양계’의 중심별(붉은색 잘린 원)과 7개 행성들. 행성들의 크기와 질량이 지구와 비슷하다. 미국 항공우주국, 캘리포니아공대  
 
영국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2일 우주망원경으로 태양계 바깥을 관측하다 태양계와 꼭 닮은 행성계를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TRAPPIST-1’이라 명명한 별 주위에는 태양(별) 주변을 지구를 포함한 8개 행성이 돌고 있는 것처럼 이 행성계에서도 TRAPPIST-1 주위를 7개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고 했다. 7개 행성 모두 지구와 크기랑 질량이 비슷하며 이들의 표면 온도도 인류 생존의 필수 요건인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행성을 지금까지 20개 가까이 발견했으나 7개행성들이 함께 별 주위를 공전하는 ‘미니 태양계’에 속한 ‘제2의 지구’ 후보들을 찾아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 뉴스를 보며 2014년 개봉되어 1000만 관객이 몰려든 영화 ‘인터스텔라’가 오버랩 된다. 지구의 환경변화로 인한 인류의 멸망위기에서 ‘제2의 지구’을 찾아 나서는 남자(매튜 맥커너히)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귀환을 약속하고 우주로 떠난다. 두 공간 사이를 빠르게 지나갈 수있는 지름길인 웜홀(warmhole)을 빠져나가 온갖 고난을 겪지만 지구같은 행성은 찾지 못하고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웜홀을 거치는 광속도로 인해 지구와의 세월과는 차이가 생긴다. 지구에 귀환한 아빠의 세월을 멈췄으나 어렸을 때 헤어진 지구의 딸은 늙어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제2의 지구를 찾아나선 아빠와 소녀는 웜홀을 빠져나가는 우주여행으로 젊은 아빠어 늙어 죽어가는 딸로 만난다. 사랑을 아는 이들에겐 90년 인생이나 수억 광년의 우주나 마찬가지 시공간일 뿐이다.    

젊은 아빠와 늙은 딸의 시공간을 초월한 해후는 감동적이었다. 무한한 우주에 비해 한정된 인간의 삶이 아쉬웠지만 사랑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영원한 것이란 걸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은하계의 지름은 10만 광년이라 한다. 빛의 속도로 10만 년을 가면 또 다른 제2의 은하계가 있다. 큰 은하의 지름은 약 4억 광년에 달한다. 그 가운데 인간생명처럼 꺼져가는 항성과 행성은 수없이 많다. 태양의 수명은 약 120억년으로 지금까지 50억년 정도 살았다고 한다. 지구의 운명은 더 짧겠지만 인간생명보다는 길다.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평균 기대수명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2030년 출생한 한국 여성의 평균기대수명은 90.82세이다. 세계 최장수라고 한다. 영아사망, 사고사 등을 감안하면 100세 이상을 살게 될 것이다.우주의 나이에 비해선 찰나에 지나지 않지만 세상에서는 엄청난 장수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수명, 우주의 수명은 시공간 초월한 상황에서는 마찬가지 세월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인터스텔라’에서 늙어 죽어가는 딸은 지구의 기근과 환경악화 등으로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살았을까. 아빠와의 긴 이별, 엄마의 죽음 등 길고 긴 인생 여정일 수 밖에 없었다. 100세 이상을 산다면 더욱 더 많은 희노애락을 경험할 것이며 길고 긴 삶이 될 것이다. 반면 39광년 거리에서 ‘제2 지구’는 수억 광년 거리로 뻗어가는 우주에 비해선 짧디 짧다. 젊은 아빠가 또 다시 우주여행을 떠나 세월을 잃어버린다 해도 무한 우주를 뛰어 넘을 수는 없다.
 
결국은 인간의 삶도, 우주의 생명도 흥망을 겪으며 이어가는 것이고 세월은 그저 공간 속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다만 늙은 딸과 젊은 아빠의 사랑만이 진하게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 사랑은 우주의 확장과 함께 더 넓고 큰 사랑으로 진하게 그리고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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