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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형 범종교시각
나이 들면 철들고 초연·의연해진다는 착각
인간의 비루, 비열, 누추함 감싸는 존엄성은 무엇인가
기사입력: 2019/03/04 [09:13]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신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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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비루
, 비열, 누추함 감싸는 존엄성은 무엇인가 

 

아들네 가족 유럽 여행 떠나자 아내는 중국 딸네 둘러 보러 출국했다. 동서양 누비며 사는 모습들 지켜 보는 게 뿌듯하다.

 

다만 아내가 없으니 텅빈 한국에 천애고아, 독거노인이 된 느낌이다.

 

아내를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주자마자 곧바로 법화산 산책을 시작했다. 한성골프장 끼고 칼빈대의 법화산 둘레길 입구까지 걸어가 본격적으로 산책 시작하면 우울한 기분이 해소될 듯 했다.

 

그러나 천주교 공원묘지 정상 거쳐 법화산 정상에 이르러도 허전한 마음은 여전했다. 아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는 이 정도 산책하면 최고의 컨디션과 기분상태였는데 말이다.

 

나이 들면서 세상 사는데 의연, 초연해진다고 자부했는데 말짱 도루묵이다.

 

내가 철들고 깨달아 내 마음이 풍성해진게 아니라 세상 편해졌거나 주변 여건이 나이에 걸맞게 주어졌을 뿐이다.

 

또 다시 충격 받고, 여건 불편해지면 젊었을 때와 똑같은 분노, 초조, 갈등, 번민 속에 갈팡질팡 헤매는 거 아니겠는가. 노욕, 노추라 특히 비난살 게 아닌 것이다. 이미 초연, 의연해졌다고 느꼈던 일들이 꿈속에서 재연되면 과거와 똑같은 행동과 생각을 반복하지 않던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여건과 노력이 필요한 거처럼 노년의 깨달음 경지의 의연함, 초연함도 여건이 알맞게 주어져야 하고 그에 걸맞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는 인간의 비루, 누추, 비열함은 노소를 막론하고 여지없이 드러나 존엄성은 사라지고 만다.

 

가족 카톡방을 통해 아내에게 내 심정을 토로하면서도 의연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고 나니 스스로 조금 나이값하는 듯 했다. 아내의 호칭도 할머니라 하지 읺고 '선생'이란 호칭을 붙였다 . 애들과 손주에게서 독립된 존엄한 존재라는 걸 확인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아내와 엄마, 할머니 역할 아닌 '강선생'으로서의 삶을 추구하고, 내가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애들에게 전한 선언이기도 하다.

 

"강 선생, 잘 도착하셨는지? 강 선생의 빈자리 의미 깨달으며 지낼테니 맘 편히 동동이네 훈풍 불어넣어주고 돌아오셔! 그리고 애들과 손주들에 얽매이지 않고 강 선생이 하고 싶었던 일 해봅시다. 나도 강 선생 뒤늦은 성취감을 위해 나의 일 성취만큼 노력할거요. 그게 의연, 초연하게 늙어가는 방법일거요." (201933일 페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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