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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형 범종교시각
감사하고 즐거운 양택, 평온하고 아늑한 음택-우주의 풍수지리 명당
하늘소풍길 단상
기사입력: 2020/03/08 [15:58]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신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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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늦가을부터 초봄에 드는 지금까지 4개월여 이곳 마곡서 해외장기체류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았다. 수십년 살았던 친구들이 감탄할 정도로 강서10경 곳곳을 살펴 보았으니 알찬 여행이었다. 아마 이렇게 여행하듯 한평생 산다면 알차고 보람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알차게 여행하려면 그만큼 부지런히 일하고 공부하고 사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주엔 아내와 둘이서 죽을 때까지 살 광교로 이사간다. 4년여 손녀랑 함께 산 용인 법화산 쪽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고향찾는 기분이다. 그들이 새로 마련한 집 바로 근처니 더욱 그렇다.

아내가 좋아하는 호수공원과 내가 좋아하는 광교산이 바로 곁에 있으니 만족스럽다.

 

평생 살 곳으로 이사가는김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장기기증 신청을 하고 수목장지도 마련하기로 아내와 약속했다. 용인 평온의 숲 수목장은 아내와 한번 장례식에 참석한 다음 각자 마음에 담고 있던 아늑한 곳이다.

 

아내와 함께 할 양택과 음택을 동시에 마련하다니 뿌듯하다. 풍수지리나 내세와 후손의 발복은 믿지 않지만 마음에 드는 양택에 이사가듯이 음택도 정해놓으니 마음이 풍족해진다.

 

이사 이틀 앞둔 마곡에서의 마지막 산책길은 그동안 가장 선호했던 코스로 정했다. 서울식물공원 횡단해 치현산 거쳐 개화산 정상 올랐다가 개화산역으로 내려오는 개화산 둘레길 1,2코스다.

대모산, 우면산, 법화산 산책은 하늘소풍길이라 명명했지만 이곳 개화산 산책은 그들 산만큼 정을 못붙여 그런 표현을 못했다 . 그러나 막상 이별한다고 생각하니 개화산도 하늘소풍길이다. 정겨워진다.

 

치현산, 개화산 하늘소풍길 마지막 산책에서 유난히 묘지개장공고가 눈에 띈다. 치현산 자락 한강 전망이 보이는 곳에 조성 당시에는 자손들이 정성들여 봉분했을 산소이다. 아마 좋은 양택 이어 명당 음택도 마련한, 세속에서 더할나위없이풍족한 삶을 누렸던 주인공이 이 묘지에 누워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후손 아무도 찾지 않는 묘지는 공원으로 변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거나 허무하지 않다. 세월가면 왕후장상의 묘지부터 웅장한 피라미드에 이르기까지 세상에서 잊혀지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수장, 조장, 수목장 등과 다를 바 없다. 무한한 우주에서 무슨 풍수지리가 있겠는가.

 

개화산 정상 전망대에서 발산대교가 있는 한강을 내려다본다. 한강 너머 북한산은 쾌청한 날 보았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 하다. 하늘소풍길 산책에선 마음으로 세상을 보아서 좋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 '코로나 블루'가 하늘소풍길 산책에선 감염되지 않는다.

 

그동안 수술 등 병원신세 비롯해 일상의 번잡함과 매듭들을 풀어준 개화산이 고맙다. 이제 광교산으로 떠나며 그곳서도 알찬 여행하듯 곳곳을 살펴보며 마음으로 세상보는 여유를 기대한다.

 

 

마곡 산책코스 종착점인 방신시장으로 간다. 사람이 많은 곳이니 마스크를 쓰고 느긋하게 시장통로를 돌아보며 떡과 잡채, 만두, 총각김치나 땅콩 등 내키는대로 사들고 가는 재미를 누려보자.

 

이젠 어디서고 하늘소풍길 산책이다. 발과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같은 인생산책길이다.

 

안녕! 마곡과 강서십경. 고마움만 기억하고 아무련 남기지 않고 떠난다. 광교에 가서도 풍요로운 생활에 감사하며 그곳 하늘소풍길 산책 즐기다가 아무 미련 없이 평온의 숲으로 사라질 것이다. 즐겁고 감사한 양택, 평화롭고 아늑한 양택...그게 우주의 풍수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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