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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쓰나미로 번지는 한국사회의 ‘미투’ 물결
법조계서 정치·예술·종교·교육계까지 확산…일각 ‘억울한 피해자’ 우려 시각도
기사입력: 2018/03/07 [08:10]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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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서 정치·예술·종교·교육계까지 확산…일각 ‘억울한 피해자’ 우려 시각도    

미국 영화산업의 메카 할리우드에서 비롯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한국에서 본격화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지난 1월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면서다.

‘한국판 미투’는 이제 정치, 언론, 경찰, 법조, 종교, 문화·예술, 교육계 등 사회 전반으로 마른 산에 불이 번지 듯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라는 종교계와 대학가에서 초·중·고까지 교육계 전반으로 번지며 각 분야의 권력자로 행세해 온 ‘괴물들’을 겨냥하는 중이다.
 
3월2일 여성계에 따르면 최영미 시인이 문단 원로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로 확산했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문학계 거장이 저지른 추행에 사람들이 놀라는 사이 ‘미투’의 불길은 대폭발을 맞았다. 연극계 거물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저지른 범행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는 이 전 대표가 ‘안마’를 부탁한다면서 저지른 성추행을 낱낱이 밝혔고 다른 동료 연극인들도 폭로에 동참했다. 이후 조민기, 조재현, 한명구, 최일화 등 유명 배우들에 대한 미투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최근 미투 운동은 대학가로 확산하는 추세에 있다. 대학 내 페이스북 페이지인 ‘대나무숲’이나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미투 폭로 역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에선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상당수 ‘미투’가 구체적 물증은 없이 피해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미투 운동이) 자칫 피해가 가해가 될 수 있고 또 가해가 피해가 될 수 있는 혼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으므로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감정적인 여론몰이를 벌이기보다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그릇된 문화를 바로잡는 원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지사가 성폭행" 정무비서 폭로…민주,'성폭행 의혹' 안희정 출당·제명      

사회 전반에 걸쳐 미투운동(성폭력 고발 운동)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안희정 지사의 비서인 김지은 충청남도 정무비서는 3월5일 저녁 JTBC에 출연해 안 지사가 8개월 동안 4차례에 걸쳐 자신을 성폭행하는 등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행비서는 밤에도 부를 수 있는 자리"라며 업무 특성상 겪었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 비서는 또 "저한테 계속 미안하다고 하면서 도덕심 때문에 이런 식으로 비밀 카톡(텔레그램)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폭행 이후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청하지 못한 사연도 털어놨다. 그는 "(주변 사람들은) 안 지사 옆에 너무 오래 있었던 사람들이니까 얘기하면 제가 잘릴 것 같았다. 실제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안희정 충남지사     

또한, 김 비서는 미투 운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지난 2월 25일 안희정 지사가 저를 불러서 미투 운동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안 지사가 미투 운동을 보고 너에게 상처를 줬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면서 울먹였다. 그는 "이날도 안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해 미투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며 "(안 지사에 의한)다른 피해자도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이어갔다. 김 비서는 지난해 안 지사가 직접 수행비서로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는 이에 대해 "수행비서와 부적절한 관계는 인정하지만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김 비서를 돕는 변호인단은 5일 꾸려졌다. 김 비서는 곧 안 지사를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안 지사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며 2위로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패배한 후 경선 결과에 승복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지사가 자신의 공보비서(6급)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일자 민주당이 5일 안 지사에 대한 출당 및 제명조치에 들어갔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한 뒤 직접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안 지사 관련 보도에 대해 당 대표로서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안 지사에 대해서는 출당 및 제명조치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성역은 없다”…종교계로 번진 '미투'
신부 성폭력 시도 폭로에 천주교 당혹…개신교계도 '미투' 꿈틀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개하는 '미투' 움직임이 종교계로도 번지고 있다. 종교계에 따르면 천주교 신자에 의해 7년전 일어났던 한만삼 신부의 성폭행 시도가 폭로되자 천주교는 당혹해 하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김희중 대주교가 지난 2월28일 고개 숙여 공개사과 했다.

유명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에도 모습을 나타냈던 신부가 소속됐던 수원교구는 한만삼 신부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린 데 이어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다. 사건 당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으로 남수단에서 선교 봉사활동을 했던 한 신부는 정의구현사제단에서도 탈퇴했다.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2월28일 수원교구 소속 한만삼 신부의 성폭력 사실을 공개 사과하고 있다.     

그동안 천주교 사제의 성범죄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서울대교구의 어느 신부가 신자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고, 2017년에도 신부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미투’ 바람이 거센 가운데 피해자가 직접 실명을 공개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천주교 측도 과거 사례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교황청의 지침에 따라 성직자의 성범죄에 대해 처리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기회로 이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신교계에서도 미투 운동이 꿈틀거리고 있다. 오는 7월 기독교반(反)성폭력센터를 개소하는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센터 개소에 앞서 3월2일 '교회 내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개최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과거에는 교회 내 성폭력 당사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는데 최근 미투 열풍이 거세게 불어닥친 후 오래전 성폭력을 경험했던 당사자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번 행사도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기 대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온라인으로 사례를 신청 받아 참가를 결정하고 신청서를 작성한 이들에게만 모임 장소와 시간을 공개할 예정이다. 센터는 이날 행사에서 나온 피해자들의 경험담과 추가로 접수되는 제보들을 엮어 사례집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교회의 성폭력은 성직자의 막강한 권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이어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피해 사실을 공개할 경우 교회 내에서 피해자를 '꽃뱀', 심지어는 '이단'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다.           
▲ 사진 = 서울 YWCA 제공             

최근 교회 내 성추행 피해를 미투 해시태그 걸어 공개한 한 여성은 2월23일 여성민우회 주최로 열린 '미투' 자유발언 행사에 나와 "교회는 목사의 권위가 절대적인 비민주적인 구조가 대부분이어서 피해 사실이 알려져도 목사를 두둔하거나 침묵을 강요하고 협박하는 2차 피해가 심하다"며 교회 내에서도 미투 운동이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불쾌했던 기억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해도 교단이나 종단 차원에서 이를 은폐하거나 뭉개버리는 사례가 빈번했고, 피해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제재가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2010년 한 여성 신도의 제보로 시작된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논란이 대표적이다. 많은 제보자가 '미투' 대열에 동참하면서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은 책이 발간됐고, 법원에서도 성추행 혐의가 인정됐지만, 전 목사의 면직을 요구하는 교계 내 목소리에 교단은 응답하지 않았다.

성직자 성범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예장통합) 총회의 경우 2018년부터 소속 교회 목회자를 대상으로 성폭력예방 의무 교육을 하기로 하는 등 일부 교단이 대응에 나서기도 했으나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지난해 몇몇 개신교 교단이 성폭력에 관한 특별법을 교단법으로 제정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잇따라 총회에서 부결됐다"며 "예장통합의 성폭력 예방 교육도 내부 인력을 단기간 교육시켜 강사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SNS(사회관계망)에 올라왔던 불교 관련 폭로 글에 따르면, 한 노(老)승려가 술에 취해 자신을 괴롭히고 성추행까지 한 구체적인 상황을 적시했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됐지만, 불교계에선 성추문 폭로가 이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조계종에서는 해인사 중앙종회의원 J스님의 여성 종무원 성추행 의혹, 전 호계위원 H스님의 성폭력·사실혼 의혹 등이 불거져 파문이 일었다. 앞서 2012년에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A스님의 반복된 음담패설, 2013년 문화재연구소장 B스님의 여직원 옷차림 지적과 부적절한 호칭 및 폭언, 2013년 사회부장 C스님의 음담패설 및 여직원 신체부위 평가, 2014년 여직원에게 ‘임신 잘 하겠다’고 한 사회국장 D스님의 발언 등이 논란이 됐다. 당시 물의를 빚은 A, B, C, D스님은 <불교포커스> 보도를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자숙하는 모양새를 보였으나, 이후 2014년 16대 중앙종회의원 선거에 버젓이 출마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악의적 추행과 폭력에 대해서는 당연히 처벌을 해야겠지만, 성인지(性認知) 감수성 부족에 대해서는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 소장은 주장했다. 옥 소장은 “비구 스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놀랄 때가 있다. ‘이뻐서 엉덩이 한번 토닥여준 것인데 이게 성희롱이냐’는 식의 말을 할 때가 있다”면서 “종단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황당함을 느낀다. 어떤 것이 성추행인지 또 성폭력인지 잘 모를 경우 제대로 배워야한다”고 말했다.

성평등불교연대(이하 성불연대)를 이끌고 있는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분명한 공사(公私) 구분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공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대부분은 사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데에서 비롯한다. 말 하나를 놓고 성희롱이 된다, 안 된다를 규정하기보다, 공적인 관계에서 가능하면 사적인 농담이나 질문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옥복연 소장은 불교계에 만연한 남성 중심적 문화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옥 소장은 “미투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 피해를 밝혔을 때 비난이 아닌 위로와 공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교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비구니 스님이 비구 스님 앞에서 입바른 이야기를 하면 ‘어디 감히 비구니가’라는 말을 듣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앞에서는 ‘허허’ 해도 뒤에서 따로 불러 ‘어디 감히 비구니가 말을 함부로 하느냐’고 지적하더라는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영란 소장은 권위 있는 여성들이 가해자의 입장에 동조하는 분위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조직에서는 남성중심적인 일부 여성들이 피해 여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거꾸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도 조희진 조사단장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나오지 않나”라며 “성폭력 문제 가해자는 대다수 남성, 피해자는 대다수 여성이지만 생물학적 성별로만 이 문제를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대학이어 초·중·고교까지 '미투 도미노'… 학생·교사들 "나도 당했다"

“(선생님이) 뒤에서 저를 끌어안거나 팔을 주물럭거릴 때마다 팔다리가 얼어붙는 두려움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2013년 외고를 졸업한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을 통해 “고2 시절 교무실 청소를 할 때마다 학생부장 선생님이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고3 때 봤더니 (그 선생님은) 후배들에게 그 짓을 계속하고 있었다”며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악습으로 내려온 ‘집합문화’를 교육청에 신고해도 덮으려고만 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이내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 ‘스쿨 미투’ 페이스북 캡처.  

3월4일 ‘미투’ 운동이 대학가를 넘어 초·중·고교까지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월26일 페이스북에는 교내에서 겪은 성추행·성폭력 피해를 익명으로 고발하는 ‘스쿨미투’ 페이지가 개설돼 현재까지 학생과 교사들의 폭로가 잇따랐다. 2009년 인천시내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다는 한 제보자는 교감이 회식 장소에서 자신의 몸을 더듬은 사실을 고백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상황이) 너무 비참했다”고 글을 올렸다.

졸업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피해 사례를 모아 재발을 막자는 움직임도 나온다. 직장인 이 모(46·여)씨는 중·고교 졸업생 모임 밴드를 통해 학창시절 겪은 성추행 사례를 모으고 있다. 이씨는 “(성추행은) 나만의 경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도 고통받을 후배들을 위해 학교로 찾아가 잘못한 일들에 대해 사과를 받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동참 이유를 밝혔다.그동안 학내(學內) 성추행·성폭력 문제가 공론화되더라도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2017년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초·중·고 성(性)비위 교원 징계현황’에 따르면 징계받은 교원은 2015년 97건, 2016년 135건, 지난해 상반기 90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마사지 업소에서 성매매를 하거나 동료교사, 학생들을 성희롱하는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감봉’, ‘견책’ 등 경징계만 받고 다시 교단에 선 경우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29건이나 된다.

교육부는 지난 2월27일 신고와 예방교육을 강화한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으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명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미투 운동 전에도 교원들의 성추행 사건이 꾸준히 터져 나왔지만 교육부는 그때마다 예방교육 강화 등 같은 대책을 반복하고 있다”며 “교육 연속성과 다양성을 고려하는 등 질적 측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가 미투 운동은 개강을 맞아 더욱 활발해졌다.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신한대에서는 한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상습 성추행·성희롱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페이스북 페이지 ‘신한대 대나무숲’에는 이 학교 사회복지학과 S교수가 ‘볼에 뽀뽀를 했다’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속옷 끈 근처를 만졌다’는 등의 게시글이 여럿 올라왔다. 신한대 관계자는 “학교 측도 사안을 인지하고 긴급 진상조사팀을 꾸렸으며, S교수가 해당 내용을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양대에서는 최근 한 학과 신입생 환영행사에서 학생 간 성추행 논란이 있었는데 ‘학생회 측이 쉬쉬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명인은 폭로라도 하지만"…'미투 사각지대' 직장인 피해자들 냉가슴

2015년 국내 대형 증권사에 입사한 김소희 씨(가명·29)에게 '미투'는 딴 세상 얘기다. 기라성 같은 남자 상사는 물론, 성희롱·성추행을 묵인·방조하는 여자 선배들 때문이기도 하다. 부서의 막내로서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회식 장소에 지각하면 "빨리 부장님 옆에 안 앉고 뭐해?" 같은 이른바 '왕언니'의 성화가 빠지지 않는다. 입사 10년 차의 왕언니는 주로 탕비실로 소환해 김씨 같은 막내를 괴롭힌다. 그러나 왕언니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 복잡한 상품구조 학습과 고난이도 고객 응대 요령 전수 등 이른바 '티 나는 일' 배정에서 왕언니에게 찍히면 끝이기 때문이다. 임원이나 부장 등 남성 간부들의 성희롱과 성추행을 넘나드는 입버릇·손버릇이 반복됐지만 자신을 사지(死地)로 밀어 넣은 왕언니 휘하 여자 선배들은 테이블 먼 쪽에서 웃고 떠들었다. 검찰과 문화·예술계 등을 중심으로 미투 운동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지만 절대 다수의 여성이 일하는 일반 직장은 미투의 성역이나 다름없다. 미투 자체가 사회적 매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검찰 고위 간부나 문화·예술계 거물과 달리 일반 직장의 성희롱·성추행, 갑질 행위자를 향한 미투는 견고한 조직의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의료계처럼 돈이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교육'이란 미명하에 남녀 간 성희롱은 물론 동성 간 성추행이 암묵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남자 의사 최진성 씨(가명·37)는 50대 선배 의사 A씨의 저녁 약속 호출이 있을 때면 가슴이 떨린다. "키워주겠다"며 최씨에게 호감을 드러내는 A씨가 술만 취하면 "사랑한다"며 최씨의 중요한 부위를 움켜쥐기 때문이다. 최씨는 "남성 대 남성 간의 일이라 남들은 크게 문제시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을 못 꺼내고 있다"며 "A씨는 병원 안에서 드라마 '하얀 거탑'의 장준혁 외과 과장(김명민 분) 같은 절대 실세이지만 외부에서 유명한 사람은 아니라 '미투'도 소용없다"고 토로했다. 나이와 실명 밝히기를 거부한 중앙부처 여자 공무원 B씨는 이미 육아 목적의 육아휴직을 한 차례 썼지만 최근 또 1년짜리 육아휴직을 냈다. 진급을 앞둔 육아휴직은 진급 포기나 다름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성희롱·성추행으로 이어지는 국장급 공무원 C씨의 잦은 저녁 호출 때문이다. 비슷한 일을 경험한 여자 선후배들끼리 외부에 알리자는 논의도 했지만, C씨의 절대적 영향력과 달리 유명세가 없어 효과가 없을 것으로 피해 공무원들은 판단했다. 미투 운동 확산에도 '이것도 미투인가?' '너도 미투할 거니?' 같은 말로 후배 여성을 조롱하는 남성 상사도 미투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김 모씨(28)는 최근 직장에서 이른바 '미투 조롱'을 자주 접한다. 평소 성적 농담을 즐겨 하는 등 여성 직원의 '경계 대상'이었던 일부 직장 상사가 미투 운동의 사회적 확산을 보며 "이것도 미투 대상이냐" 등 말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에서는 최근 '미투 같은 걸 하니까 게시판이 망해간다' '경찰에 가지 왜 익명 게시판이나 SNS에 올리냐'는 원색적 비난 글이 이어졌다.            

취소·하차·교체… 공연계·방송가 '미투' 후폭풍 거세  

공연계와 방송가가 ‘미투’ 운동으로 지목된 가해자들로 인해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연출가 윤호진·오태석, 배우 조재현·조민기 등이 제작·출연하는 공연과 드라마가 원래 일정대로 무대에 오르거나 전파를 타기 어렵게 돼서다. 

2월26일 공연계에 따르면 “성범죄자가 관련된 공연은 소비하지 않겠다”는 관객들의 예매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뮤지컬 ‘명성황후’ 입장권을 예매한 한 네티즌은 “도저히 볼 수 없어서 예매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명성황후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윤호진 연출가가 대표를 맡고 있는 에이콤의 작품이다. 에이콤은 이날 윤 대표가 이 작품 연출에서 빠진다고 발표했지만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연출이 바뀌어도 윤 대표가 설립·운영해온 에이콤이 공연하는 거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에이콤은 관객이 예매를 취소한 뒤 취소수수료 환불을 요청해오면 응해주기로 했다. 
▲ 윤호진(왼쪽부터), 오태석, 조재현, 김석만    

윤 대표가 연말에 공연할 예정이었던 뮤지컬 ‘웬즈데이’도 된서리를 맞았다. 이 뮤지컬은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윤 대표가 제작하는 것은 위선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연을 취소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에이콤 측은 “연말에 공연을 예정대로 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오태석 연출로 극단 목화가 3월15~25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릴 예정이던 ‘모래시계’는 공연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예술가들의 신작 창작을 독려하는 사업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에 선정돼 1억원을 지원받아 제작됐다. 최근 오 연출의 제자·배우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문예위는 2월22일 목화 측에 의혹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실태조사 공문을 보냈다. 문예위는 공연을 취소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미투’로 지목된 배우들이 출연 중이거나 예정인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tvN 드라마 ‘크로스’는 총16화 중 8화를 내보낸 상태에서 ‘투 톱’ 캐릭터 중 한 명을 도중에 없애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배우 고경표(강인규 역)와 양대 주역으로 캐스팅돼 극 중 고정훈 역을 연기하던 배우 조재현이 2월24일 드라마에서 하차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크로스’ 제작진은 “이미 촬영한 9~10화는 조씨의 촬영분을 최대한 편집하고 향후 회차에 대해선 조씨의 캐릭터를 빠르게 퇴장시키는 방향으로 극본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우 조민기가 등장하는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을 2월24일부터 방송할 예정이었던 OCN은 첫 방송 3일 전 편성 일자를 급거 변경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조민기가 할 예정이었던 국한주 역을 배우 이재용이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김석만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2월26일 "피해자가 오랫동안 느꼈을 고통과 피해에 대해 뼈아프게 사죄한다. 어떠한 행동도 변명의 여지도 없는 부끄럽고 해서는 안 될 짓임을 깨닫고 있다. 제 잘못에 대해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김석만 전 교수는 "학교 측으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아 잘못을 인정하고 학교 측의 허락을 얻어 2학기 동안 무급으로 휴직을 한 사실이 있다"고 하면서도 "폭로의 내용은 제가 기억하는 사건과 조금 거리가 있음을 알린다"고 해명을 덧붙였다.

김석만 전 교수의 성추행을 폭로한 당사자에 따르면 그는 21년전 택시를 함께 탄 여성에게 성적인 농담을 했으며 강제로 키스를 하고 여관까지 데려갔다. 이같은 추문으로 인해 김석만 전 교수는 국립극장장 후보에서 탈락했다.

한편, 배우 오달수는 성추행 의혹에 이어 이날 성폭행까지 했다는 추가 폭로에 대해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가 뒤늦게 사과했다. 오달수가 이날 오전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자 성추행 피해 당사자라고 밝힌 A씨는 이날 오후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오씨가 성폭행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유명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도 후배 작가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한 방송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는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는 과정에서 박 화백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박 화백은 이에 대해 “기억이 없다”며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문가들 “권력을 무기로 삼은 성폭력… 조직문화부터 바꿔야”

극단대표와 배우, 교수와 제자, 신부와 신도,, 조직의 간부와 부하 직원….하루가 멀다고 각계에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며 터져 나오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례들은 '권력형 성범죄'라는 말로 포괄된다. 대부분의 가해자는 조직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열세한 위치에 있는 여성이다.윗사람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문제를 제기하면 어떤 보복을 당할지,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두려워 쉬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속으로 삼키며 곪아 들어갔던 수많은 상처가 최근 일거에 터져 나오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권력형 성범죄가 암암리에 횡행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남성 중심 조직문화와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를 지목한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번 성폭력 폭로 사건의 대부분 권력형 성범죄"라며 "조직문화 결정권자, 즉 권력 수장을 남성이 독식하는 구조이고, 남성 중심적 문화가 공적·사적 영역에 군림하고 있다"고 말했다.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가해자들은 대부분 기성세대"라며 "가부장제 문화에 찌들어있던 기성세대 남성들이 권력을 이용해 여성들을 수탈한 것"이라고 진단했다.이런 문화에서는 남녀라는 성별 차이 자체가 곧 권력관계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남성 중심문화라는 토대 위에 있다면 어느 조직에서든 여성은 남성이라는 '성별 권력'이 가하는 차별과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 중심문화 속에서 여성은 차별과 배제 대상이고, 배제하는 기제 중 하나가 성폭력"이라며 "문화예술계 등 개별 집단의 특수성도 있겠지만, 본질은 젠더(성별) 권력의 문제"라고 말했다.

남성 중심적인 조직에서 여성이 승승장구해 권력을 거머쥐려면 남성적 사고방식을 체화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성을 두고 '명예남성화'했다고 지적하면서 권력형 성범죄를 더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사건을 조사하고자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조사단'이 꾸려진 뒤 단장을 맡은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과거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 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는 극단을 이끄는 이윤택 연출이 단원들에게 수시로 안마를 요구하고, 때로는 이런 행위가 유사 성행위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알고 있었으나 묵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윤김 교수는 "남성 중심적 조직 안에서 여성이 성공하려면 남성적 문법을 체화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조직의 수장에 올라선 여성은 가해 남성과 동급으로, 또는 더 심하게 다른 여성을 착취하게 된다"고 말했다.한국 사회에 뿌리박힌 상명하복(上命下服)식 군대문화도 권력형 성범죄가 활개 칠 수 있었던 토대 중 하나로 꼽힌다. 상사가 지시하면 대꾸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는 태도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조직에서 피해자는 감히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 권력구조에 녹아있는 군대 문화가 조직 내 성폭력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한 측면이 있다"며 "과거에는 상당한 정도의 관행적 차별을 용인해줬지만,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나영 교수는 "군사주의 문화가 너무나 오랫동안 한국 사회 전반을 지배해왔다"며 "상명하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조직 안에서 어떻게 약자인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조직 내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를 엄벌하는 것에서 그칠 게 아니라 지금의 남성 중심·가부장적 조직문화를 '변혁'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이나영 교수는 "정치권에서 아무리 법과 제도를 바꾼다고 해도 집행자의 의지가 약하면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사회 전반에 걸쳐서 문화적 변혁이 필요하고, 지금 미투 운동은 이같은 변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조직 내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유리 천장을 부수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공기업과 대기업부터 나서 여성임원 할당제를 시행해 조직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여성 숫자를 절대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김 교수는 "우리 사회 대부분의 관행은 남성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며 "지금처럼 유리 천장 구조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는 '남성들의 연대'를 깰 수 없고, 권력형 성범죄도 근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을 일시적인 현상이나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치부하면 미투 운동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생활 전반에 퍼진 권위주의적 상명하복 문화에서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미투 운동 역시 탈권위 운동의 일환이며 단지 조직 내 위계 관계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밖에서는 운동이 활발하더라도 조직 내에서는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과 사회 변화를 외면하려는 태도가 원인"이라면서 "이런 태도는 성폭력 문제 외에도 비하 등 언어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제 남성들도 스스로 '내가 언제든 권력형 성범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각성해야 하고, 여성은 피해를 봤을 때 주저 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개인 차원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조직 차원에서는 내부 성범죄 신고센터를 만들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윤홍·시사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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