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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쓰나미’로 세계시장 비명
발병 8개월 만에 중국전역 확산…“상륙 막아라” 검역당국 초비상
기사입력: 2019/05/09 [19:43]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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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 8개월 만에 중국전역 확산상륙 막아라검역당국 초비상 

 

백신도, 치료약도 없는데다 치사율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하면서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유럽 등에서 발생하던 ASF가 돼지고기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을 강타하면서 중국발() 돼지고기 파동으로 인해 국제 돈육(豚肉)시장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이번 파동은 2014년 미국에서 발생한 돼지코로나 바이러스(유행성 설사병) 확산에 이은 것으로 충격파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ASF2018820일 중국 북부 랴오닝(遼寧)성에서 처음 발생했다. 8개월 후인 지난 421일 중국 최남단인 하이난(海南)성에서 146마리가 감염된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이로써 중국 전역인 26개성(), 5개 자치구에 ASF가 번졌다. 지금까지 8개월 간 중국에서 살처분한 돼지는 공식적으로 101만여 마리. 이 숫자만 하더라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살처분한 73만 마리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실제로 감염된 돼지는 15000만 마리가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중국 내 총사육 돼지 수인 44000여만 마리(2018년 기준 미국 농무부 자료)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에 따라 미국 농무부는 지난 49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ASF 파동으로 2019년 중국 돼지고기 생산량이 10% 이상 떨어지고, 수입량은 전년도보다 41%(220t)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국제 돼지고기 도매시장의 거래 가격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6월물 돼지고기 선물가격은 31일 파운드당 75.325 센트였던 것이 424일에는 파운드당 92.775 센트로 거래되며 20% 이상 상승했다.

 

네덜란드 농협인 라보(Rabo)뱅크의 글로벌 투자전략가인 저스틴 셰라드는 425이번 사태는 경제사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라보뱅크는 세계 최대 농산축업 전문 금융회사다. 그는 올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이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지역에선 최고 50%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미 농무부 추정보다 클 것으로 전망했다. 평균 생산량은 25~30%정도 줄 것이며 이는 근·현대 역사에서 가장 큰 감소 규모에 해당한다. 현재 세계 돼지고기생산량으론 중국의 손실을 메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저스틴 셰라드는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으로의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최대 돼지 사육지이면서 소비지인 독일을 사수하는 일도 발등의 불이다. 그는 독일 봉쇄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마저 뚫린다면 세계가 돼지고기 부족사태를 겪는다는 이야기다.

 

국내 검역당국도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돼지고기 가격은 중국발 파동의 직접 영향권 밖에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4월 중순 들어 삼겹살 평균 소비자가격은 100g 1905원까지 올랐다. 지난 21684원과 비교하면 약 13% 오른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변화는 아니다. 야외활동이 늘면서 돼지고기 수요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준의 가격 증가라는 것이 당국과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농촌경제연구원은 중국이 수입량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하면 한국 수입량이 줄 수밖에 없고, 하반기부터는 국내 돼지고기 가격도 급격한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항서 바이러스 검출, 북한 확산설한국도 돼지열병 빨간불

 

20188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에서 발생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선 검역당국 외에 어느 곳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ASF 바이러스가 불과 몇 달 사이에 중국을 휩쓸고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까지 퍼지자 국내에도 비상이 걸렸다. ASF 바이러스가 한반도에 유입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백신과 치료약이 없어 당국과 축산 농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방역과 공항·항만 등에서의 검역 조치 정도다. 조금이라도 예방활동에 구멍이 생기면 ASF바이러스의 국내 침투는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국내에 ASF 바이러스가 유입돼 전파가 시작되면 300만 마리를 살처분한 2011년 구제역 파동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돼지 사육 농가와 관련 산업에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서 돼지들 감기증상 보이다 며칠 안에 폐사

 

최근 공항과 항만 등 검역 과정에서 ASF 바이러스의 검출 소식이 잇따르자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중국 산둥(山東)성에서 49일 군산항으로 입국한 중국인 여행객이 휴대한 피자(돼지고기 토핑)에서 ASF바이러스 유전자가 확인됐다고 425일 밝혔다. 앞서 인천·제주·평택·청주 등에서도 국외 여행객이 휴대·반입한 돼지고기 가공품에서 발견된 것(소시지 8, 순대 3, 만두 1, 햄버거 1, 훈제돈육 1)까지 총 15건의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유전자 염기서열분석 결과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유전형(genotype)과 같은 형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검역 당국은 중국발 기탁화물과 수화물에 대해 엑스레이 전수검사를 해 축산물과 가공식품을 폐기하는 조치에 들어간 상태다. 농식품부는 또 베트남, 몽골에 이어 캄보디아에서도 ASF의 발생이 확인됨에 따라 이들 국가를 통한 유입에도 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 지역에서 ASF가 이미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만약 그렇다면 한반도에 유입된 바이러스가 남한으로 언제 퍼질지 모르는 풍전등화 같은 상황이다. 북한에서 수의사이자 축산 담당 공무원이었던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 내 통신원들로부터 북한의 북부 산간지대, 압록강 연안지역 등 국경지대의 개인축산 농가에서 갑자기 여러 마리의 돼지가 죽어나간다는 보고가 수차례 들어왔다돼지들은 감기 증상을 보이며 앓다가 며칠 내에 폐사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이어 지난 3월 자강도·평안북도 등에서 북한 당국이 가축의 이동을 차단하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국제기구 등에 ASF 발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보고한 바는 없다. 하지만 현지 통신원들이 전해온 내용과 함께 최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보도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북한 내 국경지역의 일부 소규모 개인 축산 농가에서 ASF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조 위원의 판단이다. 이들 개인 농가는 돼지 한 마리를 길러 쌀 200kg(또는 옥수수 400kg) 정도와 교환한다고 한다. 값비싼 사료보다는 주로 꿀꿀이죽’(잔반)을 돼지에게 먹이다보니 ASF 감염에 취약하다는 것이 조 위원의 설명이다.    

 

자강도·평북 당국 가축이동 차단 조치

 

북한 내 언론 동향도 심상치 않다. 주로 정치 문제만을 거론하는 노동신문이 201811월과 올해 2, 3월 등 세 번에 걸쳐 중국 내에서의 ASF 발생 현황을 자세히 전하며 철저한 예방활동을 강조한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조 위원은 중국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오가는 데다 밀수 등을 통해 축산 가공품 등이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다이를 통해 북한에 ASF 바이러스가 들어왔다면 남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향미 연구관 ·접경까지 확산만 확인잔반 먹이지 말아야

 

중국 내 ASF 확산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20188월 첫번째 발병이 보고된 이후 지난 2월까지 총 100차례 발생이 보고됐고, 돼지 100만 두 이상이 살처분됐다고 한다. 남향미 농림축산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 연구관은 외국의 전문가들은 중국내 이 전염병 문제가 최소 5~7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201811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위험성을 보도한 적이 있다. 이 전염병이 북한에도 전파됐을까.

 

북한과 중국의 접경 지역에서 ASF가 발병한 것은 확인됐다. 이 질병이 북한에 전파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왜 정확히 알 수 없나.

 

북한에서의 상황에 대해서 어떠한 정보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중국에서 감염된 돼지고기를 북한 돼지가 잔반으로 섭취하거나 야생 멧돼지로 전파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야생 멧돼지가 남한까지 ASF를 퍼뜨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감염된 돼지는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하루 만에 폐사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산에서 서식하는 야생 멧돼지의 밀도가 전염될 정도로 높다고 추정하기는 어렵다.”

 

-야생 멧돼지도 옮기는가.

 

유럽에선 주로 이렇게 전파됐다. 독일은 야생 멧돼지 수를 줄이려 사냥을 허용했고, 인근 국가에서 넘어오는 걸 막기 위해 철책을 세우기도 했다. 유럽 국경은 주로 숲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도국가인데다 북한의 북부에서 남한까지 멧돼지가 내려올 가능성이 작다.”

 

-그렇다면 무엇을 신경 써야 하나.

 

야생 멧돼지 외의 감염경로는 감염된 돼지고기를 생으로 또다른 돼지가 먹었을 때다. 주로 가축 부산물을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고, 그 음식물 쓰레기를 잔반으로 돼지에게 사료로 주었을 때 감염된다. 한국은 중국에서 반입되는 돼지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중국 반입 돼지고기에서 총 15건의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다행히 바이러스가 살아 있지는 않아 전파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어떻게 차단해야 하나

 

공항에서 불법 축산물에 대한 검사를 탐지견과 인력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또한 축산 농가에서 돼지에게 잔반을 급여하지 못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홍보와 교육을 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직접 농가에 전화를 걸어 안내를 하기도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국내에서 발생한 적 없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다. 감염 돼지의 치사율은 100%. 이 때문에 양돈 업계에 큰 피해를 준다. 각 국가는 이 질병이 발생하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발생 사실을 즉시 보고해야 하며, 돼지와 관련된 국제교역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ASF는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제1종 법정전염병에 해당한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은 감염되지 않고 돼지과(Suidae)에 속하는 동물만 감염된다. 사육돼지나 야생 멧돼지가 자연숙주다. 물렁 진드기를 통해서도 전파된다. 감염된 돼지는 장기 출혈 등의 증상을 보이다 1주일 안에 죽는다.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ASF에 걸린 중국서 돈육 수입 늘리면 국내가격도 요동

 

중국인의 돼지고기 사랑의 역사는 길다. 반세기 전에도 주요 무역 물자로서 국내 언론에 등장했을 정도다. 이번에는 덤핑이나 무역의 문제가 아니라 돼지 질병 때문에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에서 발병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때문이다.

 

치사율 100%’ ASF, 중국서 발생

 

현재 ASF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도살처분밖에 없다.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고, 해당 바이러스가 있는 고기를 먹어도 무해(無害)하지만 돼지에겐 치명적인 병인 셈이다. 주로 아프리카와 유럽 등지에서 지금까지 발생해왔던 까닭에 국내엔 그 위험성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병이 중국 남부에 있는 하이난섬에서 발생한 뒤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423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422일까지 129건의 감염 상황이 발생했고 현재까지 폐사시킨 돼지가 102만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 결과 20191분기(13) 사육 돼지 수가 18000만 마리로 2018년 같은 기간에 비해 5.1% 줄었다. 돼지고기 생산량도 1463t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25% 감소했다.

 

중국인들에게 돼지고기는 다른 고기로 대체될 수 없을 정도로 필수품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생전 가장 즐겼다는 음식도 돼지고기를 이용한 훙사오러우(紅燒肉)’였다.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4111일 중국 시장에서 돼지고기 1kg의 도매가격은 20.3위안(3500)으로 20184월 평균에 비해 22.6%가 올랐다.

 

하반기 국내서도 가격 급등 가능성

 

다행히 국내 소비자의 식탁엔 아직까진 별다른 영향은 없다. 국내에 중국산 돼지고기는 수입되지 않는다. 중국의 돈육산업이 국내 검역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돼지고기 시장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산은 미국과 유럽산이 대부분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3월 이후 돼지고기 가격이 소폭 올랐지만 평소처럼 나들이 행렬이 많아지는 등의 계절적 요인이지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영향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글로벌 돼지고기 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가격이 급등할 조짐이 보인다. 중국의 돼지가 대거 폐사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네덜란드 라보은행에 따르면 중국 사육 돼지의 절반 가까이가 폐사할 수 있고, 이는 세계 돼지고기 공급부족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하반기(712)엔 국내 돼지고기 가격 상승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반기(16)엔 수입을 한 재고가 남아 있어 가격이 비교적 안정되지만 하반기엔 이 물량이 부족해진다는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하반기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1년 전보다 최대 12.7% 오른 kg4800원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돼지고기 매대. 돼지고기는 통상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봄부터 가격이 오른다. 올해는 중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사태로 하반기에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한국에서 소비가 많은 삼겹살과 앞다리살은 중국에서도 최근 수입량이 급증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삼겹살은 중국에서도 두 번째로 소비가 많은 부위인 데다 올 들어 중국의 수입량이 1년 전보다 10.1% 증가했다.

 

방역 뚫리면 한국도 문제

 

더 큰 문제는 방역이다. 치료제가 없는 ASF가 국내에 상륙하면 중국의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9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ASF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부부처가 국내에서 발병하지도 않은 가축 질병에 대해 담화문을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ASF의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ASF가 국내에 들어와 확산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경계를 조금만 풀면 언제 확산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ASF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돼지뿐만 아니라 돈육 상태에서도 존재한다. 소시지로 만들어도 몇 주 동안은 살아남는다. 중국산 돼지고기 식품이 국내에 들어오는 순간 병균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ASF는 이미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퍼지는 중이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49일 전북 군산시 군산항으로 입국한 한 중국인의 피자 돼지고기 토핑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아프리카에만 있던 이 질병이 유럽으로 퍼진 것도 비행기 등을 통해 음식 상태로 확산됐다국내에 조금이라도 퍼지면 돈육산업이 초토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의 야생동물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야생 멧돼지 역시 ASF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수 있다. 동유럽 국가에서 야생 멧돼지가 ASF의 유입 경로로 지목됐던 선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의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비무장지대(DMZ)를 통한 확산도 안심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ASF 공포에 외국산 공세시름 깊은 한돈 농가 

 

경기 양평에서 한돈 3000마리를 키우는 B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구제역을 잘 넘겼나 싶었는데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확산 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기세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B씨는 동남아시아 등 고향을 다녀오겠다는 고용 외국인들에게는 절대 현지축산물이나 가공품을 갖고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B씨는 행여 ASF가 국내에 유입될 경우 생업을 아예 접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마음고생은 ASF뿐만이 아니다. B씨는 요즘 돼지고기 값이 많이 올라서 돈을 많이 벌었겠다는 주변의 농담을 듣노라면 화가 치민다고 했다. 경기불황 등으로 지난 6개월 동안 생산비 이하의 값만 받고 돼지를 팔아온 그다.

 

한돈 농가들 야생멧돼지, 잔반 급여 농가 불안

 

한돈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ASF는 예방 백신이 없는 데다 한 번 걸리면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무서운 가축전염병이다. 냉동육에서도 수년 동안 생존해 있을 정도로 바이러스 생존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유입되는 순간 축산농가에는 구제역과는 비교할 수 없는 메가톤급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ASF 바이러스는 계속해 한국 문전(門前)을 위협하고 있다. 5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소시지와 순대, 피자 등 중국산 휴대 축산물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확인된 것은 벌써 7, 15건이다. 농식품부는 61일부터 ASF 발생국에서 제조·생산된 돼지고기 또는 관련 축산물을 가져와 신고하지 않은 경우 최대 1000만원(현행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검역 당국은 ASF 발생국 항공·항만 노선에 탐지견을 늘리는 등 국경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불법 휴대 축산물 검색 강화는 물론 국내 잔반 급여 농가의 남은 음식물 관리 강화, 야생 멧돼지에 대한 예찰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역시 자체적으로 ASF 방역 교육자료를 제작해 한돈 농가에 보급한 데 이어 전국 9개 도협의회 및 120개 지부를 통해 ASF 방역 교육을 했다.

  

농가들도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ASF 발생국에 대한 여행을 자제하고 있고, 외국인 근로자의 해외 택배나 우편물의 국내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출입국 때는 반드시 검역 당국에 신고하고 있고 재입국 시엔 농장을 방문하기 전 5일 이상 격리 교육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돈 농가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특히 접경을 오가는 멧돼지나 잔반 급여 등이 그렇다. 한돈협회 최성현 상무는 “ASF가 국내에 확산할 경우 축산농가 피해는 메가톤급일 것이라며 잔반 급여 금지와 불법 축산물 반입 시 과태료 상향, 야생 멧돼지 개체 수 조절 정책 등이 조속히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포천에서 돼지를 기르는 C씨는 아예 잔반 급여를 금지했으면 한다. 그는 유럽의 과거 ASF 발생사례를 보면 여행객이 무심코 버리고 간 휴대 축산물이 원인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에는 260여호의 잔반 급여 돼지농장이 있어 지속적인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당국이 돼지에 대한 잔반 급여를 아예 금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SF로 돈 버는 것은 돼지고기 수입상들뿐” 

 

ASF 확산 여파로 돼지고기값이 뛰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최근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 증가에 따른 국내 영향 분석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2018년보다 41% 증가한 220t으로 전망된다중국의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미국과 유럽산 돼지고기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KREI는 또 돼지고기 가격 상승 폭이 더욱 확대되면 소비 위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농가 생산성 향상을 통한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 증대로 가격 급등을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올해 국내 한돈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95만여t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돈 생산량은 935200t으로 전년보다 3.8% 늘었다. 하지만 돼지고기 수입량은 463500t으로 2017369200t에 비해 무려 25.5% 증가했다. 특히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이 크게 늘었는데 184600t으로 전년 대비 36.6% 늘었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 자급률은 201770.9%에서 201866.7%로 줄었다.

 

올해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줄어든 385900t으로 예상되지만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지난해(25.1)보다 줄어든 24.8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돈 농장주 H씨는 지난해 수입이 46t이나 되었는데 올해 1분기만 95000t이 수입돼 지난해보다 5.5%가 증가했다“ASF로 돈 버는 것은 돼지고기 수입상뿐이라고 성토했다.

  

하태식 한돈자조금관리위원장은 “ASF로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이는 나들이 시즌을 맞아 수요가 증가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 위원장은 지난 4월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14370원으로 전년 4439원보다 낮게 나타났다인체감염 우려가 전혀 없는 ASF를 소비자가 오인해서 돼지고기 수요가 감소할까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허 위원장은 또 “ASF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만큼 예방이 최선책이라며 불법반입 축산물에 대한 과태료 상향 인상과 잔반 급여 금지 법제화 등 당국의 깅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사율 100%' 돼지열병 주범은 잔반돼지ASF, 구제역 치사율의 5배 

 

성우농장은 충남 홍성에 있는 돼지 농장으로 약 8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 농장의 주인 이도헌 대표는 427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중국 전역과 동남아시아로 번진ASF에 대한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잔반돼지가 열병을 전염시킬 확률이 높은데 이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농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돼지와 관련한 모든 산업과 식당 사장님들까지 연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잔반돼지는 일반 사료가 아니라 사람이 먹다 버린 음식물을 먹여 키우는 돼지다. 1인 시위에는 5월 학계와 양돈업계, 다양한 외식업 종사자들이 참여할 계획이다.ASF는 치사율 100%슈퍼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감염된 돼지는 열이 나고, 피부에 푸른 반점과 충혈이 생기다가 통상 1주일이면 죽는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병했고, 1960년대 유럽을 강타해 스페인 양돈 농가를 초토화했다. 사람은 먹거나 접촉해도 상관없고, 오로지 돼지끼리만 옮긴다.

 

ASF는 왜 백신이 없나

 

ASF 바이러스의 국내 상륙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국내 동물의약품 회사들이 방역용 소독제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42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효능을 인정받은 제품은 코미팜의 판킬, 케어사이드의 세탁큐와 원탑콘 등 3종이다. 판킬은 먼저 수출용으로 허가받고 내수용으로는 2018101년 안에 효력시험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한시적 허가를 받았다. 케어사이드 제품 2종은 지난 2ASF 바이러스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세탁큐는 428일부터 ASF 바이러스에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원탑콘은 5월 초 출시된다. 우진비앤지도 자사 소독제 크린업에프의 ASF 사용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다.

ASF가 정부와 업계에 초미의 관심사인 이유는 높은 치사율과 전염성 때문이다. 일단 감염되면 확산을 막기 어려울뿐더러 급성형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2018년부터 중국,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연쇄 발병하면서 국내 유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SF 바이러스는 1921년 케냐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유전형질과 단백질 성분이 다양하고 복잡해 그동안 백신을 만들지 못했다. 주로 아프리카 등지에서 많이 발생해 다국적 제약사의 관심이 떨어졌던 것도 백신 개발을 더디게 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중국 등 세계 각지로 ASF가 확산되면서 백신 연구가 본격화하고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 수년 내 ASF 백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우선영 케어사이드 이사는 “1960년대 스페인에서 ASF가 창궐했을 때 스페인에서 생독백신을 개발했지만 돼지에게 발생하는 후유증이 심각해 폐기됐다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응책이 살처분인 만큼 축산 농가의 방역 활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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